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산 원장의 아름다운 뒤태] 애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
[가재산 원장의 아름다운 뒤태] 애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
  • 편집국
  • 승인 2022.02.1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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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업보입니다. 그 답은 오직 OO님 마음 안에 있습니다."
무조건 잘해주고 베풀기보다 애가 원하는 쪽으로 하나씩 다가갔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서서히애의 태도와 행동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가재산ㆍ한류경영연구원 원장ㆍ피플스그룹 대표
가재산ㆍ한류경영연구원 원장ㆍ피플스그룹 대표

우리 집은 딸과 아들이 애를 둘씩 낳아 손주가 넷이다. 식구가 늘다 보니 가족들과의 소통을 위해 단톡방을 개설하기로 했다. 필요한 소식을 주고받기도 하지만 사소한 집안일이나 유익한 생활정보까지도 올려놓는다. 그런데 한 달 전 딸애가 사진으로 찍어 올린 톡 내용은 매우 황당하기도 했고, 애들이 어른들에게 한 방 펀치를 날리는 충격을 주었다.

사연은 이렇다. 올해 초등학교에 간 지 2개월밖에 안 된 셋째 손녀가 학교숙제를 집에 와서 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숙제장의 교육내용은 "식구들이 같이 돈을 모았다면 가족여행을 가는 것도 좋지만 이 돈을 어려운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쓰면 더 좋다."는 취지였다. 이런 설명을 한 후에 애들에게 질문을 통해 선한 행동으로 유도하려는 학습내용이었다.

"만약 여러분의 가족이 함께 모은 돈이 있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하고 싶나요?"
"집을 살 거예요!"
"그와 같이 생각한 까닭을 써보세요."
"엄마가 자꾸 부동산에 가서…."

실은 딸애가 몇 달 전부터 학군이 좋은 강남 쪽으로 이사를 해볼까 해서 전셋집을 물어보러 복덕방에 다니고 인터넷에서 자주 부동산을 검색한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어린애들은 거짓이나 꾸밈이 없다. 본 대로 들은 대로 배우고 어른들을 따라서 행동한다. 처음 당해보는 일이라 어이가 없고 황당해하는 딸에게 무슨 답을 할까 하다가 나는 이렇게 카톡에 올렸다.

"애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란다."
"그래서 예로부터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어린애들에 그치지 않으며 성장해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누구든지 부모들은 자기의 애들이 핸드폰에 무어라고 입력해두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의외로 엄마, 아빠라고 그대로 찍혀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난해 송년회 모임에서 외교관 출신 정부 고위관료였던 국장이 실토한 실제 이야기다.

모처럼 일요일 집에 있는데 갑자기 고2 딸애가 학원을 가려고 나서던 차 핸드폰이 안 보인다고 야단법석을 떨며 집 안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혹시 집 어디엔가 떨어져 있을지도 모르니 전화를 해보라고 했다. 그때 그가 파자마 차림으로 있던 소파 밑에서 전화가 "삐르르" 하고 울렸다. 평소 딸애한테 아빠로서 최선을 다해주었다고 생각해왔던 그는 딸이 핸드폰에 무어라고 입력해놨을까 궁금하던 차에 이를 확인해 볼 절호의 기회라 생각되어 흘깃 바탕화면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왕짜증!"

순간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하나밖에 없는 딸을 애지중지 키우며 아버지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나. 세상이 무너지는 거 같았고, 인생을 헛되이 살아온 박탈감까지 일다 보니 울화가 치밀었다. 도저히 그 마음을 어떻게 주체할 수 없어서 마음을 달래려고 집을 나와 평소 다니던 절로 달려가 스님을 찾아갔다.

그러나 스님은 대수롭지 않은 듯 한마디만 던졌다.
"다 업보입니다. 그 답은 오직 거사님 마음 안에 있습니다."

그때 TV프로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본 기억이 났다. 아이가 문제라고 생각하던 부모들이 CCTV에 찍힌 자신의 모습을 보고 아이는 단지 부모를 따라 할 뿐이라는 걸 깨닫고 비로소 자신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장면이 생각났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생각해보았다. 한참 지난 뒤에야 모든 게 다 자신의 잘못임을 깨달았다.

아침 새벽에 일어나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등교해서, 학교로 학원으로 하루 16시간을 공부에 지쳐 녹초가 돼 들어온다. 현관문에 들어서는 딸을 보고 "얼마나 힘들었느냐." 위로는 고사하고 "빨리 씻고 공부 좀 더 하다 자라."고 다그치기 일쑤였다. 또 한 달 내내 죽도록 고생하고 시험 봐서 성적표 받아오면 수고했다 격려는 못할망정 "너는 아빠 닮아서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서 이렇다는 둥 몰아붙이기만 했으니…."
"짜증이 날 만도 하다. 왕짜증 맞다!"

그 뒤로 개과천선(改過遷善)이라고나 할까. 예전과는 완전히 달리 딸애의 입장에 서서 친구 같은 눈높이에 맞게 화법부터 먼저 바꾸었다. 무조건 잘해주고 베풀기보다 딸애가 원하는 쪽으로 하나씩 다가갔다. 처음에는 서로 너무 어색했지만 서서히 딸애의 태도와 행동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2년 뒤 대학에 들어간 딸이 아버지의 생일이라면서 일찍 집에 오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날따라 설레는 맘으로 딸이 무슨 말을 할까 너무도 궁금했다. 빨간 장미꽃 몇 송이와 함께 딸애가 준 최고의 선물은 스마트폰에 찍힌 왕짜증이 이렇게 바뀐 문구였다.

“대한민국 최고 울 아빠!”

가재산
ㆍ한류경영연구원 원장
ㆍ피플스그룹 대표
ㆍ핸드폰책쓰기코칭협회 회장
ㆍ청소년 빛과 나눔장학협회 회장
ㆍ책과 글쓰기대학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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