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산 원장의 아름다운 뒤태] 스트레스 탈출과 다섯 가지 나이
[가재산 원장의 아름다운 뒤태] 스트레스 탈출과 다섯 가지 나이
  • 편집국
  • 승인 2022.01.04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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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 주기적 스트레스 진단검사 필요
살아가면서 적당한 스트레스는 건강에 도움되지만 잘 관리해야
사람 나이는 실령(實齡), 법령(法齡), 면령(面齡), 체령(體齡), 정신령(精神齡) 5가지
스트레스 받지 않고 남 돕는 건강한 삶이 100세 시대 최고의 가치
가재산ㆍ한류경영연구원 원장ㆍ피플스그룹 대표
가재산ㆍ한류경영연구원 원장ㆍ피플스그룹 대표

나는 매년 선배가 운영하는 하트스캔이라는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오너분과는 직장과 학교 선배라서 잘 아는 사이라서 그런지 매년 검진 항목을 추가하거나 빼는 배려도 해주고 가격도 그에 맞게 조절해주는 등 특별 서비스를 받아왔다. 쉰다섯 살이 되던 해, 정기 검진 신청을 했더니 이번에는 반드시 스트레스 진단 검사를 받으라고 권유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쯤이야 누구나 있는 거니 꼭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랬더니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고혈압이나 당뇨병, 위궤양, 심장병 등의 질환을 일으키기도 하며 우울증, 순환기 계통 질환, 각종 암 등 심각한 병이 유발될 수 있다고 엄포까지 놓는 바람에 마음이 기울었다. 사실 50대가 되면 직장에서는 퇴직 위기에 몰리고, 집안에서는 애들 대학 입시나 취업, 결혼 등으로 스트레스 요인들이 급증하는 게 현실이다.

결국 스트레스 진단을 서비스로 받기로 했다. 먼저 서류질문으로 여러 사항을 체크했다. 예를 들면 "인생은 참 쓸쓸하다."라는 문진에 "아주 그렇다 / 전혀 아니다"로 답하는 식이다. 다음에는 심전도를 측정하듯이 검사기로 발끝부터 머리까지 스트레스를 점검했다. 무사히 검사를 마치니 곧이어 의사의 면담이 있었다. 내 검진 결과를 들춰 보더니 의사 선생님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무래도 이상한데요? 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 선생님은 스트레스 수치가 아주 높을 나이인데 평균치보다도 더 낮은 수치가 나왔거든요."

그러면서 문진을 거꾸로 체크한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말하자면 "매우 그렇다"를 "그렇지 않다"로 잘못 체크했냐는 말이었다.

"아닙니다. 저는 제대로 체크했습니다. 다만 삼성을 떠난 지 7년 차가 됐습니다."라고 얘기했더니 선생님은
"네, 됐습니다. 삼성을 떠난 지 오래되셨군요!"

이 병원에는 삼성 사람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예외 없이 나도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측에 속할 거라고 예단한 모양이었다. 그만큼 삼성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실제로 나는 스트레스로 수년간 고생했다. 그렇지 않아도 5년 전부터 스트레스 탈출을 위해 신경깨나 쓰던 중이었다.

나는 비서실에 있다가 삼성자동차 설립 초기 인사담당 임원으로 자리를 옮겨 직원을 뽑고 교육하는 일을 담당했다. 1997년 말 IMF가 닥치자 어려움에 처한 몇몇 기업들을 통폐합시키는 빅딜을 정부가 단행했다. 그로 인해 삼성자동차와 대우자동차가 통합하도록 강제 합병 결정이 떨어졌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인재들이 다 모였는데 갑작스럽게 구조조정을 당할 처지니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한마디로 난리가 난 것이다. 젊고 유능한 사람들이 삼성에 와서 꿈도 키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날 판이니 조용할 리 만무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3,000여 명의 직원들이 본사로 모여들어 빅딜 반대와 생존투쟁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바로 설치했다. 수시로 청와대로 몰려가 빅딜 철회를 외쳤고, 삼성 본관은 물론 이건희 회장 자택까지 몰려가 심한 투쟁을 벌였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서울역과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회사가 갑자기 없어지니 이들을 저지하거나 대응할 창구가 애매했다. 경영진까지도 빅딜에 반발하는 상황이라 인사담당 임원을 겸했던 나는 결국 회사를 대표해서 그 창구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

