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노동자 몫이 파견업체로?...4대보험료·복리후생비도 '중간착취'로 매도
[이슈분석] 노동자 몫이 파견업체로?...4대보험료·복리후생비도 '중간착취'로 매도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12.28 0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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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하청에 지급하는 파견대가, 법정보험료 등도 포함돼
직접인건비와 4대보험료율은 고정값...산출내역서도 원청에 전달
파견근로자 처우개선, 파견기간 확대와 최저가낙찰제 개선이 절실
파견 수수료를 두고 파견근로자의 임금을 중간에서 착취한 것이라는 근거없는 논란이 일면서 파견업계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파견 수수료를 두고 파견근로자의 임금을 중간에서 착취한 것이라는 근거없는 논란이 일면서 파견업계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최근 '파견근로자보호법 개정안'안을 두고 지난해 발의됐던 파견대가의 수수료 상한선을 지정하자는 내용과 파견의 기간과 파견 허용 업종을 확대해야한다는 의견이 대립하면서 파견업계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후 파견 사업주가 근로자 임금을 중간에서 착복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파견대가(파견수수료)'가 수면 위에 오르자 파견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파견업계의 숙원이었던 파견허용 업종의 확대에 대한 기대를 가져보기도 전에 파견업 규제가 다시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파견업계 관계자는 "파견업에 대한 정의도 제대로 내리지 못한채로 '수수료'를 '중간착취'로 매도하면서 논점을 흐리고 있다"며 시대를 역행하는 법안 발의에 경계를 곤두 세웠다. 

■ 근로자 임금 중간 착취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구조 
파견업체에 대한 중간착취 논란은 파견 계약 과정에서 발생하는 파견 대가에서 비롯된다. 사용기업과 계약 시에는 일반적으로 파견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되는 직접인건비에 4대보험료와 복리후생비 등 간접 비용과 파견 기업에 돌아가는 수수료 등을 합해 입찰계약이 진행된다. 

문제는 일부에서 파견기업들이 근로자의 직접 인건비를 날조하여 실제보다 낮게 지급하고 차액을 중간 착취하고 있다는 주장이 일면서 불거졌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4대보험료 등의 간접노무비 등이 포함된 파견 대가가 파견기업의 순익이고 본래는 근로자에게 지급되었어야 할 몫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파견기업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파견근로자보호법에 따른 파견 대가는 파견업체가 근로자를 파견하면서 사용기업으로부터 받는 대가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파견업체의 이윤 뿐 아니라 4대 보험료와 파견근로자 관리비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비용이 포함된 금액 자체를 파견기업의 수익으로 보는 것은 업계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은 유료직업소개소와 파견업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유료 직업소개소는 일할 수 있는 근로자를 기업에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지속적으로 연락이 닿는 근로자도 있을 수 있으나 외국인 등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일용 근로자가 대부분이다. 유료 직업소개소의 경우에는 소개를 받은 기업에도 소개 명목의 수수료를 받고 구직자 즉 근로자에게도 임금에서 일정 대가를 받는다.

반면 파견은 파견 사업주가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법정보험료 등을 지불하고 파견근로자에 대한 관리와 교육 등을 수행한다. 이를테면 원청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파견근로자가 지급받는 육아휴직 비용 등 관리는 모두 파견기업이 수행하는 몫이다.

이러한 역할을 대신 하는 조건으로 원청사로부터 받는 것이 파견대가다. 파견근로자가 받는 실질임금과는 무관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파견의 대가를 직업소개소의 수수료와 혼용하면서 마치 파견대가가 근로자 임금에서 발생하는 수수료인것처럼 오인되고 있는 것이다. 

한 파견업체 관계자는 "도급이나 파견 모두 입찰 시 5% 내외의 파견 대가를 받고 근로자 채용과 기본 교육, 명절 및 경조사 등 복리후생비 등을 지급한다"며 "실제 파견기업의 순이익은 1% 내외의 사업이다. 사용기업 대신 근로자를 관리하고 채용을 연계하는 명목으로 정당하게 받은 비용을 중간착취 수수료로 매도하는건 너무한 처사"라고 호소했다.

근로자의 임금을 허위로 날조해 실제 사용기업이 제시한 금액보다 낮게 지급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사용기업인 원청에 산출내역서와 근로자 임금 지급 내역 등을 제출해야하고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자에게도 매달 임금명세서를 전달해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경우에는 아예 노무비 구분관리 및 지급확인제를 도입하고 있기도 하다. 예를들어 12월 조달청에 등록된 한 입찰 공고를 살펴보면 공고문에는  '근로자 노무비 구분관리 및 지급확인제'를 명시하며 '노무비를 노무비 이외의 대가와 구분하여 관리하고 노무비를 지급받은 날부터 특정일 이내에 노무비 전용 계좌에서 이체하는 방식으로 노무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달청에 올라온 한 입찰공고다. 위 입찰은 노무비 구분관리 밑 지급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공고로 노무비를 전용계좌에서 지급하고 이를 원청에 제출하도록 되어있다.
조달청에 올라온 한 입찰공고다. 위 입찰은 노무비 구분관리 밑 지급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공고로 노무비를 전용계좌에서 지급하고 이를 원청에 제출하도록 되어있다.

