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연말 결산과 제야(除夜)의 종(鐘)
[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연말 결산과 제야(除夜)의 종(鐘)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12.28 0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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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2023년 계묘년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연말이 되면 연말정산을 하게 된다.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한 연말정산도 필수지만, 자신이 일 년 동안 경험하고 겪은 것들에 대해서도 정리하고 결산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자문에 자답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고마운 분께 인사도 드리고, 가까운 사람들과 송년(送年) 모임을 가지며 한 해를 정리하는 것은, 신년을 맞이하는 기본자세가 될 것이다. 재무적 연말정산이 아니라 한 해 동안 살아온 다양한 항목의 결산을 해야 보아야 한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이 다가오면, 늘 지난 것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행복했던 일, 슬퍼했던 일, 좋았던 일, 아쉬워했던 일, 어느 한 해도 만족하며 보낸 적이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올해는 좀 달라진 것이 있을까? 

스스로 만들어놓은 생각의 늪 속에서 뒤엉켜 보낸 나날이었는지 그저 평범한 한해였는지, 아니면 값지게 보낸 한해였는지 결산이 필요하다. 
 
잘한 일 잘못한 일은 무엇이며, 주변은 잘 챙겼는지, 사회인으로 가장으로 아버지로 남편으로 친구로 내 몫을 제대로 했는지, 감사한 일은 제대로 했는지, 남에게 잘 베풀었는지 잘못한 일에 대해 사과와 반성은 제대로 했는지, 책은 몇 권 읽었고, 영화는 몇 편 정도 봤는지. 가보고 싶은 곳은 가보았는지 각자의 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정할 수 있을 것이다. 

공연이나 전시회 관람처럼 관객의, 입장에서 즐기는 문화생활도 있었고 즐거운 여행, 여러 동호회처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레저 활동도 있을 것이고, 꼭 바깥 활동이 아니라도 내적으로 성찰하고 결산할 내용은 많다. 

2023년 함께한 모든 것은, 이제 과거로 넘어간다. 그래서 2024년 새 아침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섣달그믐날 모처럼 모여앉아 오손도손 이야기 나누며 송년(送年, 忘年, 望年)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어둠이 깊어가듯 연말의 시간도 깊어만 간다. 새날을 영접할 생각에 희망이 부풀기도 한다.

다가오는 2024년 새해의 새로운 계획을 세우려면 지나간 한해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돌이켜 보면서 “자신이 잘했지만, 더 잘할 수 있었거나 ▲더 잘했어야만 하는 일은 무엇이었는지, ▲자신이 잘못한 일을 반성하고, ▲자신이 더 잘했어야, 하는데 제대로 하지 못한 일은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그걸 바탕으로 다음 해 계획을 짜고 세우는데 계획의 우선순위도 정하여야 할 것이다.

다수의 유명 인사들은 년 말과 년 시 전후로 혼자 어딘가로 떠나서 몇 주일이나, 며칠 동안 자기성찰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소시민들이 몇 주를 통째로 할애하긴 어렵겠지만 하루 이틀쯤은 냉정하게 자기를 돌아볼 시간을 갖는 것이 새해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 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의 대표적 지출’ ▲‘올해 가장 즐겁고, 기뻐했던 일’ ▲‘올해에 가장 남는 아쉬움’ ▲‘올해에도 버리지 못했던 나쁜 습관, ▲‘올해 새로 발견한 나의 모습’ ▲‘내년에 새롭게 해보고 싶은 것’ 등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하면 된다. 

잘 기억이 나지 않으면, 모바일 전화기에 기록된 사진을 살펴보면 다양한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가장 맘에 드는 것과 지워버리고 싶은 것을 찾다 보면, 여러 단서가 나올 것이다. 그것을 통해 나의 1년을 돌아보고 확인해 보면 좋을 듯하다.

나의 한해가 허무하게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좋은 일도 즐거운 일도 새로 만난 좋은 인연도, 그리고 보고 읽고 들은 것도 많을 것이다. 올해의 5대 또는 10대 뉴스를 선정해 보면 더욱 의미 있을 것이다.

또한, 연초에 이루고 싶었던 목표와 계획을 다시 찾아보고 얼마나 달성했는지 미진한 부분은 무엇인지 살피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일기를 썼다면 올 한해를 돌아보고 자신의 역량, 향상을 위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고, 많은 정보와 지혜를 얻는다. 유튜브 등을 통해 수많은 인터뷰 콘텐츠를 보면서, 정작 자신에게 인터뷰할 생각은 하지 못한다. 

그만큼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런 작업 자체를 오글거린다고 여기기도 하며, 이미 자기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인터뷰를 요청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다양한 자기 질문을 통해 자신의 멋진 답변을 찾으면 자신에 대한 자긍심과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도, 미래에도 살지 말고, 오직 현재를 살아라.’하는 말을 새기며 올 한 해를 보낸다면, 연말만큼은 과거와 미래에 연연해도 좋을 것이다. 1년은 금방 간다. 1년 뒤의 내가 열어볼 올해의 연말 결산을 떠올리며, 다양한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해보자. 