끝없이 벌어지는 전쟁터에서 3개월쯤 지나 협상을 시작하자 투쟁 강도는 점점 더 높아졌다. 노동조합의 투쟁 방식은 나날이 거칠어갔다. 나는 그런 일을 한 번도 경험해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현장에 있다 보면 돌발 상황이 많이 생겨 밥을 제때 먹을 수도 없었고 오히려 애먼 담배만 두 갑씩 피우게 되었다. 게다가 저녁 늦게 끝나면 수고한 팀 내 직원들과 소주로 지친 마음을 달래다 보니 거의 매일 음주의 연속이었다.

직원들을 정리하는 과정은 우여곡절 끝에 1년이 지나서 겨우 마무리되었다. 그 사이에 내 심신은 매우 피폐해졌다. 가장 심각한 점은 심리적 불안으로 잠을 잘 때 식은땀으로 잠옷이 흥건하게 젖을 정도였고, 불면증과 함께 무력감까지 찾아왔다. 위궤양이 생겨 소화 기능에도 문제가 발생했으며, 체중도 줄기 시작했다. 게다가 스트레스에 치명타라는 남성의 기능까지도 사라진 느낌이었다. 나이가 채 50살도 되지 않았는데 몸은 허약체질로 변해 여기저기 탈이 났다.

그렇다고 어디에 보상 청구를 하거나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 그저 팔자타령을 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계속 지내다간 큰일 나겠다 싶어 건강 관련 책을 구해 읽었다. 그중 내게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만병의 원인이라는 ‘스트레스 탈출’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그 후부터 나는 나름 스트레스 퇴치 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 시도한 일이 임기가 보장된 지금의 사장 자리를 과감하게 내던지는 것이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한 방편이었다. 아쉽게도 꽤나 괜찮았던 자회사 사장 자리와의 인연은 그렇게 마감했다. 쉰 살이 넘어 퇴직했지만, 곧바로 창업했다. 평소 하고 싶었던 컨설팅과 교육사업을 시작했다. 아울러 스트레스 발생 요인들을 될수록 차단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두 번째가 집안 관리였다. 그중 가장 어려운 것이 자녀 문제였다. 그때 아이들이 아주 예민하다는 사춘기 시기인 중3, 고1이었다. 아빠가 회사를 떠나 부모로서 지원에 한계가 있으니 각자 하고 싶은 공부를 하라고 권했다. 아내에게도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하고, 핸드폰도 서로 곁눈질하지 않기로 했다. 이른바 각자도생을 선언한 셈이었다.

세 번째로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기로 마음먹었다. 부정적이거나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은 아예 만나지 않기로 했다. 큰 성공과 출세보다는 작은 일에 만족하는, 요즘 말로 소위 소확행(小確幸)의 마음을 갖고 살기로 했다. 돈을 벌기 위해 악착같이 일하기보다 의미 있고 남에게도 보람될 일에 치중하고, 대인관계에서도 웬만하면 금전적인 문제로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세상에 죽을 때 남는 것은 쓰고 받은 영수증밖에는 없다."는 말을 명언처럼 믿기로 했다.

그리고 이때 시작한 것이 운동이었다. 그동안 집 근처의 레포츠 센터에 등록만 해놓고 고작 한 달에 한두 번 가던 체육관을 매일 새벽마다 가기로 했고, 주말이면 등산과 트레킹으로 심신을 단련했다. 뭐니 뭐니 해도 틀에 박힌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것이 스트레스 관리에 가장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런 생활을 지속하다 보니 몸이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선 표정이 온화해졌다는 말을 주위 사람들로부터 들었다. 아마도 초긴장에서 벗어난 결과였는지 모를 일이었다. 게다가 각자도생을 주문했던 가족 관계에서도 무리 없이 잘해나가고 있다. 특히 두 자녀가 제때 결혼해서 초등생 손자도 네 명이나 생겼고, 대기업에 취직하여 잘 다니고 있으니 어느 정도 안심이 된다. 70줄에 들어서면 성인병으로 약을 한 움큼씩 먹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나는 만성위염으로 장이 불편한 것을 빼고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 같은 성인병이 아직 없는 걸 보면 체질이 많이 바뀐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건강진단 결과에서 거의 스트레스가 없는 걸로 나온 게 아닌가 싶었다.

