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 각뉴부대(Kagnew Battalion)
[전대길의 CEO칼럼] 각뉴부대(Kagnew Battalion)
  • 편집국
  • 승인 2019.06.0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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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훌륭한 국가는 우연과 행운이 아니라 지혜와 윤리적 결단의 산물이다. 국가가 훌륭해지려면 국정에 참여하는 시민이 훌륭해야 한다. 따라서 시민 각자가 어떻게 해야 스스로가 훌륭해질 수 있는지 고민해야한다”고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BC384~322)’는 말했다. 

6월은 6.25 전쟁이 일어난 지 69년째인 호국보훈의 달이다.
‘나라를 보호한다’는 ‘호국(護國)’, ‘공훈에 보답한다’는 ‘보훈(報勳)’이 합쳐진 ‘호국보훈(護國報勳)’이란 말은 나라에 감사하고 보답한다는 뜻이다. 

‘순국선열(殉國先烈)’은 일제(日帝)로부터 나라를 되찾고자 대일 항쟁기에 희생한 우리의 조상이며, ‘호국영령(護國英靈)’은 6.25 전쟁으로부터 국가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분들이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경관이 가장 빼어난 곳에 국립묘지를 선정하여 전몰자를 안장하고 그 자녀들의 교육을 책임졌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제국(帝國)을 세웠던 칭기즈칸은 전사자의 자녀들을 왕자처럼 양육하도록 해서 수많은 장병들이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있게 했다.

미합중국은 전쟁포로와 실종자 가족을 끝까지 책임지므로 국가를 위한 희생에 대한 강력한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또한  나라를 지키고 사회 안전을 책임지는 제복을 입은 군인, 경찰, 소방관 등에게 최고의 존경심을 표하고 최상의 처우를 한다. 

그 예로 최고 품질의 쇠고기, 쌀, 야채와 식료품 등은 군인, 경찰관, 소방관 등에게 최우선 공급한다. 일반 국민은 2등급 이하의 식료품을 구입할 수가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대한민국의 자유수호를 위해서 6.25 전쟁 참전한 16개 나라는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남아프리카 공화국, 에티오피아, 터키, 그리스, 필리핀, 태국, 호주, 뉴질랜드와 남미(南美)의 콜롬비아다. 의료지원부대를 파병한 5개 나라는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인도, 이탈리아다. 모두 21개 나라에서 우리나라를 도와주었다. 

우리 한국인은 영원히 이를 잊어선 안된다. 이들 고마운 나라들 중에서 에티오피아는 대한민국에 각뉴(kagnew)부대를 파병했다. 

이러한 역사적 진실을 우리들은 잘 기억하지 못하며 감사하는 마음도 빈약하다. 에티오피아란 나라를 단지 ‘마라토너인 아베베(Abebe)의 가난한 나라’ 정도로 인식하는 무지(無知)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토가 한반도의 5배인 에티오피아 지도
  국토가 한반도의 5배인 에티오피아 지도

‘각뉴(Kagnew)’란 ‘적(敵)을 초전박살(初戰撲殺)낸다’는 에티오피아어(語)다. 흔히 커피의 나라,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로 인식하지만 에티오피아(Ethiopia)는 대한민국 국권(國權)과 자유민주주의(自由民主主義) 수호를 위해 피를 흘리며 수많은 목숨을 바친 고마운 혈맹국(血盟國)이다.            

  에티오피아 국기
  에티오피아 국기

1935년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를 침략했을 때 에티오피아는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이탈리아와의 전쟁에서 에티오피아인 270,000명이 전사하고 나라를 빼앗길 위기에 처했으나 이들은 끝까지 투쟁했다. 1941년 기적적으로 이탈리아를 축출하고 나라를  구했다. 

이런 설움을 뼈아프게 겪은 ‘하일레 셀라시에’ 에티오피아 황제는 U.N에서 파병을 요청받자 “부당하게 침략당한 나라가 있다면 반드시 도와줘야 한다. 세계평화와 집단안보를 위해 저 먼 곳에 있는 한국인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 목숨 바쳐 싸워라”며 황실 친위부대인 각뉴(Kagnew)부대를 창설했다. 

그는 출정식에서 장병들에게 “이길 때까지 싸워라.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싸워라”는 특별명령을 내렸다. 

에티오피아 참전기념탑(강원도 춘천)에 헌화하는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
에티오피아 참전기념탑(강원도 춘천)에 헌화하는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

1951년 5월부터 1956년 3월까지 에티오피아군(6,037명)은 적군과 253회의 전투를 벌여 253회의 승전보(勝戰譜)를 울렸다. 임진왜란 때 이 순신 제독의 23전 23승, 전승(全勝)을 뇌리에 떠올리게 한다.   