이어 노무비 지급을 청구할 때는 매월 모든 근로자의 당월 노무비 청구내역과 전월 노무비 지급 내역을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중간에 노무비를 임의대로 조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남창우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원청기업에서 뻔히 확인하고 있는 구조인데 대놓고 파견기업이 중간 착취를 하고 있다면 어느 누가 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겠는가"라며 "직접인건비와 4대보험료 등은 원청에서 정한 고정비이며 파견근로자와는 이를 근거로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 최저가 낙찰제, 짧은 파견기간부터 손질해야
그렇다면 파견근로자의 실질적인 처우개선이 더딘 점과 낮은 임금 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실제로 파견근로자는 상대적으로 평균 임금이 낮고 최저임금 영향권에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파견업계가 꾸준히 저임금 근로자 생산 산업, 노동자의 권익을 착복하는 산업이라는 손가락 질 받는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파견근로자의 임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용기업 즉 원청사다. 파견근로자의 임금이 포함되는 입찰 가격을 정하는 것이 바로 원청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입찰은 대다수가 여전히 '최저가 낙찰제'를 활용하고 있다. 원청으로부터 계약을 맺어 기업을 운영해야하는 구조상 파견기업이 원청에 파견근로자의 임금을 높여달라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이유다. 파견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원청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저가 낙찰제란 공사나 물품납품 입찰과정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사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제도다. 즉 다른 모든 점수가 만점이라고 가정한다면 가장 낮은 입찰 가격을 써낸 업체와 계약을 하겠다는 뜻이다. 

무분별한 입찰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2014년부터는 100억 원 이상의 공사에 대해 적격심사제가 적용되면서 낙찰하한가를 두고 있긴 하지만 파견근로자 임금을 낮게 책정할 수 밖에 없는 시작점이라는 비판을 면하긴 어렵다. 

조달청에 올라온 A공사의 근로자 파견 입찰 공고를 보면 예정가격 및 낙찰자 결정 방법에 예정가격은 기초금액을 기준으로 ±3%범위 내에서 복수예비가격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기초금액은 원청 즉 A공사가 정한 금액이다. 이후 '낙찰자는 예정가격 이하 입찰자 중 낙찰하한율(87.745%) 이상 최저가로 입찰한 업체 순으로 적격심사를 실시하여 종합평점이 95점 이상인 자로 결정한다'고 제시한다. 낙찰하한율 이상인 적격업체 중 최저가 입찰 업체가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대부분의 입찰 계약은 최저가 낙찰제로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찰 경쟁이 치열한 환경 속에서 파견기업은 누구 하나 나서서 원청에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한 단가 산정을 요구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현재 대부분의 입찰 계약은 최저가 낙찰제로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찰 경쟁이 치열한 환경 속에서 파견기업은 누구 하나 나서서 원청에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한 단가 산정을 요구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그렇다보니 원청이 제시한 기초금액 이상의 기본급을 산정하기 어렵고 복리후생 비용 역시 최저 수준으로 산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업계의 현실이다. 원청의 소속 근로자와 파견근로자의 복리후생 간극을 넓히는 것에도 최저가 낙찰제의 영향이 미친다.

파견업계 관계자는 "예가 산출한 기초금액을 낮게 형성한 채로 직접인건비와 4대보험료는 고정비로 두고 그 외의 부문은 파견 기업에 전가시키는 것이 최저가 낙찰제"라고 지적하며 "관리 빈틈을 야기하고 파견근로자에 대한 복리후생 개선을 더디게 하는 최저가 낙찰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한다"고 말했다.

일가에서는 파견의 기한을 2년으로 정하고 있는 파견법 개정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한다. 지나치게 짧은 파견기간으로 원청 내 파견 근로자의 입지 확보나 경력 쌓기에 장애물로 적용된다. 2년이 지나면 원청이 직접고용을 해야하다보니 업무에 숙달이 될 무렵이면 계약을 반드시 종료해야하기 때문이다. 

2년이면 다른 근로자로 대체된다는 인식이 강하다보니 원청에 파견근로자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이대성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파견근로자의 처우 개선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파견근로자의 실질적 고용주인 파견기업이 원청 기업에 좀 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형태로 개선되어야 한다"면서 "글로벌 흐름인 노동유연화를 역행하기 보다는 파견근로의 강점을 강화하고 단점은 개선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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