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산 원장의 아름다운 뒤태] 어느 택시기사의 "아하, 그렇구나!“
[가재산 원장의 아름다운 뒤태] 어느 택시기사의 "아하, 그렇구나!“
  • 편집국
  • 승인 2022.02.18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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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을 먼저 바꾸자."
"아하, 그렇지! 모든 게 내 탓이다. 세상의 주인은 남이 아니고 바로 나다. 나를 바꾸어보자!"
"아하, 그렇구나!"라는 말 한마디의 효과는 만병통치약
가재산ㆍ한류경영연구원 원장ㆍ피플스그룹 대표
가재산ㆍ한류경영연구원 원장ㆍ피플스그룹 대표

수년 전 낙엽이 길가에 나뒹구는 가을이었다. 그날은 길일이라도 되는지 결혼식이 몇 개 겹치는 토요일 오후였다. 논현동의 호텔 결혼식장에 혹 늦을까 봐 양재역에서 지하철을 타려다가 택시를 탔다. 택시 문을 열고 좌석에 앉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운전석에서,
"안녕하세요? 오늘 만나 뵈어 반갑습니다. 어디로 모실까요?"

언뜻 백미러로 비치는 택시기사 얼굴은 백발의 노신사였다. 요즘 택시를 타면 싸움이라도 하고 막 돌아온 사람처럼 화난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아니면 무뚝뚝하게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어서 먼저 목적지를 말하면 마지못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예" 하고는 운전만 하는 기사들이 많은데 참으로 별난 분이라 생각되어 말을 걸었다.

"그 연세에 그렇게 즐겁게 운전을 하세요?"
"아아! 아니에요, 저는 40대 청년인데요, 뭘…."

마침 주말이라 차가 밀리는 바람에 10분 거리가 50여 분이나 걸렸다.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내가 물어본 것도 아닌데 기사분은 자신이 왜 즐겁게 손님을 대하고 운전하는지 신나게 얘기했다. 기사분의 나이는 36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85세다. 그 연세면 친구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분들이 반이 넘고, 하루를 어떻게 무엇을 하며 소일할까 고민하거나 오갈 데가 없이 홀로 쓸쓸하게 지내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서른 살 때부터 택시 운전을 했으니 50년 넘는 경력자다. 그런데 20년 전 환갑이 지나면서 갑자기 택시 운전이 지겨워졌고 세상살이도 싫어졌다. 손님들을 보기만 해도 짜증스럽고, 운전은 갈수록 하기 힘들어지고, "왜 나만 이런 힘든 일 하고 살아야 하는가?" 하는 자괴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운전대를 내던지고 무작정 쉬기로 했다. 산에도 가고, 없는 돈에 해외로 놀러 다니고, 좋아하지도 않던 술도 마음껏 마셔보기도 했다.

그러나 세상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허구한 날 놀고먹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건강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해지기는커녕 전에 없던 당뇨와 고혈압이 생기고, 얼굴의 표정마저 점점 어둡게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운전대를 놓은 지 6개월이 지나니 오갈 데조차 없어지면서 세상과 격리되어 나 혼자라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어느 순간 깨달음이 오기 시작했다. 그간 해오던 운전이야말로 삶의 활력에 최고라는 소중한 사실을 알게 되니 갑자기 손님들이 그리워지고, 일의 소중함도 서서히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득도라도 한 사람처럼,

"내 생각을 먼저 바꾸자."
"아하, 그렇지! 모든 게 내 탓이다. 세상의 주인은 남이 아니고 바로 나다. 나를 바꾸어보자!"

평소 염원하던 행복의 개념도 욕심에서 봉사라는 단어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 후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인 아내에게 무조건 존댓말부터 쓰기 시작했다. 그것이 변화의 시작점이었다. 또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하고 긍정의 하루하루를 시작, 평소에는 거들떠보지 않던 집안청소를 돕는 작은 일부터 했다. 나이 들수록 점점 더 거리감을 느꼈던 아내와 비로소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고, 외출할 때는 연인들처럼 늘 손을 잡고 다니게 되었다.

1년 만에 다시 완전히 놓았던 택시 운전대를 잡게 되었다. 서울에서 가장 친절한 기사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고 시작한 지 벌써 20년째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이미 손자들까지도 모두 대학생이 되어 경제적 부담이 없을 나이지만 지금 집안에서의 위치가 상당히 달라졌다. 한때는 자식들이 언제 용돈이라도 듬뿍 손에 쥐어주려나 기다리기도 했고, 자주 찾아오지 않는 자식, 손자들이 야속하기도 했다. 지금은 거꾸로 며느리나 손자들에게 가끔 용돈까지 주다 보니 당당한 아버지, 할아버지가 되었다.

즐겁게 봉사하며 행복하게 사는 덕분에 지금은 심각했던 당뇨도 거짓말같이 없어졌고,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믿기지 않을 만큼 오륙십 대 건강을 유지하여, 지난해 말 종합검진에서 거의 만점을 받았다. 오히려 의사들이 "이렇게 건강한 비결이 도대체 뭐예요?" 하며 묻더라고 자랑도 했다.

"아하, 그렇구나!"라는 말 한마디의 효과는 만병통치약이요, 자신을 변화키고 세상을 바꾸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그날 택시에서 내리는 순간 기사분의 긍정 바이러스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그것을 택시에 실어 상공에 널리널리 퍼져 나가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재산
ㆍ한류경영연구원 원장
ㆍ피플스그룹 대표
ㆍ핸드폰책쓰기코칭협회 회장
ㆍ청소년 빛과 나눔장학협회 회장

ㆍ책과 글쓰기대학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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