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기 교수의 ESG 경영 이야기] 컴플라이언스 관리의 중요성과 본립도생(本立道生)의 정신
[이용기 교수의 ESG 경영 이야기] 컴플라이언스 관리의 중요성과 본립도생(本立道生)의 정신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4.01.02 0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이용기 교수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이용기 교수

ESG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management)는 요즘 기업 경영 트랜드다. 환경, 사회공헌, 윤리를 중요 가치로 내건 ESG경영을 제대로 실행하려면 컴플라이언스 경영(compliance management)을 해야 한다. 

컴플라이언스 경영이란 기업이 적법한 절차와 법을 따르는 준법경영을 하고 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것을 의미한다. 컴플라이언스 경영의 실행 정도의 여부는 기업의 리스크(위기)관리 능력의 차이로 드러나게 되고, 그 결과는 바로 기업경영을 잘하는가, 아닌가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 

어릴 적 우리들은 교통 신호등과 같은 간단한 법과 규칙을 지키며, 도덕적 가치를 배웠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사회는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복잡해졌다. 이제는 이러한 기본적인 규칙을 넘어 새로운 법과 규칙을 받아들이고 지켜야할 때다. 

이는 기업 경영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현대 사회에서 기업의 활동은 개인, 다른 기업, 사회, 국가, 심지어 인류와 지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이 성장하고 복잡해질수록, 그들의 행동은 더 큰 영향력이 있다. 그렇기에 기업이 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기업의 관점에서 법을 잘 지키는가를 측정하는 회계 부정 신고는 2016년 19건에서 2021년 92건으로 증가되었으며, 포상금 지급도 2016년 2건, 2,740만 원에서 2020년 12건 40,840만 원, 2021년 5건 22,840만 원, 2023년 5건 21,340만 원으로 과거에 비해 증가되었다. 

회계 부정이 증가되는 이유에 대해 연구자들은 기업의 단기성과가 경영성과로 측정되며, 단기성과를 높이기 위해 CEO들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기업의 재무제표는 CEO의 성과를 좋게 평가받기 위해서 수정될 기회를 줄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 투자자와 주주는 보이지 않는 리스크로 인하여 리스크 프리미엄(risk premium)을 겪게 된다. 

스톡옵션을 가진 경영진들이 주가가 급상승하자마자 자사 주식을 매도하여 주가 급락을 초래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예가 그것이다. 이런 행위들은 결국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경제개혁연구소(ERRI; Economic Reform Research Institute)에 따르면, 2018-2021년 사이에 코스닥 상장사 등기임원 중 스톡옵션을 행사한 196명 중 50.5%가 스톡옵션 행사 1년 이내에 주식을 처분하였다. 

이것은 경영자와 주주의 이해를 일치시키라는 의미에서 CEO에게 부여한 장기적 관점의 주식 보상인 스톡옵션의 본래 의미를 퇴색시킨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하여 강력한 컴플라이언스 경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 시스템은 기업의 정책과 절차를 명확히 하고, 윤리적인 결정을 촉진하며, 위법 행위의 방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기업은 내부감사 시스템을 강화하고, 투명한 보고 체계를 구축하며, 윤리적인 기업 문화를 장려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또한, 경영진에 대한 적절한 감독과 책임을 확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은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성과 기업의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컴플라이언스 경영 시스템에 더욱 주목하여야 한다. 이는 기업 가치의 향상뿐만 아니라 투자자와 주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다.

지난 호에서 살펴본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공급망 실사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CSDDD)'은 ESG 경영 시대에서 기업이 지켜야 할 법과 규칙 중 하나이다. 

기업에게 컴플라이언스 경영은 기업의 투명성 관리를 통하여 기업 리스크와 비용을 낮추면서도 기업 신뢰를 높여서 경쟁자에 대한 우위를 차지하도록 도울 것이다. 기업이 지켜야 할 컴플라이언스의 기본은 윤리강령(code of ethics) 또는 행동강령(code of conduct)을 명문화하는 것이다. 

윤리 또는 행동 강령이 조직구성원들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기준이나 표준으로 인식하고 친밀하게 된다면 조직의 윤리문화와 윤리적 가치가 확립된다. 이는 고객(또는 중간상인, 가맹점 등)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에게 긍정적 이미지와 신뢰를 주어 기업의 재무적,비재무적 성과를 높이는데 기여한다.

최근 기업의 내부 컴플라이언스 경영 시스템은 안전과 보건, 식품 안전, 금융시장, 환경과 에너지, 인권, 정보보안, 부패방지 등 다양한 분야로 구분되며,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한국준법진흥원에 따르면, ISO 37301은 2021년 4월 국제표준화기구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모든 조직 활동에서 컴플라이언스(준법 등) 분야에 적용 가능한 요구사항으로 제3자 인증이 가능한 글로벌 스탠다드이다. 

ISO 37301은 해당 조직에서 정한 컴플라이언스 경영 시스템을 수립, 개발, 실행, 평가, 유지 및 개선 운영하고 법령 및 규제, 모범 관행, 윤리 및 지역사회의 기대준수에 대한 조직의 대처를 실증하는 제도다. 

컴플라이언스 의무(Obligation)로써 해당 조직이 정한 법률, 규정, 절차, 행동(윤리) 강령 뿐만 아니라 조직 활동, 제품, 서비스 등 관련된 관리 프로세스의 결과물들을 심사하게 된다. 

특징으로는 미국 법무부 Corporate Compliance Program을 반영하였으며 공공, 민간 또는 비영리 부문에 관계없이 모든 조직에 적용 가능한 규격이다. 그러나 컴플라이언스 경영 시스템에 대한 실제 활동이 안된다면 그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CEO를 비롯한 기업 전 구성원들에 대한 컴플라이언스 교육훈련, 내부감사 관리와 인증시스템의 확립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매년 인증을 위한 기업 건강검진 보고서가 만들어져야 한다. 

