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
[기자수첩]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3.04.17 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견 확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관점에서 이뤄져야
손쉬운 실업수당만으로 만성적 취업난맥 해결 못해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그달의 고용동향은 어느 새부턴가 몇몇 숫자만 달라질 뿐 전체적인 골자는 붙여쓰기를 한 것처럼 고정적이다. 우리 사회의 중추세력으로 분류되는 20-40대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매달 갱신되는 고용동향을 이젠 더 이상 볼 이유가 없을 정도로 최근 십여년간의 취업난은 만성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당국은 갖은 정책을 수시로 내어놓고 있지만 익히 알다시피 별무신통이었다.

왜 그럴까. 많은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임기응변식의 대처를 문제로 꼽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실업수당이나 실업부조 등 실직자 소득지원에 대한 지출에만 매달리는 소극적 노동시장정책이다.

취업을 못하니 경제지원이라도 해서 불만을 누그리겠다는 뜻일 텐데 이야말로 굶주림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물고기를 잡아 바치는 식이다. 순간의 불만이야 사그라지겠지만 그게 영속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가 아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런 식의 소극적 노동시장정책은 실업자들을 안주하게 함으로써 근로의욕을 약화시켜 실업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 많은 보고와 연구들이 이를 지적하고 있다.

정작 필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구직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정책, 바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여전히 그와 관련된 뉴스들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지난해 연말 한국경제연구원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 실업률에 미치는 영향 분석’ 연구를 발표하고 우리 정부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개진함에 미흡함이 있음을 꼬집었을 정도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지출규모가 OECD 절반 수준에 불과할 만큼 취약했다. 국제비교가 가능한 2019년 기준으로 OECD 국가(33개)들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지출 규모(GDP 대비 비중)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OECD 평균(0.72%)의 약 절반 수준인 0.37%를 기록하고 있었다. 국가별 순위에서도 OECD 33개국 가운데 20위를 기록하고 있어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지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노동시장정책의 지출 규모 대비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지출 비중은 OECD 국가들은 평균 52.55%를 기록한 반면, 우리나라는 44.05%로 50% 미만으로 조사되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취업시장의 난맥상이 쉬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소극적 노동시장정책에 매달리는 현 상황은 조속히 타개되어야 옳다. 이미 우리보다 앞서 취업난을 겪은 선진국들의 사례가 그를 증명한다.

선진국들은 과거 실업자들의 생계지원을 위한 실업수당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지만, 최근 적극적 노동정책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노동시장의 이동과 조정을 원활하게 해서 생산적 활동에 근로자가 쉽게 재배치되게 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쉽게 얻게 해서 노동시장의 효율성과 공평성을 동시에 높이려는 정책인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문제 해결에 필수적이란 사실을 인지한 때문이다.

단순한 생계지원이 실업자들의 실업 장기화를 초래하는데 비해 적극적 노동정책은 실업자들의 노동시장과의 접촉을 유지시켜 특히 자격이 부족한 구직자나 장기실업자의 취업 가능성을 높게 해준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부분이 바로 파견 범위의 확대다. 파견 범위의 확대야말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의 관점에 어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를 고려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지난 1998년 노동시장 유연화 차원에서 도입된 이후 철옹성처럼 변하지 않는 파견법을 두고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말만 무성할 뿐 실제론 달라지는 게 없는 실정이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는커녕 발전 가능성을 가로막아서는 구태의 전형인 파견법을 개정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다.

현 정부의 싱크탱크 중 하나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노동 개혁 권고안을 통해 파견법 개정을 언급한 것은 그래서 반가운 일이다. 지난 해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노동 개혁 권고안을 통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개선 권고'를 냈는데, 32개 파견 근로 허용 업종 제한을 확대하고 2년으로 제한된 파견기간을 확대해 노사 갈등을 해소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역시 이에 발맞춰 올 초 고용부를 통해 발표된 '2023~2027 고용정책 기본계획'에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표방하고 나섰다. 단순한 현금지원이 아닌 취업촉진·근로의욕 증진에 방점을 맞춘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파견 확대의 단초가 제시되기도 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일자리가 주어져야한다는 점이다. 파견 범위의 확대가 대기업은 물론이고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인력확보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이로 인해 노동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적 약자들에게 취업의 기회가 확장될 것이라는 것은 너무도 이해가 쉬운 일이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 취업난을 겪는 구직자들의 기회 제공을 동시에 이뤄낼 수 있는 파견 확대, 즉 파견법 개정을 위한 분위기는 충분히 마련되었다. 이제 책임 있는 집단에서 나서기만 하면 된다. 따지고 보면 참 쉬운 일이다. 그 쉬운 일을 하라고 말할 자격이 우리들에게는 있는 것이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