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소리만 컸던 중대재해처벌법, 한달간 42명의 사망사고 못막아
[이슈] 소리만 컸던 중대재해처벌법, 한달간 42명의 사망사고 못막아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02.28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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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시행 후 한달 동안 사망사고 발생 35건, 사망자 수 42명 달해
전년 동기 대비 줄었으나 만족하기 어려운 결과
높은 처벌 수위에도 반복되는 산재...일터혁신컨설팅 등 활용 필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발생한 양주 토사붕괴 사고 현장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발생한 양주 토사붕괴 사고 현장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많은 우려와 논란 속에 야심차게 시행됐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한달 동안 42명의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와 비교했을때 감소했다는 자평을 내놓았지만 제조업에서는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5명의 사망사고가 더 늘어나는 등 법의 사각지대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업계에서는 처벌을 위한 법이 아닌 예방에 초점을 맞춘 법 실현을 위해 현장 상황에 맞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2월 26일까지 한 달간 발생한 사망사고 건 수는 35건, 사망자 수는 4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27일부터 2월 26일까지를 비교하면 사망사고는 17개가 줄어 32.7%가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고 사망자 수는 10명이 줄어 19.2% 감소했다.

그러나 엄중 처벌을 예고한 법 시행 이후에도 중대재해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예방에 주안점을 뒀다는 목표와는 무색하게 42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일은 결코 만족스러운 대목은 아니다. 

특히 지난 1월은 중대재허처벌법에 따른 처벌 대상 1호를 피하기 위해 긴장의 끈을 바짝 당겨 잡았을 것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움이 남는 결과다. 처벌에 방점을 둔 법으로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사망사고 발생은 50인 미만 기업에서 26건, 50인 이상 기업에서 9건으로 확인된다. 사망자 수는 50인 미만기업이 27명, 50인 이상 기업이 15명을 차지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은 50인 이상 기업이다. 사고 건 수 자체 50인 이상 기업이 50인 미만 기업보다 빈도가 적고 감소 폭도 컸지만 사망자 수 감소는 그렇지 못했다. 전년 동기 대비 50인 미만 사업장과 50인 이상 사업장 모두 사망자 수 감소는 5명 수준에 그쳤다. 

예방효과가 일부 있음은 사실이나 강력한 처벌을 앞장세운 것 치고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까닭이다. 

특히 제조업 부문의 경우 산재 사망자가 도리어 더 증가한 것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16일 경남 창원에서 급성중독으로 직업성 질병자 16명이 발생한 사고가 사망자 미발생으로 제외된 것을 합하면 사고 건수도 크게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사망자 3명이 발생한 경기 양주 레미콘 제조업체 매몰사고 등 한 사업장에서 다수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 탓"이라고 설명하며 "전체 업종별로 사고 건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말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12월 말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그러나 제조업 부문의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 문제는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말, 법 시행을 앞두고 법의 규정 대상이 되는 50인 이상 중소제조업체 322개사를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반 이상인 35.7%가 시행일에 맞춰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는 응답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50~99인 기업은 불가능하다는 응답이 60.7%로 나타나 소규모 업체의 부담은 이미 드러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50인 이상 제조기업 절반 이상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고 법상 의무사항이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하기 어려워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며 “사업주 책임이 매우 강한 법인만큼 현장 중심의 지원을 강화해 법 준수 의지가 있는 기업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기업 규모별, 업종별 내용을 보강한 중대재해처벌법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는 고작 한달로 아직 그 효과를 평가하기엔 섯부른 감이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법의 안정적인 안착과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가 법 시행 초기에 디딤돌을 제대로 정비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 나라가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눈에 불을 키고 있는데, 이 와중에 재해를 일으켜 처벌 대상이 되고 싶은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드러난 셈인데 처벌보다 예방에 맞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노사발전 재단의 일터혁신 컨설팅 수행기관으로 선정된 재단법인 피플의 이영순 이사장은 법 보완에 대한 움직임이 더딘 만큼 자발적인 안전 현장 구축을 위한 각종 지원 정책을 현명하게 활용할 것을 독려했다.

재단법인 피플 이영순 이사장은 "일터혁신 컨설팅 지원 영역에도 기업의 작업환경과 안전실태에 대한 점검과 안전 대응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안전일터조성에 대한 컨설팅을 지원하는 등 중소기업을 위한 각종 지원 제도가 있다"고 조언하면서 "스스로 산업 현장을 검토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현재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일 것"이라고 밝혔다.

일터혁신 컨설팅 사업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지원. 참여 기업은 비용 부담없이 관련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노사발전재단이 주관하며 수행기관으로는 재단법인 피플 등 총 13곳이 선정됐다.
일터혁신 컨설팅 사업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지원. 참여 기업은 비용 부담없이 관련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노사발전재단이 주관하며 수행기관으로는 재단법인 피플 등 총 13곳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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