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놀면서 돈버는 법
[기자수첩] 놀면서 돈버는 법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3.05.25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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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수급자 27.8%, 직전 소득보다 실업급여가 더 많아
최근 5년새 실업급여 반복 수급자 꾸준히 증가...최다 24회 수령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지금도 오늘의 퇴근을 기다리고 있을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것이다. '먹고, 자고, 놀면서 돈을 벌 수는 없는걸까!'

돈에 대한 걱정이 없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원하는 것을 사거나 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고 돈을 얻으려면 어떤 형태로든 노동을 해야하는게 당연한 이치다. 어떤 형태로든 말이다. 하다못해 주식과 같은 투자를 통한 수익 창출도 시간을 할애해 종목을 공부하는 수고가 필요하지 않은가. 

우리는 한번쯤 일하지 않아도 통장에 매달 돈이 들어오는 순간을 꿈꿔보곤 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지금 이 순간도 많은 이들이 이번 주에도 복권 당첨 소식을 전달 받는 것이 자기가 되기를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타고난 금수저도 아니고 복권에 당첨된 것도 아닌데 놀면서 돈을 버는 이들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었다. 실업급여를 수급받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비자발적으로 실직하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이직 전 3개월간 1일 평균 임금의 60%를 근속년수에 따라 지급하고 있다. 정당히 노동했으나 원치않은 사유로 직장을 잃은 이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놓이지 않고 재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안전장치다. 

하지만 어떤 좋은 제도라도 악용하는 이들은 꼭 등장하기 마련이다. 고용안정을 위해 마련된 제도를 입 맛대로 일하고 쉴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조선일보가 25일 단독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본래 실수익보다 실업급여의 액수가 더 큰 이들은 실업급여 수급인 중 2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이 본인이 받던 월 실수령액보다 실업급여 수령액을 더 많이 받은 것이다. 숫자로 하면 무려 45만명이다. 

최저임금을 받고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하는 경우 급여는 약 201만 580원, 제세공과금 등을 제한 실수령액은 179만 9800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들이 받는 실업급여액은 184만 7040원으로 원래 통장에 찍히던 숫자보다 많다. 이른바 '역전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일부는 '노동없는 수익'에 중독된 것으로 보인다. 잦은 입퇴직으로 실업급여를 반복 수령하는 사례가 4년 사이 24%까지 증가한 것이다. 세후 소득보다 실업급여가 높다보니 근로 의욕 고취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 대폭 늘어난 실업급여 기준 금액과 수급 기간이 그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한 숫자는 지난해 10만2000명으로, ▲2018년 8만2000명 ▲2019년 8만6000명 ▲2020년 9만3000명 ▲2021년 10만명 등 최근 5년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3월 기준 실업급여를 가장 많이 받은 이는 무려 24회를 수급하여 9126만 620원을 받았다고 한다. 무려 1억원에 가까운 돈을 '무노동'으로 얻은 셈이다. 

일부는 공식적인 문제를 삼기에는 애매한 근무태도 등을 고의적으로 만들어 퇴직을 유도하거나 대놓고 권고사직을 사측에 요구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노동, 경제활동을 고취하기 위해 마련한 안전장치가 오히려 실업자를 양산하는 도구로 전락해버린 셈이다. 

실업급여의 제도 자체를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 누군가는 원치않은 퇴직으로 경제적 위기에 놓이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제도의 허들이 너무 낮은 턱에 누구나 쉽게 많은 금액을 취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지금 이 순간도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노력이나 투자 없이 벌어들인 돈을 두고 속된말로 '공돈(꽁돈)'이라 한다. 고용보험 기금은 국민의 혈세로 쌓아올린 것이다. 누군가의 노동과 희생이 투영된 국민 혈세가 '공돈'이 되어선 안된다. 반복 실업과 공짜 수익을 야기하는 현 실업급여의 구조적 개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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