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다름’과 ‘틀림’ 이해하는 상식 필요해
[기자수첩] ‘다름’과 ‘틀림’ 이해하는 상식 필요해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3.07.07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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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때리면 지지율 오른다는 말도 안 된다는 신념 지닌 듯
갈등과 대립 조율하는 과정에서 발전 이뤄지는 역사에서 배워야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모든 직업군의 사람들에게는 자기들만의 고유한 직업병이란 게 존재한다. 기자들의 집단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개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기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발현되는 직업병이라면 아무래도 오타에 관한 게 아닐까 싶다. 언제 어디서든 활자화되어있는 것들을 보면 나도 몰래 오타의 유무를 확인하게 되는 일이 그것. 그런 걸 보면 본능적으로 입이 근질거리게 된다.

‘김치찌개’가 ‘김치찌게’로 표기되어 있는 메뉴판을 보며 주인에게 넌지시 귀띔을 한 경험은 기자라면 누구나 한번은 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오지랖인 셈인데, 그게 부리고 싶어 그런 게 아니다. 자기도 몰래 말이 튀어나오는, 그러니까 파블로프의 개 같은 거다. 특히 저연령차 기자들이 그런 오지랖을 부리는 경우가 잦은데 그건 아마도 오타로 인해 데스크에게 욕 꽤나 먹은 것에 대한 반작용일 가능성이 크다.

본 기자의 경우엔 그 수준은 이미 지난 지 오래다. 수시로 발견되는 생활 속 오타를 봐도 그렇거니 하는 경지에 오른 탓이다. 사실 그런 오타가 사는데 크게 불편을 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혹은 지나치는 거리의 간판에서 발견되는 오타를 보아도 그러려니 하며 살이가고 있다.

그러나 단 하나만은 아직도 오지랖을 부리게 된다. 그게 바로 ‘다름’과 ‘틀림’을 바꿔 쓰는 경우다.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도 대화 중 상대가 ‘다름’과 ‘틀림’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 깐깐한 시어머니에 빙의해 얼른 수정해주고 만다. 그를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는 상대라면 괜찮은데 사람 심리가 자기 잘못을 지적해주면 마냥 기분 좋을 수가 없으니 때론 그로 인해 분위기가 묘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안 그래야지 하지만 그게 어디 맘대로 되는 일이든가.

말하고 후회하고 또 말하고 후회하면서도 유독 그것만은 고쳐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안타까워서다.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대립과 갈등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때론 친구 간에, 또 때론 조직 간에, 크게는 나라 간에도 발생하는 갈등과 대립은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기도 하지만 그래도 상당수는 대화와 조정, 그로 인한 화해의 국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런 화해 후에는 더 원활한 관계 구축이 이어지기도 하고. 이는 역사가 보여주는 값진 교훈이다.

모든 인간은 다를 수밖에 없다. 유전자가 다르고 지문이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 똑같기를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를 존중해줘야 하지만 안 그런 경우는 수시로 일어난다. 그리고 그 끝은 십중팔구 다툼으로 번지게 되는 것이다.

안타깝긴 하지만 그런 다툼을 모두 없앨 수는 없다. 대등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다툼이야 얼마든지 참고 넘길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강자가 약자의 다름을 보고 그걸 틀림으로 인식해 화를 내는 경우, 우리는 그걸 갑질이라고 부른다. 하루가 다르게 언론매체를 장식하는 갑질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암덩어리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갑질을 발본색원하자는 각종 제도와 법규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좀 더 건강해질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현 정부를 보면 그게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절대 강자라 할 정부가 노조를 향해 휘두르는 칼춤이 그것이다. 건폭이나 사회악이나 하는 말들이- 시정잡배들이나 함직한- 정부의 고위 관료들에게서 터져 나오는 걸 보면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정부의 요즘 행태를 보면 노조의 모든 행동이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라 믿고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어느 시대에도 노조와 정권의 갈등은 발생해왔다. 앞서도 말했다시피 그때그때 발생하는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양측은 대화를 하고 조율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온 것이고. 그 과정을 통해 노조가 대변하는 노동자의 권익이 크게 상승한 것은 누구도 부인 못할 사실이다. 

기자가 걱정하는 부분은 바로 이것이다. 현 정부가 노조를 대화와 조율의 상대가 아니라 박멸해야 할 존재쯤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 말이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보면 이것이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는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건 기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지난 6월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노총과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정부의 노조 운영 및 노사관계 개입 문제점과 개선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의 노조 때리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토해냈다. 박 교수는 일부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 같은 조합원들의 잘못을 빌미로 노동조합 전체를 적대시하는 현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그 경우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은 노사가 대등한 지위에서 단체교섭을 통해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협약을 체결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노동 3권은 '근로조건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기본권인만큼 이런 집단적 자치 영역에 대한 국가의 부당한 침해를 배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지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최근 발생한 몇몇 노조원들의 불미한 사건에는 법에 따른 제재가 가해져야 하고 노조 역시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박 교수는 태생적으로 법치주의를 강조할 수밖에 없는 현 정부가 노조를 압박하는 정책을 펼 때 정부 자신도 명확한 법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면서 현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런 주장을 펴는 이가 박 교수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 전문가들 역시 현 정부가 정말 법치주의에 근거한 행위를 하고 있는지 의심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치주의는 정부나 혹은 그에 필적하는 강력한 집단이 법에 주어진 권한만을 행사하도록 제한하는 것을 기본 정신으로 한다. 그래야 상대적 약자들이 그들의 자유를,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를 검찰 공화국이라 부른다. 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검사 출신이어서 나온 소리겠지만 정부 스스로도 법치주의의 충실한 대변인이라 수시로 부르짖는 탓이기도 하다. 모쪼록 정부는 자신들의 말이 그르지 않음을 증명해주기 바란다.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넌 틀렸어” 라며 화를 내는 그런 불합리한 모습은 할 말 없으면 화부터 내고 보는 꼰대들이나 하는 짓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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