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새정부 첫걸음부터 불붙은 '중대재해법' 논란, 경영계-노조 신경전 치열
[이슈] 새정부 첫걸음부터 불붙은 '중대재해법' 논란, 경영계-노조 신경전 치열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05.17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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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담긴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예고
경영계, 고용노동부에 개정안 건의서 제출하며 업계 의견 전달
국내 주요 기업 10곳 중 7곳이 연내 중대재해처벌법 개정·폐지 원해
양대노총, "법을 사문화하는 후안무치한 시도" 경영계 건의서에 반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놓고 갑론을박을 펼쳐던 경영계와 노동계의 신경전이 '개정안'을 두고 다시 불붙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놓고 갑론을박을 펼쳐던 경영계와 노동계의 신경전이 '개정안'을 두고 다시 불붙었다. 점화된 불은 쉽게 사그라들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올해 1월부터 도입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1년을 맞기 전부터 정권 변화를 겪으며 적지 않은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대선 경쟁 시절부터 경영계와 노동계의 최우선 요구사항 중 하나였던 만큼 새 정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경영계는 명확한 인과관계 없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성을 지적하며 지난 정권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인 법의 개정과 폐지까지 요구하고 있고, 노동계는 반대로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시행 초기인 법을 무산해선 안된다고 강력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경영계는 기업 10곳 중 7곳이 중대재해법의 연내 개정·폐지를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을 밝힌 가운데, 노동계는 양대 노총을 필두로 정부에 중대재해법 유지를 압박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다시 불붙은 '중대재해처벌법' 입장 차
본격적으로 논쟁이 점화된 것은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이 고용노동부에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 건의서를 제출하면서 부터다. 

경총은 15일 건의서를 제출하였는데, 해당 건의서에는 대표자 처벌 면제 등 경영계가 중대재해처벌법의 과도한 처벌 부문을 완하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바로 이 부분이 시발점이 되며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졌다.

경총이 이와같은 개정 건의서를 제출하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은 하루만인 5월 16일 간담회를 갖고 경총의 개정 요구가 '후안무치한 개악시도'라는 발언까지 내놓으며 강한 비판을 앞세웠다.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한국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건의서에 담긴 내용이 지나치게 대기업 편향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한국노총 제공)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건의서에 담긴 내용이 지나치게 대기업 편향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한국노총 제공)

노동계는 "시행령에 없는 내용까지 새로 제정해 대표이사가 처벌을 빠져나가도록 하는 것은 재벌 대기업을 위한 시행령 개악이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사업대표 의무이행 책임을 면제한다면 그 순간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문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안전사고 예방이라는 취지는 부합하지 못하고 여전히 산재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경영 위기만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노총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발생한 사망사고들이 대부분 기초적인 안전보건 조치를 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과 다름없이 경영책임자의 방만한 안전보건경영으로 사람이 죽었다."며 입법 취지가 잘못되었음이 아니라 예방 활동에 집중하지 않은 경영계에 책임을 물었다.

노동계는 “ 2022년 하반기에 시행령을 개악함과 동시에 지침과 가이드로 무력화하고 2024년에 법 개정을 통해 사문화를 하겠다는 내용이다. 또다시 정경유착이 부활하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스럽다”며 강력한 비판 의견을 내놓았다.

■경영계 대다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폐지 필요성 느껴...그 이유는? "모호성"
반면 꾸준히 중대재해처벌법의 애매모호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온 경영계는 15일 건의안을 제출한데 이어 업계 관계자들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는 5월 17일인 오늘 '시행 100일 중대재해처벌법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제21회 산업발전포럼을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국내 주요 기업 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사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6월 6일부터 13일까지 KIAF 16개 업종 단체, 중소기업중앙회를 포함한 17개 협·단체 회원사 등 295개 업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중대재해법 개정 또는 폐지 필요성에 대해 10명 중 7명 이상 꼴인 71.5%가 연내 필요하다는 응답을 내놓았으며 25.1%도 2023년 이후 법 시행 결과를 살펴 개정 또는 폐지를 논해야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늦건 빠르건 중대재해처벌법은 손질이 필요하다는게 경영계의 입장인 셈이다. 

개정 방향으로는 법령에서 처벌과 사건발생 간 인과관계를 명확히 해야한다는 의견이 44.1%로 가장 많았고 고의·과실 여부에 따른 면책 규정 신설이 30.8%로 뒤따랐다. 

애매모호한 법령에 대한 해석을 명료화하고 고의성이 없는 단순 사고의 경우에는 처벌을 완화해야한다는게 경영계가 꾸준히 고수해온 입장이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또는 폐지 필요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또는 폐지 필요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정부가 우선 시행해야 할 대책에 대해서는 34%가 법 개정을 통해 권한과 책임을 구체화·명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산업안전 활동 예산 지원(33.3%)이 2위를 차지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이후로 안전 활동에 변화가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49.2%가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심지어 오히려 감소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산업 안전활동의 주요 내용에 대한 질문(중복선택)에는 77.9%(229개 업체)가 강화된 안전교육을 시행중이라고 응답했고, 32%는 안전시설 투자(94개 업체), 24.5%는 기업 내 안전 규정 제·개정 (72개 업체), 23.1%는 안전진단 컨설팅(68개 업체), 7.1%는 법률 컨설팅(21개 업체) 등이라고 밝혔다.

중대재해법 시행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35.3%가 신규채용 축소나 노동의 기계화를 고려 중이라고, 25.4%는 사업축소나 철수를 고려한다고 각각 응답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전체 응답자 대비 8%포인트 높은 43.3%가 신규 채용 축소나 기계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해 기업 경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만기 KIAF 회장은 "이번 조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 현장의 안전 확보에도 큰 도움도 주지 못하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만 제기하는 등 비용 투입 대비 효과가 크지 않은 점을 확인해주고 있다"고 지적하며 경영책임자 문책 위주 방식이 아닌 원인 규명과 대책 요구를 위한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예고된 또는 약속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을 둔 개정 추진과 논란이 법 시행 이정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법 시행 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으며 입법도 전부터 보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채 시행일을 맞은 까닭이다. 

여기에 더해 중대재해처벌법의 개정을 약속했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낙점되면서 새 정부의 임기가 시작되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손질이 이뤄질 것이란 점은 이미 기정 사실인 셈이었다. 이미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는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에 관한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산업재해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1년 이상의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한다. 다만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규정과 책임자에 대한 해석이 애매모호해 기업의 자발적인 안전환경 구축에는 오히려 저해가 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취임으로 그 서막이 오른 가운데, 법 시행 100일을 간신히 넘기자마자 다시 심판대 위에 오른 중대재해처벌법이 과연 어디까지 손질될 것인지에 대한 경영계, 노동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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