[컨택센터 이슈] 문의 줄었다고 상담원 줄이는 기업들...소비자는 답답한 서비스에 '발 동동'
[컨택센터 이슈] 문의 줄었다고 상담원 줄이는 기업들...소비자는 답답한 서비스에 '발 동동'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3.12.28 0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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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CC, 비용감축·고객만족도 상향을위한시스템 효율화 아이템으로 급부상
내 말 못 알아듣는 AI, 상담원 연결도 쉽지 않은 고객센터에 소비자 불만 속출
AI 고객상담서비스는 '과도기'...일자리 환경 개선으로 상담원 인력 수급 절실
시스템 효율화 등을 이유로 다수 기업이 챗봇 등 AICC 도입 확대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아직 미흡한 서비스 품질에도 상담원 수 부터 줄여나가는 행보에 소비자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최근 컨택센터 산업의 가장 큰 이슈는 인공지능이다. 클라우드 등 신기술과의 접목과 함께  인공지능 컨택센터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이를 도입하고자하는 기업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수 기업이 AICC에 열광하게 된 데는 몇 가지 배경이 근거가 됐다. 첫 째로 기존에는 상담원의 보조 업무를 수행하기에도 미흡했던 기술이 이전보다 월등히 진보됐다는 데 있다. 계속된 알고리즘 학습과 기술적 개선을 거쳐 부족했던 서비스 품질이 이전보다 훨씬 나아진 것이다.

또 금융·보험 권은 그동안 걸림돌로여겨진 까다로운 고객 관리와 정보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솔루션도 함께 개선되면서, AICC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 번째는 비용감축 문제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고금리·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소비 심리는 잔뜩 위축된 상태다. 통신계를 비롯해 대부분 기업은 기업 성장을 위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기업은 나가는 지출을 줄이는 긴축 경영에 돌입하고 있다. 

기술의 고도화로 챗봇이나 인공지능 등 디지털 상담원이 사람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신뢰가 생기면서, AICC를 도입하는 대신 상담원 수는 줄이면서 인건비 절감 효과를 노리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기업들의 선택에는 최근 줄어들고 있는 민원 상담 수가 근거가 되기도 했다. 챗봇이나 인공지능 ARS로 24시간 상담이 원활하게 진행되면서 고객들이 상담원을 찾아 문의하는 '콜 수'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이달 초 위탁 계약한 업체 2곳과 계약을 해지하며 상담원 240여명에 대한 계약도 해지하고자 한 바 있다. 당장은 고용승계로 일단락됐으나, 계약 해지 이면에 상담원 수를 줄여도 되겠다는 사측의 판단은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컨택센터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소비자가 사람 상담원을 통한 문의 길이 원천봉쇄되면서 문의가 줄어든 것인데, 챗봇을 통해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받아 줄어든 것으로 오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확인을 위해 기자가 직접 A 금융사 고객센터와 B 배달 플랫폼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A 금융사의 경우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인공지능 녹음 메시지었다. 고객 센터는 '말하는 ARS'와 '버튼식 ARS' 선택을 유도하고 몇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민원인은 제시된 선택지 중에서 선택을 해야하는데 정확히 질의하고자 하는 내용과 부합하는 선택지가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나마 가장 유사한 내용을 선택하고 몇 가지 선택지를 더 고르고 나서 얻는 결과가 인터넷 검색이나 어플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기본 정보를 안내하는 수준에서 그친다. 

끝끝내 마지막에 가서야 상담원을 연결하겠느냐는 문항이 나와 선택을 하면 이어지는 답변은 '현재 문의가 많아 상담원 연결이 어렵다'는 답변이다. 십여분 간 전화기를 붙잡고 허송세월을 보낸 셈이다. 

B 배달 플랫폼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고객센터 연결은 차선책이고 1차적으로는 챗봇 상담을 유도한다. 돌아오는 답변은 어플에서도 조회가 가능하거나, 정해진 답변을 기계적으로 응답하는 방식이었다. 구체적인 문의나 피드백을 얻기 위해선 상담원 연결 없인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콜 수가 몰리는 점심이나 점심 피크타임이 아닌 고객센터 운영시간 임에도 불구하고 상담원 연결은 쉽지 않다. 다시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고 나서 상담원 연결까지 소요된 시간은 30분 남짓이었다.

하나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처음부터 위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소비자의 피로도는 높아진다. 불편한 과정을 반복하고 원하는 답을 얻기까지 많은 시간을 할애한 '예민해진 민원인'의 불만은 고스란히 몇 안되는 사람 상담원에게 전가되고 있다.

가까스로 연결된 상담원에게 그 동안에 불편과 쌓인 불만을 털어놓다보니, 안그래도 적어진 인원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상담원들은 심적인 고통도 배가 되고 있다.

민원의 경우 문의 자체를 포기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서비스에 만족해서 상담원을 찾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상담원을 찾지 못해 포기한 것을 '만족스러운 상담'으로 오인하고 있는 것. 그럼에도 기업은 AICC의 긍정적 효과와 비용절감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애초에 상담원 연결 자체가 없거나 기업 공식 홈페이지에도 별도의 대표 전화 없이 챗봇만 설치해둔 곳도 늘고있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모 기업 고객센터 연결 꿀팁'과 같은 웃지 못할 노하우 게시 글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고객센터 연결'이라는 키워드로만 검색해도 고객상담 서비스에 불만을 토로하는 최근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모 금융사 고객센터에 관한 불만 제기 글.

기업은 민원인의 대기 시간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 상담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는 AI 서비스에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AI 상담원을 통해 민원을 해결하는 사례도 있지만, 민원이 해결되지 않는 사례는 기업에 다시 문의하거나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애초에 소비자, 민원인이 기업에 접촉할 수 있는 고객센터라는 다리가 인공지능에 의해 가로막힌 까닭이다.

기업이 AI 상담사의 긍정적 효과는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불만이나 부정적 영향은 확인조차 되질 않는 셈이다. 이렇다보니 아직 과도기인 AI 컨택센터만 믿고 상담원 수 부터 줄인 까닭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커뮤니티 카페에 올라온 고객센터 이용 불편 게시글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하고 있다.
한 커뮤니티 카페에 올라온 고객센터 이용 불편 게시글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컨택센터 상담원을 채용하는 기업도 억울함을 호소한다. 비용절감의 요소도 있지만 상담원 인력 수급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AI 기술 도입을 대체제로 삼는데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악성민원인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열악한 업무환경, 낮은 근로 임금 등으로 컨택센터 상담원 업무가 기피 직종으로 여겨지면서 상담원 채용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 이에 더해 코로나19 시기 집단감염의 온상이라는 불명예를 안으며 상담원 직무 기피 현상은 더 가속화됐다.

이에대해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황규만 부회장은 "기업들은 컨택센터를 어찌 보면 최소의 인원으로 운영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ARS로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전화를 걸며 언제나 통화 중이고, 기다리다 보면 연결되기보다는 자동으로 끊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고 현 컨택센터 산업의 고질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컨택센터에 필요한 인력을 제 때 채용할 수만 있다면 아직 미완성 상태인 디지털상담사 도입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상담인력을 충원하고 ARS를 최소화해서 고객만족도를 높임으로써 고객이탈을 줄이고 고객추천지수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해야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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