연말 시상식에서 하는 연예인들의 수상 소감보다 훨씬 멋지고 감동적인 한마디를 건져 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작은 일의 결과라도 내가 애쓴 결과가 좋았다면 나를 상찬(賞讚)하는 것도 반드시 해볼 필요가 있다. 살다 보면 남의 칭찬에 목매게 되는 순간들이 생각보다 자주 찾아온다. 

타인에게 인정 투정을 하던 순간들도 생각날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필요한 말은 결국 나에게 있다. 타인의 말은 내게 완전하게 다가올 수 없다. 내가 나를 칭찬하고 격려해 줄 필요가 있다.

표창은 조직이나 다른 기관에서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내가 나에게 표창하는 이벤트를 하면서 자신에게 충분한 포상을 하는 것도, 자기 동기부여와 시기 진작(振作)이 될 것이다. 

더불어 친구와 가족에게 표창하여 행복의 가치를, 끌어 올리는 것도 해보면 좋겠다. 
“나는 무수한 어제를 극복하고 오늘을 맞이했다. 오늘을 지혜롭게 살며 어제를 극복하고 오늘을 맞이한 기특한 나이다.” 

한해를 슬기롭게 살아온 가족들에게, 표창하고 친구에게 표창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Ex : 우정상, 귀하는 올 한해 내가 힘들 때나 기쁠 때나 항상 함께하며 세상 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도와주었기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 상을 수여합니다. 2023.12.30. 당신의 진정한 벗)

연말 결산을 하면서 한 해를 보내는 제야(除夜)를 의미 있게, 보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래서 내 마음속의 제야의 종을, 힘있게 타종(打鐘)하며, 새해 새날을 맞이하도록 하자. 

‘앨프리드 로드 테니슨’은 사원의 타종을 보며 제야(除夜)를 이렇게 노래했다.

”울려라, 우렁찬 종이여, 거친 창공으로 
날아가는 구름, 얼어붙은 빛을 향해
오늘 밤 이해는 사라져 간다.

울려라, 우렁찬 종이여, 이 해를 가도록 하라
낡은 것 울려 보내고 새로운 것 울려 맞으라.
울려라, 흰 눈 너머로 기쁜 종이여
이 해는 가나니 가도록 두어라.

거짓은 울려 보내고 진실을 울려 맞으라
더  이상, 보지 못할 이들 때문에
마음을 기진케 하는 슬픔을 울려 보내라
빈부의 반목을 울려 보내고
만인을 위한 구제책을 울려 맞으라

좀처럼 죽지 않는 주의 주장
해묵은 당파 싸움을 울려 보내고
더 아름다운 풍속, 더 깨끗한 법을, 지닌
더 격조 높은 삶의 양식을, 울려 맞으라

궁핍과 근심과 죄악, 이 시대의 차디찬 불신을 울려 보내라
울려라, 내 슬픈 노래를 울려 보내고
더 훌륭한 시인을 울려 맞으라
지위와 혈통에 대한 헛된 자만 중상, 모략, 적개심을 울려 보내고
진리와 정의를 아끼는 마음과 모두가 선을 사랑하는 마음을 울려 맞으라

울려 보내라, 오래 묵은 못된 병을
울려 보내라, 황금을 향한 옹졸한 탐욕을
울려 보내라, 과거의 천 가지 전쟁을
울려 맞으라, 평화의 즈믄 해를
울려 맞으라, 용기 있고 자유로운 정신을
더 넓은 마음과 더 다정한 손길을
울려 보내라, 이 땅의 어두움을
울려 맞으라, 오시게 될 우리의 구세주를“

여기에 덧붙여 아름다운 가정과 평화롭고 활기찬 대한민국의 새해를, 맞으라!

우리들의 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상한 세력들의 해묵은 싸움, 욕망, 근심, 죄악, 그리고 이 시대의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함 들이 사라져버리라고 소리높여 외쳐라. 

부와 권력에 얽매인 허장성세와 몰염치와 파렴치한 이기주의, 수많은 다툼의 암울함도 모두 종소리에 실려 보내버리자. 어쩌면 계묘년 한해는 밝음보다는 어둠이, 희망보다는 실망이, 기쁨보다는 슬픔과 두려움이 더 많았었다. 

많은, 위정자들이 앵무새들처럼 ‘아더메치’한 말의 잔치만 울창하게 떠들어 우리를 실망하게 한 한 해였다. 이런 한 해를 종소리에 실려 보내버리자. 그 종소리의 긴 여운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희망의 메아리를 들어야 한다. 

시간은 변화의 혁신자이다. 2024 갑진년(甲辰年) 새해의 새 시간은, 올해와 같아서는 안 된다. 그래서 시간이 위대한 변혁자(變革者)가 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시간의 힘을 믿는다. 묵은해는 영원히 사라져도 좋다. 

우리는 새해를 맞아들일 것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과 활력이 넘치는 새해를 만들어 가야 한다.

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사이에듀 평생교육원 교수
 •한국 생애설계연구소 소장 
 •한국 생애설계포럼 대표(경영지도사, 평생교육사, 생애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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