기업의 다양한 리스크를 식별·평가하기 위한 매트릭스는 발생가능성과 영향도를 이용하여 작성될 수 있다(<그림 1> 참조). <그림 1>에서 보듯이, 발생 가능성과 영향도는 각각 1 – 5점으로 구분하여 측정되나, 1 – 7점 또는  1 – 10점으로도 측정 가능하다. 

각 셀의 점수는 발생가능성과 영향도의 점수를 곱한 값이다. 예를 들면, 리스크 내용이 발생가능성(5점), 영향도가 중요(4)로 평가되면, 재앙(20)이 되며, 통제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색상이 적색일 경우엔, 관리 감독이 체계적이며, 꼼꼼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반면에, 거의 발생되지 않을 것 같으며(1점), 영향이 거의 미미하면(1점), 그리 큰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 따라서 평가 척도는 기업의 상황에 맞게 조정 가능하며, 평가 정도에 따라 담당 부서나 회의 빈도, 비용 등이 변동될 수 있다. 

<그림 1> 리스크관리평가 매트릭스  
<그림 1> 리스크관리평가 매트릭스  

최근 모건설사가 완공한 아파트에서 철근 부족이 발견되어 브랜드 이미지의 가치가 급락되고, CEO가 교체되었다. 담당했던 임직원들도 함께 좌천되거나, 옷을 벗었을 것이다. 리스크는 예측이 가능하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 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기업은 평소에 리스크통제를 잘할 수 있는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리스크에 대한 인식 그리고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으로 가능해진다. 교육과 훈련 매뉴얼대로 임직원들이 따랐느냐에 따라 리스크는 관리될 수 있다. 

그러나 리스크는 집중하여 관리하면 막을 수 있으며, 반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예를 들면, Johonson & Jonhson은 1982년 9월 말 시카고에서 J&J의 대표상품인 캡슐형 타이레놀에 정신질환자가 독극물을 투여하여 소비자 중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 되자, 미국 정부가 제품 회수를 지시한 시카고 지역 이외 미국 전역에서 제품을 회수하여 약 1억 달러 이상의 손해를 감수하였다. 

그리고 Johonson & Jonhson은 사건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완전공개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사건이 정리될 때까지 제품 복용을 하지 말라고 알렸다. 그 결과, Johonson & Jonhson은 1년도 안되는 1983년에 잃어버린 시장을 완전히 되찾았으며,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Johonson & Jonhson의 리스크관리 사례는 서비스나 제품의 실패를 잘 극복하면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고, 그 결과 매출액 등 경영성과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리스크관리원칙을 제대로 실천한 것이다.  

대학원생들이 어떻게 논문을 써야 할 지에 대해 물어볼 때마다, 필자는 항상 다른 학자들의 우수한 연구 논문들을 광범위하게 읽을 것을 강조한다. 이는 논문 작성에 필수적인 방법론과 지식 습득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소한 100편의 좋은 논문을 읽다 보면, 내가 쓰고 싶어 하는 주제에 관련된 지식들을 이론적 배경에서 얻을 수 있다. 연구방법을 읽어보면 연구설계를 할 수 있고, 분석 내용을 읽으면, 분석 방법을 알 수 있다. 결론을 읽으면 결론을 전개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러한 지도 방법은 기본이 서야 나아갈 길이 생긴다는 본립도생(本立道生)이란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이것은 고난도의 코스에서 스키를 타고 싶다면 먼저 저난도의 코스에서 스키 타는 기초를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급이나 중급코스를 거르고 상급 코스에서 스키를 타는 경우엔 필시 큰 부상을 입을 것이다. 

기업이 직면한 위기의 극복은 기업이 준수할 법과 규칙을 설명하는 컴플라이언스를 기본으로 한다. 기본이 있어야만 잘못된 길을 가더라도 다시 돌아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으며, 잘못된 길이 무엇인지를 되짚어 볼 수 있다. 

징검다리를 하나하나 건너는 것이 바보 같아 보이는가? 무턱대고 단번에 건너려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보단 훨씬 현명한 선택이다. 우리는 이미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이 붕괴되는 재앙을 겪으면서 기본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충분히 알게 되었다. 

새해엔 기본을 중시하는 본립도생의 마음으로 기업뿐 아니라 우리 모두 아름다운 사회의 기초를 만드는 주춧돌이 되기를 희망한다. 더 나아가, 새해엔 본립도생의 정신으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보여주는 정치인들이 많이 나타나길 간절하게 바란다. 
 
참고문헌:
ERRI 경제개혁연구소(2022). 스톡옵션 행사 후 주식보유의무 필요성과 사례. http://www.erri.or.kr/bbs/board.php?bo_table=B12&wr_id=376; 한국준법진흥원. ISO 37301(규범준수경영시스템). https://www.grc.or.kr/sub2/2_5.php?cate=9    

●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세종대학교 탄소중립ESG연구소 소장
● 세종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 지속가능(ESG)경영전공 Founder(2020)/코디네이터
● 세종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시니어산업학과 석사과정 Founder(2020)
● 세종대학교 산업대학원 마케팅학과 Founder(2007)(현, 유통산업학과)
● 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프랜차이즈석사과정 Founder(2006)
● 세종사이버대학교 경영학과 Founder(2005)
● (사)한국프랜차이즈경영학회 회장
● SDX재단 교육연구원 자문단장
● 통통(通統): 통하는 통계셰프 easy statistics 유튜브 채널 운영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