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37]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37] 이 또한 지나가리라!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8.1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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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장마와 태풍으로 한바탕 물난리를 겪더니만 비가 그치니 다시 폭염이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게 한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이 주야장천 쏟아지는 비를 보고 있노라면 언제 비가 그치나 싶지만, 시간문제일 뿐 결국은 멈추게 된다.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드리면 반드시 비가 온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드리기 때문이라고 하듯이 자연 현상은 버티고 견디다 보면 언젠가는 바뀌게 되어 있다. 

더위도 마찬가지다. 푹푹 찌는 더위로 폭염을 주의하라는 안내 문자가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지만, 이 또한 조금만 지나면 옷깃을 여미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더위가 그립다고 할 때가 오게 된다. 머물러 있지 않고 늘 지나가며 변하게 되어 있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가장 많이 회자하던 말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었다. 교회 목회자나 칼럼니스트들이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위안과 힘을 주기 위해 이 구절을 주제로 많이 삼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성경 구절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이 말은 성경에서 나오지 않는다. 이 말의 출처에 대해 여러 주장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유대교의 경전 주석서인 미드라쉬(Midrash)에 수록된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으로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에게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로 잘 알려진 다윗왕이 보석 세공인에게 특별한 반지를 하나 만들라고 명하면서, 이 반지에 “내가 승리했을 때는 기쁨에 취해 자만하지 않도록, 또한 절망에 빠져 있을 때는 좌절하지 않게 용기를 줄 수 있는 글”을 새겨 넣도록 주문했다. 

보석 세공인은 왕의 명령에 따라 왕에게 어울리는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지만, 왕의 요구를 만족시킬 만한 글귀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솔로몬을 찾아가 지혜를 구했고, 지혜의 대명사인 솔로몬이 말해준 글귀가 바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This, too shall pass away)였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의미로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격언에 “세월이 약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주로 우리가 시련이나 역경, 실패와 슬픔으로 괴로움을 겪을 때 위안을 주며, 이 시간을 잘 견디고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주기 위해 주로 쓰인다. 

시간이 지나면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든 역경이나 아픔도 잊게 된다는 위로의 말이 담겨 있다. 

반면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속에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언젠가는 지나가게 되니 힘내라는 격려의 의미도 있지만, 성공과 영광의 순간일지라도 결국은 지나가게 되니 성취감에 빠져 자만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랜터 윌슨 스미스(Lanta Wilson Smith) 시인이 쓴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시에는 이 말이 지닌 양면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큰 슬픔이 거센 강물처럼 너의 삶에 밀려와, 마음의 평화를 산산이 조각내고, 가장 소중한 것들을 너의 눈에서 영원히 앗아가 매일의 삶이 눈물로 이어질 때, 너의 가슴에 대고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끝없이 힘든 일들이, 너의 감사의 노래를 멈추게 하고, 기도하기에도 너무 지칠 때면, 이 진실의 말로 하여금, 너의 마음에 슬픔을 사라지게 하고, 힘겨운 하루의 무거운 짐을 벗어나게 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너에게 미소짓고 하루하루가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 차 근심 걱정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의 기쁨에 젖어 안식하지 않도록, 이 말을 깊이 생각하고 가슴에 품어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너의 진실한 노력이 명예와 영광, 그리고 지상이 모든 귀한 것들을 너에게 가져와 웃음을 선사할 때면 인생에서 가장 오래 지속될 일도, 가장 웅대한 일도 지상에서 잠깐 스쳐가는 한순간에 불과함을 기억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성격이 무던한 편이라서 그런지 난 상황에 따라 감정의 폭이 극과 극을 오가는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매사를 낙천적으로 보는 것도 아니다. 나쁜 일이 생기면 속을 끓이지만, 최악의 경우를 그려보면서 그것보다는 나으니까 다행이 아닌가 하며 스스로를 다독이려고 애쓴다. 

기쁜 일이 생겼을 때도 들떠서 날뛰며 기쁨을 만끽하기보다는 호사다마(好事多魔)란 말을 떠올리며 감정 표현을 자제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은 잠재의식 속에 자리 잡고 버릇처럼 자주 되뇌는 말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수양이 덜 된 탓으로 “행운이 미소 짓고 하루하루가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 차 근심 걱정 없는 날들”을 보낼 때보다는, 어렵고 힘든 일을 겪을 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을 더 자주 되새기게 된다. 

요즘 기후 변화로 인한 천재지변 탓도 있고, 정세(情勢)도 불안하기 때문에 위기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위기(危機)란 단어를 뜯어보면 위태할/불안할 ‘위’(危)와 틀/기회 ‘기’(機)가 합쳐진 말로써 위기는 위험을 뜻하는 동시에 잘 관리한다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니 위기 상황 속에서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하며 견디다 보면 언젠가 웃으며 이야기할 때가 올 것이다. 마치 숨 막히는 여름이 지나가면 옷깃을 여미게 되는 가을이 오는 것이 자연의 법칙인 것처럼.

그나저나 오늘도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독감과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주의보가 떴다. 시역과의(是亦過矣)! 이것 또한 지나간다. 조금만 잘 견뎌봐야겠다.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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