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산 원장의 아름다운 뒤태] 아빠들의 유쾌한 반란
[가재산 원장의 아름다운 뒤태] 아빠들의 유쾌한 반란
  • 편집국
  • 승인 2022.03.07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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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독박육아에서 벗어나 쌍방 육아가 대세다. 이는 ‘육아 대디’들의 유쾌한 반란이다.
부모들은 아이 키우며 육아 나이를 함께 먹어야 한다.
이제 젊은 아빠들은 육아에도 적절히 자기시간 배분할 줄 아는 워라밸 인생의 주인공
가재산ㆍ한류경영연구원 원장ㆍ피플스그룹 대표
가재산ㆍ한류경영연구원 원장ㆍ피플스그룹 대표

코로나가 창궐한 지 벌써 1년 반이 지나고 있다. 좀 늦게 시작했지만, 예방접종 덕분에 끝이 보이는 듯했으나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4차 유행이 기승을 떨치고 있다. 지금까지 가족 친지는 물론 주위에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는 소리를 들어본 일이 없었다. 나는 운 좋게도 애들이 제때 결혼하는 바람에 아들과 딸 두 명씩 네 명의 손주가 있다. 여름 방학이 지나자 초등학교의 경우 저학년은 전면 대면 수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막내인 초등 2학년 손녀가 같은 반 친구로부터 코로나에 전염되어 확진 통보가 날아들었다.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게다가 딸네 집 애들과도 잠시 접촉하는 바람에 딸 집까지 난리가 났다. 천만다행으로 손녀딸은 증상이 거의 없었고, 가족 세 명과 보살펴주는 외할머니까지 접촉자 모두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증세가 없었기에 관할 보건소에서는 병원 아닌 생활치료센터에서 2주간 격리 대상자로 판정해 통보해 왔다. 12세 이하 미성년자는 보호자와 함께 지내야 한다. 2주간의 격리 생활이라 쉽지 않은 결정에 그 아이는 엄마, 아빠 중 누굴 택했을까. 뜻밖에도 아빠였다. 아비는 대기업 간부다. 아비는 딸이 2주 후 격리에서 풀려나더라도 확진자와 같이 생활한 동거인이라 추가로 2주간 더 자가 격리를 해야만 한다.

나와 아내는 걱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아들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흔쾌히 자기가 다녀오겠다고 했다. 엄마나 할머니 대신 아비가 아이의 보호자로 동행한다는 것, 게다가대기업 간부가 애 때문에 한 달간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예전 같으면 상상조차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다행히 회사밖에서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었는데 코로나가 스마트 워킹은 물론 재택근무를 재촉한 덕분이기도 했다.

사실 나는 두 아이를 낳을 때 병원에 가보지 못했다. 그때만 해도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큰일나는 줄 알았고, 애를 낳을 때도 병원에 가는 것이 흔치 않았다. 더구나 나는 보수적인 대기업의 경리과에 근무하고 있어서 선배들의 룰에 따라야만 해 더욱 그랬다. 선배들은 심지어 임원이 되려면 '가정 파괴범'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강요했다.

그런데 나와 똑같이 맞벌이였지만 아들은 나와는 전연 달랐다. 평소에도 설거지나 음식을 만드는 등 부엌살림은 물론 육아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심지어 우리집에 모처럼 와서도 부엌에 드나들다 아내한테 "제발 여기 와서는 부엌에 드나들지 말라."는 경고장을 받기도 했다.

며느리는 중소기업의 팀장이라서 출퇴근 시간 조절이 어려웠다. 그 대신 아들은 10여 년 내내 오전 8시~오후 5시 근무 시스템으로 5시 칼퇴근했다. 다행히도 아들 직장은 워라밸이 잘 되어 자율근무제를 활용하고 있었다. 퇴근 버스를 타고 부랴부랴 6시에 유치원에 도착해 두 아이를 데리고 와집앞 공원에서 놀아주고 저녁밥 해서 먹인 후 재워야 일과가 끝났다.

그뿐 아니었다. 주말이면 캠핑카를 몰고 들과 산으로 야영을 나가 같이 놀아주고 스킨십을 한다. 보통 애들이 울음을 터트릴 때 엄마를 찾는 게 일반적이다. 손주들은 아빠를 찾으며 울 정도가 되었으니 맞돌봄의 효과라 할 수 있다.

요즘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육아와 가사까지 분담하려는 ‘아빠’ 직분이 참 눈물겹도록 애틋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육아는 엄마의 몫이라고 여겼다. 이제 부부가 맞벌이하며 합심해 아이를 기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핵가족화, 소수 자녀, 외벌이의 경제적 한계 등이 가져온 결과다. 요즘 ‘독박육아’라 일컫는 이유도 거기에서 기인한다. 이제 독박육아에서 벗어나 쌍방 육아가 대세다. 이는 ‘육아 대디’들의 유쾌한 반란이다.

집안에 아빠는 존재했으나 부모 자식으로 교류할 시간조차 없던 과거에는 자연히 아빠는 무서운 사람, 돈 버는 기계 정도로 여기며 사이가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산업 역군으로서 새벽별 보고 출근해 오밤중에 퇴근했던 아빠들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빠는 있되 늘 부재중이었다.

부모들은 아이 키우며 육아 나이를 함께 먹어야 한다. 그런데 아빠들은 육아 나이 세 살에서 멈춘다고 한다. 즉 이쁜 세 살 때까지만 아이를 예뻐한다는 말이다. 친밀해야 할 아빠와 자녀 간의 몰이해는 아이와 멀어지는 순간부터 틈이 벌어져 콘크리트처럼 굳어진다. 이제 젊은 아빠들은 달라지고 있다. 자기 시간을 일과 삶의 조화는 물론 육아에도 적절히 배분할 줄 아는 워라밸 인생의 주인공이고자 자처한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남성 육아휴직자는 전년 동월 대비 34.1%가 증가했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육아휴직자의 비율은 매년 높아져 상반기 24.7%에 이르렀다. 육아휴직자 4명 중 1명은 남성인 셈이다. 반면 우리와 의식이 비슷한 일본에서는 2020년 남성 육아휴직의 목표가 13%였는데 7.5%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고 하니 쉽지 않은 과제임이 틀림없다.

아빠 육아가 나 같은 기성세대들에게는 눈에 거슬리고 불편하며 꿈같은 이야기로 들릴지 모른다. 애들이 클 때 우유 한 번 안 먹여 보고, 기저귀 한 번 갈아주지 않은 걸 무용담처럼 이야기하는 기성세대들에게 반란 그 이상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결혼한 아들이 주방에 자주 드나들며 요리와 설거지, 집안 청소, 분리수거 등을 기꺼이 하는 모습 또한 썩 내키지 않고 못마땅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반란은 건전한 사회와 행복한 가족의 디딤돌이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어느새 출생률이 0.8%대로 떨어져 세계 꼴찌 나라가 되어 애들 울음소리가 멈추고 있다. 그간 정부는 출생률 높이려고 250조를 쏟아 부었지만, 출생률은 더욱 미끄러지고 있으니 안타깝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젊은 아빠들의 유쾌한 반란이 더욱 거세게 일기를 기대해본다.

가재산
ㆍ한류경영연구원 원장
ㆍ피플스그룹 대표
ㆍ핸드폰책쓰기코칭협회 회장
ㆍ청소년 빛과 나눔장학협회 회장
ㆍ책과 글쓰기대학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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