살아가면서 적당한 스트레스는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나이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사람 나이의 내면을 잘 들여다보면 실령(實齡), 법령(法齡), 면령(面齡), 체령(體齡), 정신령(精神齡) 다섯 가지가 있다. 실령은 실제 태어난 나이다. 법령은 호적의 나이로 예전에는 높은 사망률, 전쟁, 어른들의 무지 등으로 호적신고 날짜가 실제 나이보다 늦은 경우가 많았고 간혹 빠른 경우도 있었다.

면령은 얼굴에 나타나는 얼굴 나이다. 유전적으로 동안인 경우나 피부 관리를 잘해서 젊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대개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생활 습관에 의해 차이 나는 경우가 많다. 즉 긍정적이고 늘 웃는 사람과 부정적이고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의 얼굴 나이는 천양지 차이가 난다. 물론 머리숱이 많고 흰머리가 없다면 훨씬 젊어 보인다.

체령은 체력의 나이다. 체력의 나이는 평소 건강관리나 운동량에 의해서 결정된다. 체육관에서나 신체검사 시 간단하게 측정하는 기구들이 많아 손쉽게 알 수 있다. 정신령은 정신적인 나이인데 정신령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애늙은이도 있는 반면 늙은 젊은이가 의외로 많다. 어떻게 건강한 젊음을 좀 더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그것은 곧 스스로를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사실 실령과 법령은 바꾸는 게 어렵다. 나는 실령과 법령 차이로 두 살 더 어리게 주민등록이 기재되었지만 법원의 판결을 받지 않고는 바꿀 수 없다. 그러나 뒤의 세 가지 나이는 자신의 노력에 의해서 얼마든지 조절이 가능하다.

나는 면령, 체령, 정신령 이 세 가지 모두를 10년 이상 줄이기로 마음먹고 스트레스 관리를 중점적으로 해왔다. 우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가 면령을 젊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 결과 자연스레 얼굴에 자신감으로 나타났다. 체령은 마음만 먹으면 관리가 가장 쉬운 편이다. 그중의 하나가 끊임없는 운동이다. 앞에서 말한 체육관에서 날마다 하는 운동과 트레킹은 체령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도 신체나이를 측정해보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50대 후반으로 나온다. 특히 나이가 들어 가장 좋은 운동은 트레킹이 아닌가 싶다. 경제적인 부담도 없을뿐더러 자연과 함께 걸으며 멤버들과 만나 대화하고 마시는 한잔의 막걸리도 그야말로 삶의 옥탄가를 높이는 일 중에 하나다.

마지막 정신령은 사람마다 편차가 크고 믿기 어려운 점이 있다. 정신이 가물가물하 80~90대 어르신들도 "난 지금도 마음은 청춘이야!"라고 말한다. 나는 의도적으로 정신령을 낮추기 위해 행동으로 실행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중의 하나가 폰맹탈출이며 어느 정도 만족한다. 핸드폰으로 책을 쓰고 웬만한 일은 스마트워킹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직도 옛날 폴더폰을 고집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십중팔구 꼰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부류들이다.

위의 나이와 연관된 지수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나는 종종 새로운 정보를 접하며 변화에 민감해지려고 노력한다. 만나는 사람도 나이가 든 선배들보다 젊은 사람들과의 만남도 큰 자극 중 하나다. 의상 관리도 중요하다. 비록 비싼 옷이 아니더라도 밝은색 계통으로 깔끔하게 입을 줄 알고, 젊음과 활동성을 상징하는 청바지 등 유행에 크게 뒤지지 않게 입는 센스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올해 102살로 항상 말끔해 보이는 멋쟁이 김형석 교수처럼 스트레스도 받지 않고 남에게 도움을 주는 건강한 삶이야말로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최고의 가치가 아닐까.

가재산
ㆍ한류경영연구원 원장
ㆍ피플스그룹 대표
ㆍ핸드폰책쓰기코칭협회 회장
ㆍ청소년 빛과 나눔장학협회 회장
ㆍ책과 글쓰기대학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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