 6.25 전쟁에 참전했던 각뉴부대 참전용사들
 6.25 전쟁에 참전했던 각뉴부대 참전용사들

미군 제7사단 32연대 예하대대 소속의 에티오피아군은 1952년 10월 금화지구 ‘철의 삼각지’를 사수(死守)했다. 용맹성이 뛰어나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 다만 전사자 121명, 부상자는 536명이었다. 전투 중에는 부상자와 사망자를 전장(戰場)에 남겨두지 않았다. 포로가 발생하면 추적해서 포로를 끝까지 구출해 냈다.         

6.25 전쟁에 참전했던 각뉴부대 참전용사들

“은혜는 돌에 새기고 베품은 물에 새겨라“는 가르침이 있다. 2019년 6월1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LG-KOICA 희망직업훈련학교’에서 ‘제3회 LG-KOICA 희망직업훈련학교 졸업식’이 열렸다.

‘LG-KOICA 희망직업훈련학교’는 올 해 72명을 포함해 개교 이래 185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6.25전쟁 참전용사 후손들과 장애인, 여성 등 현지의 취약계층이 다수인 이 학교의 졸업생들은 LG전자 및 현지 대사관, 주요 기업 등에 취업 또는 습득한 기술을 활용해 창업했다.

LG전자는 2014년에 KOICA와 협력해 에티오피아에 ‘LG-KOICA 희망직업훈련학교’를 설립했다. 해마다 필기시험, 면접 등을 거쳐 학생을 선발한 신입생은 약 3년간 정보통신, 가전 등 다양한 제품에 대한 수리기술을 무상으로 학습한다. 현장 실습을 받고 컴퓨터, 영어공부를 한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 LG-KOICA 희망직업훈련학교에 ‘LG 소셜캠퍼스’ 라는 창업지원센터도 열었다.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기업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법률, 마케팅, 리더십, 사업관리 등에 관한 실무교육은 물론 전문가, 선배 등을 통한 멘토링을 시행하고 있다. 

LG-KOICA 희망직업훈련학교 3회 졸업생 대표인 ‘알렘짜하이 카흐사이(Alemtsehay kahisay)’는 "학교를 다니며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학교에서 배운 LG전자의 앞선 기술력을 에티오피아 발전에 이바지 하겠다"고 말했다.   

LG-KOICA 희망직업훈련학교 3회 졸업식...2019.6.1.
LG-KOICA 희망직업훈련학교 3회 졸업식...2019.6.1.

그런데 에티오피아 각뉴부대 참전용사들의 후손을 위한 교육지원 사업과 우물 파주기 사업 등을 맨 처음 기획하고 이를 시행한 주역은 김 영기 LG전자 前부사장(한국승강기안전공단 現이사장)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담당으로 일했던 그는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USR...Union Social Responsibility)’이란 논문으로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UNEP(UN환경계획) 지구환경대상 시상식에서 국제 환경문제 개선에 관해 영어로 특별연설을 한 자랑스런 한국 기업인이다.  

그가 ㈜LG CSR팀에서 일할 때 에티오피아 주민들의 80%가 농촌에 거주한다는 점에 착안해 작은 시골마을에서 농촌 생산성향상 활동을 추진했다. 

마을주민들을 처음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마을 하늘에 7가지 색깔의 무지개가 떴다. 희망찬 미래를 확신하고 그 뒤 마을에 150미터 깊이의 우물을 파서 '무지개 우물(Rainbow Well)'이란 이름을 지어줬었다. 

특히 한국에서 가져간 태양광 설비를 통하여 전력을 공급하고 우물을 끌어 올리는 동력으로 사용하게 하는 등 마을의 농업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이제는 에티오피아의 자립마을 성공모델이 되고 있다. 

LG그룹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국내는 물론 에티오피아 현지에까지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에티오피아 각뉴부대 참전용사들의 후손들에게 대를 이어 감사함과 자립의 길을 터주는 일에 도움을 주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와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을 말이다. 참으로 고마운 선행(善行)이다. 이런 게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다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끝으로 한 마디 붙인다. 외국인이나 제3자 입장에서는 '6.25 전쟁'을 '한국전쟁(Korean-War)'라고 부를 수는 있으나 우리는 그 상황이 다르다.

'6.25전쟁'의 최대 피해자인 대한민국에게는 ‘6.25 사변(事變)’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3.1 독립운동', '8.15 광복절' 등 뼈에 사무친 날은 달력의 그 날짜로 기억하는 우리들의 뿌리 깊은 관행에 따르면 6.25 전쟁'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 

국가보훈처나 전쟁기념관 같은 정부기관에서도 ‘한국전쟁’이 아닌 '6.25 전쟁'이라고 공식적으로 표기한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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