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허준(許俊) 선생과 팔의론(八醫論)
[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허준(許俊) 선생과 팔의론(八醫論)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4.05.09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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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의학계 반발과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를 바라보며
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의대 정원 확대로 불거진 의학계 반발과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에 온 나라가 시끌거리고 있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증원한다는 방침에 반발한 의학계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중심으로 사직서와 휴학계 제출 등으로 크게 반발하며, 수도권 '빅 5' 병원 중심으로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고 있다.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 남은 의료진이 업무 과중으로 인한 피로를 호소하거나 환자 불편이 이어지는 등 의료공백이 점차 커지고, 응급 당직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진료 현장을 떠나면서 환자들의 피해가 계속 늘어가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의사들의 의대 증원 반대가 '밥그릇 지키기'라는 반발과 함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저버리고 환자를 내팽개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고, 그들의 생각을 다독여 사태를 무리 없이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편이다.

연일 의사협회와 정부의 갈등으로 환자들은 곤경에 처하고, 전공의는 물론 의사들의 전략적(?) 저항은 어디가 끝인 줄도 모를 정도이다. 격(?) 높은 의사들의 수준 높은 투쟁(?)으로 그들이 의도(醫刀)를 내려놓자, 선혈이 진동하는 듯하다. 의도(醫刀) 없이도 선혈을 흘리게 하는 시위도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처음으로 알았을 것 같다.

지난 연휴에 드라마 ’허준‘을 다시 감상하게 되었다. 한국판 의성(醫聖)으로 불리는 허준(許俊) 선생은 진정한 의원의 길을 걸어간 심의(心醫)로 분명하게 다가왔다.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 선생을 주인공으로 하여 1999년에 방영된 MBC의 드라마이다. 대한민국 역대 사극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역사적인 작품이다. 

이 기록은 지금까지 깨지고 있지 않았으며, 플랫폼의 발전으로 인해 공중파 방송의 영향력이 약해진 이상, 앞으로도 깨지지 않을 기록이 될 것으로 보이는 드라마이다. 원작은 이은성(1937~1988)이 쓴 ’소설 동의보감‘이다.

전광렬, 이순재, 황수정, 김병세 주연으로 1999년 11월 22일부터 2000년 6월 27일까지 64부작으로 방송되었고, 주 조연 배우들의 열연과 각본의 뛰어난 완성도로 역대 ’허준‘ 드라마(4번 제작) 중 최고일 뿐 아니라 당대의 국민 드라마의 반열에 오른, 그야말로 불후의 명작이라 할 수 있다.                          

<이미지: 나무위키>
<이미지: 나무위키>

64회 드라마 요약 6편을 모두 보면서 오늘날 우리의 현실 앞에 왜 허준 선생 같은 명의는 눈에 띄지 않을까 안타까운 마음으로 감상을 했다. 의사(醫師. 醫士. 醫事?)들의 집단행동에 슬그머니 부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드라마 중 특히 눈에 다가온 것이 있었는데, 바로 여덟 종류의 의원 중 심의(心醫)가 되라는 스승의 엄중한 가르침이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팔의(八醫)는, 조선의 7대 세조가 편찬한 세조실록 및 의약론 편에 나오는 팔의론(八醫論)으로 의원을 여덟 종류로 나눈 것이다.

첫째, 심의(心醫)는 마음을 먼저 치료하는 의원으로 환자의 마음을 읽어서 편안하게 해주어서 병을 치료해 주는 의원을 의미하는데, ’욕치기병(欲治其病)하려면, 선치기심(先治其心)‘하라는 말로 그 병을 치료하고자 하거든 먼저 그 마음을 다스리라고 한다. 

모든 병이 그렇지는 않지만, 마음으로부터 생긴 병이 90%라고 한다. 심의는 마음을 다스려 주고 안정시켜 주어서 병이 생길 것을 미리 막아주는 예방 의원 역할을 하여 주어서 최고 의원이라고 했다

둘째, 식의(食醫)는 음식으로 병을 치료하는 의사로 약식동원(藥食同源: 약과 음식의 근원이 같다) 하지만, 약은 조금 먹여서 효과를 내고 음식은 자주 먹어서 효과를 내는 점이 다르다고 했다. 

많은 병이 음식 때문에 생김으로 음식량을 조절하여 예방하고 치료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의원이라고 하여 심의 다음으로 높게 평가했다. 오늘날 못 먹어서 생긴 병보다 너무 잘 먹어 생기는 병이 훨씬 많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셋째, 약의(藥醫)는 약만 믿는 의사로, 모든 병은 약으로 다스리는 의원인데 약이 만능이라고 권하면서, 모든 병을 반드시 치료한다고 주장하는 의원을 약의라고 부른다. 이를 삼류 의원이라 할 수 있다. 약을 과용하도록 부추기는 의원이 없는지 살필 일이다.

넷째, 혼의(昏醫)는 혼돈 스러운 의원으로, 의원의 생각이 혼란스럽고 의원으로 실력도 부족하여 환자를 보면 병의 소종래(所從來: 지내 온 내력)를 확실히 알지 못하여 자신도 당황하여 허둥대는 정신상태가 흐린 의원을 말한다.

다섯째, 광의(狂醫)는 미친 것 같은 의원이라는 뜻으로, 환자에게 적당하지도 않은 약을 예사로 투약하게 하고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정신이 나간 듯한 행동을 하는 의원을 미친 의원이라고 규정했다.

여섯째, 망의(妄醫)는 망령(妄靈)된 의원으로, 망령된 마음으로 환자의 병증을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고, 환자의 형편을 무시하고 자기 생각대로 약을 투약하는 의원이라 했다.

일곱째, 사의(邪醫)는 치료보다 돈만 아는 사기꾼 같은 의원이라는 뜻으로, 환자의 질병 치료가 목적이 아니고 돈만 밝히면서 환자에게 사기 치는 의원이라고 규정했다

여덟 번째, 살의(殺醫)는 환자를 거의 죽이려 하는 의원으로 앞서서 말한 혼의, 광의, 망의, 사의의 못된 것을 골고루 다 갖춘 의원을 말하는데, 병을 치료하려는 것이 아니라 더 악화시켜서 죽음으로 이끄는 의원으로 의원이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라 한다. (다음 카페 참조>

의원 ’팔 종류'에서 최고의 의원은 '심의(心醫)'로 병자가 의원의 눈빛만 보고도 마음의 안정을 느끼는 경지로 병자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가짐이 있는 품격 있는 의원 말한다. 

그다음은 음식으로 병을 고치는 '식의(食醫)'이며, 가장 아래 단계의 의원은 약으로 병을 고치는 '약의(藥醫)'라고 했다. 질병 치유에서 약보다 마음과 식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게 돋보인다. 

16세기에 "마음이 산란하면 병이 생기고, 마음이 안정되면 있던 병도 저절로 좋아진다."라고 저술한 동의보감의 허준 선생의 말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늘날 질병이 대부분 생활 속, 마음에서 싹튼 것이라면, 마음과 생활만 바꾸어도 다시 건강해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진정한 의사는 내 몸 안에 있다. 몸 안의 의사가 고치지 못하는 병은 어떤 명의도 고칠 수 없다. 의술이란 자연치유 기술 흉내를 내는 기술이다"라는 서양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의 말이 이를 뒷받침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사이에듀 평생교육원 교수
 •한국 생애설계연구소 소장 
 •한국 생애설계포럼 대표(경영지도사, 평생교육사, 생애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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