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책없는 전기안전관리자 선임요건에 소규모 기업 존폐위기
[기획] 대책없는 전기안전관리자 선임요건에 소규모 기업 존폐위기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02.21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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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전기안전관리자 선임 기준 미충족시 징역에 영업정지까지 우려
고급 인력인 '전기기사', 소규모 시설관리업체는 사실상 고용불가
안전장비 및 설비 구축·상주인력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는 기업 몫
안전의 중요성이 강화되면서 각종 법령 개정이 이뤄지고 있다. 전기안전관리법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안전관리자 선임 요건이 창업기업과 소규모기업은 현실적으로 준수할 수 없는 내용으로 구성돼 업계 반발이 일고 있다.
안전의 중요성이 강화되면서 각종 법령 개정이 이뤄지고 있다. 전기안전관리법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안전관리자 선임 요건이 창업기업과 소규모기업은 현실적으로 준수할 수 없는 내용으로 구성돼 업계 반발이 일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오는 4월 1일부터 '전기안전관리자 선임제도'에 따라 전기안전관리와 유관한 업무를 진행하는 시설관리업체도 기술인력을 일정 수준 확보하고 시설 장비를 필수로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지난해 4월 1일 전기안전관리법률이 제정·공포된 것에 따른 일환이다. 해당 법령은 지난 2020년 12월 입법예고되었으며 다음해 4월 공포 즉시 시행됐다. 다만 전기안전관리업무를 수행하는 시설관리 업체와 개인대행자는 시행 후 1년 이내에 변경등록을 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4월 1일부터는 법이 정한 등록요건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징역이나 과태료 등 처벌이 내려질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영업정지까지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법 개정에 따른 등록요건을 중소기업이 준수해내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특히 고급 기술인력을 확보하는 내용은 기업의 노력으로 메꿀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어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대안을 찾을 수 있는 방도가 없어 그야 말로 소규모 기업은 '대책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업계 내에서는 소규모 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규모 시설관리기업, 전기기사 모시기 실패에 영업정지 우려 
산업 현장 내에서 중대재해가 잇따르며 산업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자 전기안전관리법률이 제정·공포됐다. 주요 내용은 전기안전관리자를 선임한 자가 보유해야하는 장비에 관한 사항과 시설물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자 등이 기술자격을 취득한 인력을 확보하도록 하는 데 있다. 

시설관리업체의 자본금, 기술인력, 장비 등 등록요건을 규정해 산업 안전성을 강화하고 안전을 확보할 수 없는 기업의 난립을 막겠다는게 법의 취지다. 

적용법에 따르면 대행기관과 대행사업자는 자본금 2억원 이상의 기업이어야 하며 대행기관의 경우 20명 이상의 안전기술인력을, 시설관리 업체는 대행기관의 50%인 10명 이상의 기술인력을 상시 고용해야 한다. 

전기안전관리법에 따른 대행기관 등의 등록요건 변경사항. (자료=전기기술인협회)
전기안전관리법에 따른 대행기관 등의 등록요건 변경사항. (자료=전기기술인협회)

세부적으로 살폈을 때 전기안전 관리자를 선임한 자가 필수 보유해야하는 장비는 ▲절연저항 측정기(500V, 100㏁), ▲절연저항 측정기(1,000V, 2,000㏁), ▲클램프메타, ▲접지저항측정기, ▲멀티테스터기, ▲비접촉식 적외선 온도계, ▲특고압검전기, ▲저압검전기, ▲특고압 COS 조작봉, ▲고압절연장갑, ▲절연장화, ▲절연안전모 등이다.

이미 전기안전관리 업무를 대행하고 있던 대행기관과 규모 있는 시설관리업체의 경우 상기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소 시설관리 기업이라 하더라도 새롭게 추가되는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나 전기품질분석기 등을 구비해야하나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에 문제가 되는 것은 기술인력 요건이라고 지적한다.

시설관리업체의 기술인력 요건은 전기기사 또는 전기기능장 자격 취득 이후 실무경력이 2년 이상인 사람 2명 이상, 전기산업기사 자격 취득 이후 실무경력 4년 이상인 사람 5명 이상, 전기분야 기능사 이상의 자격 소지자거나 전기 분야에서 3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 3명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 시행 이후 자격취득자는 취득 이후 실무 경력만 인정되고 법 시행 이전 자격취득자는 종전 기준 50%의 경력을 인정한다. 

수도권 지역에서 시설관리업을 영위하는 A 중소기업의 관계자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기술인력을 확보하는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현재까지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오랜 시간 현장에 경력이 있는 이들을 고용해 사업을 운영해왔는데, 전기기사, 전기기능장 등 신규 인력을 새롭게 고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A기업의 관계자는 "규모가 큰 대기업은 인력 확보가 용이하나 중소기업의 경우 전기기사, 전기기능장 같은 고급 인력을 상시 고용하기가 쉽지않다"면서 "높은 인건비도 문제지만 기능장의 경우 자격인원도 극소수고 변압기 용량 10만v 이상의 변전소나 발전소, 기타 전기공사업체쪽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시설관리기업은 채용 공고를 올려도 구직자들의 지원이 없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시설관리업체가 필수로 2명 이상 고용해야하는 전기기사 자격은 취득 조차 쉽지 않은 전문 자격이다. 전기기사 자격은 응시에서부터 까다로운 자격 제한을 두고 있다. 

▲신업기사 자격증 + 실무경력 1년이상 ▲기능사 자격증 + 실무경력 3년이상 ▲ 동일분야 자격 기사이상 ▲4년제 관련학과 졸업자 등이다. 지난 2020년 1만 8000여명이 응시했으나 합격자는 4955명으로 합격률은 27%대에 그친다. 자격 취득 조차 쉽지 않은 분야이다 보니 중소 시설관리 업체에가 해당 인력을 확보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기사 시험 합격률
전기기사 시험 합격률

업계 관계자는 "등록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등록취소와 영업정지까지 갈 수 있다. 요건을 충족하기 싫어서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도 아닌데 천편일률적으로 정해둔 규정에 중소기업들은 대안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1년 만에 무작정 기술 인력과 장비를 확보하라고 떠밀면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 부담은 민간 기업에 전가하고 있다. 정말 안전의 강화를 위한다면 탁상행정으로 안전의 책임과 역할을 기업에만 부담시키지 말고 현실적인 안전 강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나"고 말했다.

이와같은 규정으로 인해 중소기업들이 추풍낙엽처럼 업계를 떠날 경우 일부 기업이 시장을 독식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또 지나친 규정이 시설관리업 창업의 걸림돌이 되면서 새로운 창업 수혈이 없는 '고인물' 사업이 될 것이란 부정적 전망도 제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설물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전기안전업자와 동일한 등록요건을 규정한 것이 지나친 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건축물관리법 제2조의 3호에 따르면 건축물의 소유자와 해당 건축물의 소유자와의 관리계약 등에 따라 건축물의 관리 책임을 진 자를 같은 '관리자' 지위로 보고 있는데, 다시 전기안전관리법상 시설물관리 업으로 등록을 받아야지만 영업이 가능해 두 법 사이 간극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건축물유지관리협회 이영신 총장은 "전기안전관리법 제22조에 의거 시설물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자가 위탁받은 건축물의 전기안전관리자를 선임할 경우 상주근무를 조건으로 하고 있는데, 소규모 건축물도 마찬가지다. 고급 전문인력을 상주근무로 고용해야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늘고 소규모 기업은 존폐 위기에 놓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규모 기업들은 해당 기술인력의 요건을 갖기가 어려우며 시설관리업에서 나아가 경비업, 건물위생관리업, 방역업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부의 법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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