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유대인과 ‘하브루타(Chavrusa)’
[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유대인과 ‘하브루타(Chavrusa)’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4.02.01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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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아이를 수동적, 소극적으로 키울 것인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키울 것인가의 문제는 전적으로 부모에게 달려있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딱 두 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는 ‘해라’이고 다른 하나는 ‘하지마라’이다. 

마음이 급하면 지시를 통해 일을 해결하게 된다. 지시의 문제는 지시한 부모는 머리를 쓰지만 지시받은 자녀는 머리를 전혀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시받은 자녀는 부모의 지시 받은 대로 하기 위해 몸만 사용하면 된다. 

어쩌면 몸은 고달플 수 있지만, 마음은 편안할 수 있다. 자신은 시키는 대로 했기 때문에 일에 대해 어떤 부담이나 책임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그런 부모는 부모 스스로 혼자 애쓰는 가정을 만들게 된다. 

부모가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그저 충실한 수족이 될 뿐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애쓰는 것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조직 운영도 마찬가지다. 지시와 명령으로 조직을 운영해 나가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나올 수 없다.
                                 
필자가 기업에서 ‘코칭 리더십’을 강의한 적이 많다. 코칭 리더십의 핵심은 ‘질문’ ‘경청’ ‘피드백’으로 구성되는데, 이것이 사이클처럼 효과적으로 굴러가야 한다. 학교 다녀온 아이에게 빨리 밥 먹고 숙제(공부)하라거나 학원가라고 독촉하는 엄마가 대다수이다. 

그렇게 ‘하라’고 하지만 말고 질문을 해야 한다. 공부가 왜 필요한지? 공부 잘하면 어떤 결과를 얻게 되는지? 성장 후에 자녀의 모습을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지? 질문하고 토론하여 아이 스스로 미래를 꿈꾸고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부모의 바른 훈육법이라 할 수 있다. 

‘해라’는 말과 ‘하지마라’는 말을 쓰지 않고 질문으로 얼마든지 자식 훈육이 가능하다.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는 능력이 몸에 배게 하여야 한다. 요즘 아이들이 의사결정 장애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부모가 모든 것을, 다 챙겨 주고,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미지: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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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아이로, 하여금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최선의 수단이다. 엄마의 학습에 대한 간섭을, 줄이고 자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스스로 학습하고 홀로 설 수 있도록 가르쳐서 아이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부모로서, 가장 값지고 가치 있는, 교육이 될 수 있다. 부모 자신을 위해, 자녀를 위해, 학습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좋은 질문과 적극적인, 경청과 긍정적 피드백’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노벨상 수상자 30%, 아이비리그 석권, 억만장자의 40% 차지 등 이 놀라운 성과를 이뤄낸 것은 단 0.2%의 인구 비율로, 세상을 움직이는 ‘유대인’이다. 

하버드 입학 논술 문제가 어릴 적 식탁에서 가족과 나눈 대화보다 쉬웠다고 말하는 그들의 성공 뒤에는 ‘부모’의 ‘질문과 토론’이라는 위대한 키워드가 숨어 있다. 

우리 아이들처럼 듣고, 외우고, 시험 보고, 잊어버리는 학습 방식이 아니라 유대인들은 그들의 자녀교육법인 ‘하브루타(Chavrusa, chavruta, havruta, חַבְרוּתָא)라는 유대인의 전통적 학습 방법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문자적 의미로 우정, 동료 등 예시바(yeshiva) 및 코렐(kollel)에서 주류적 학습법’을 고수한다. 유대인 자녀들은 어릴 적부터 부모와 식탁에서 치열하게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성장한다. 자신 있게 손을 들어 자신이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누군가의 질문에도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제시하고 답할 수 있게 가르친다. 

유대인들이 수천 년간 이어온 검증된 자녀교육의 해법이 ‘하브루타’이다. 유대인들을 만드는 ‘하브루타’의 기본 원리는 친구와 함께 공부하면서 동료들과 사물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하고 새로운 내용을 더 알아가는 것이다. 

친구에게서 배우는가 하면 친구들 가르치기도 한다. ‘하브루타’는 학생 하나하나가 상대방에게 중립적인 교사가 되어 서로 최상의 아이디어와 생각을 끌어낸다. 그뿐만 아니라 교사가 되어 다른 사람을 가르칠 때 짝을 지은 상대방을 가르쳐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게 된다. 

따라서 주제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강한 동기가 생긴다. 이렇게 하면 공부한 내용을 빨리 잊지 않게 되며 학생은 선생님의 입장을, 잘 이해하게 된다.

이처럼 수많은 학생이 둘씩 짝을 지어 토론하고 논쟁하면서 친구가 친구를 가르치는 것이 ‘하브루타’이다. ‘하브루타’는 보통 두 명이 짝을 지어 ‘프렌드십’ 이나 ‘파트너십’으로 공부하는 것을 말한다. 때에 따라 여러 명이 하는 경우도 가끔 있으나 보통이 두 명이고 거의 네 명을 넘지 않는다. 

이것을 학생들이 짝을 지어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앉아서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논쟁 수업 방식을 말한다. 친구를 통해 배우는 것이다. 왜 두 명이 기준인가? 둘씩 짝을 지어야만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이미지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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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브루타’의 기본 원리는 질문이 핵심이다. 아이에게 지시나 요구, 설명을, 하기보다는, 질문을 많이 한다. 틀린 답을 말해도 모범 답을 알려주지 않고 다시 질문으로 답한다. ‘하부루타’를 하기 전에 내용에 대해 충분히 준비하게 하고 아이가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하게 한다. 

또한 ‘하브루타’는 사고력 신장이 목적이고. 뭔가를 외우고 알게 하는 것보다 뇌를 자극해 통찰력을 높여 세상을 보는 안목과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것이 목적이다. 

모르는 것은, 책을 다시 보거나 자료(인터넷 등)를 검색하는 등 스스로 찾아보게 하며 많은 내용을 다루기보다는 하나의 내용을 깊이 있고 폭넓게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나이가 어리더라도 쟁점을 만들어 토론과 논쟁으로 끌고 가는 것이 뇌를 계발하는 방법으로 꼭 가르쳐야 하는 원칙이다. 삶의 가치관은 대화를 통해 분명하게 인지하게 한다. 묻고 답하는 교육이 최상의 학습법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니어들도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끼거나 두려워하지만, 말고 질문하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배워야 한다. 대답해 줄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가족에게 묻고 선배에게 묻고 친구에게 묻고 후배에게도 물어야 한다. 

검색 창에 묻고 전문가에 물으면 반드시 기대하는 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용기가 필요하다. 한두 번 묻다 보면, 질문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지게 되고 사고의 폭도 크게 넓어지게 될 것이다. 그 무엇도 질문 없는 해답이 나올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사이에듀 평생교육원 교수
 •한국 생애설계연구소 소장 
 •한국 생애설계포럼 대표(경영지도사, 평생교육사, 생애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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