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스코-현대차, 엇갈린 불법파견 판결..협소한 파견법이 낳은 결과
[이슈] 포스코-현대차, 엇갈린 불법파견 판결..협소한 파견법이 낳은 결과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02.11 11: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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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위장도급·불법파견 쟁점은 원청의 지휘·감독 여부
지휘·감독의 판단 기준 모호해 수많은 '불법' 양산
단 32개 업종에만 허용하고 있는 '좁은 파견법' 넓혀야
같은 날 이뤄진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각기 다른 판결이 나왔다.
같은 날 이뤄진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각기 다른 판결이 나왔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지난 2월 9일 근로자 파견에 대한 두 개의 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모두 제조업에서 이뤄진 소송이었는데, 한건은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은 반면 다른 한건은 불법파견 형태로 사용해온 것을 대법이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졌다. 

바로 현대차와 포스코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이야기다. 두 기업의 희비를 가른 것은 지휘·명령 여부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제조업, 공장 내 하도급 과정에서 업무의 구분과 지휘의 분명한 구분이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의 쟁점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셈이다. 

특히 현대차의 법원 판결은 사내하도급의 합법적 활용을 위한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돼 제조업 하도급의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모인다. 

■현대차 사내하도급, 원청지휘 없어 '합법' 판결
지난달 28일 현대차 사내협력업체 직원 32명이 2016년에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원심의 판결을 뒤집고 원고 일부 패소 판결을 내리며 불법판결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놓았다. 

컨베이어벨트 도장 업무를 하던 8명을 제외한 나머지 24명은 현대차 근로자 지위가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사내하도급은 대부분 불법판결로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져온 상황에서 나온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2심 판결은 1심 판결에서 원청이 전산 시스템으로 협력업체 직원들을 지휘했다고 본 내용에 대해 조립 관련 정보를 제공한 것이 파견법상 근로지휘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어 부품공급망 내 정보를 공유했다고 원청이 직접 협력사 직원을 지휘했다고 본다면, 파견의 범위가 무한정 확대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선을 그었다. 

■포스코, 근로자지위확인소송 3차·4차 소송도 '불법'판결

광주고법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 근로자들이 낸 지위확인소송에서 근로자 승소 판결을 내렸다.
광주고법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 근로자들이 낸 지위확인소송에서 근로자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반면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 소속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이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은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이 내려지면서 근로자가 승소했다. 

광주고법은 포스코 불법파견 항소심에서 1심 판단을 뒤집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확인된다. 

재판부는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포스코가 제시한 작업표 준서 내용에 따라 협력 작업을 수행한 점에 초점을 맞췄다. 

작업표 내용이 노무수행 결과나 결과 품질 담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노무제공의 세부적 방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점이 판결에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사실상 포스코가 근로자에게 지휘·명령을 내리고 있었다고 본 셈이다. 법원은 포스코가 사실상 파견형태로 2년 넘게 지휘해왔다는 근로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였으며 포스코가 직접고용하거나 직접고용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내용의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제조업의 불법판결 여부 쟁점은 지휘·명령
제조업에서 숱하게 불법파견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는 파견법의 좁은 정의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의 파견법은 일부 업종에만 파견을 허용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허용 업종이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한국에서 파견이 가능한 업종은 단 32개 업종에 불과하다. 

그리고 제조업은 이 32개 업종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파견이 이뤄지면 모두 불법파견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때문에 제조업에서는 파견이 아닌 도급 형태로 협력업체를 활용하게 되는데, 도급과 파견을 구분하는 핵심 요소가 바로 원청이 근로자를 향한 지휘나 명령이 있었는지 여부다. 

같은 날 두 기업에 대한 판결이 엇갈린 점도 결국 이 지휘·명령이 판결의 잣대를 갈랐다. 

파견은 원청이 근로자를 지휘할 수 있으나 도급은 불가하다. 만약 원청이 근로자를 지휘하는 사유가 발생한다면 위장도급, 불법판결로 볼 수 있다. 다만 업무지시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발생하면 대부분 기업 패소고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공정 과정을 완전히 분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지휘·명령, 내지는 구속력 있는 지시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

이에 대해 제조업 도급을 영위하는 아웃소싱 업계 관계자 A씨는 "현행 파견법은 계속해서 수 많은 불법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 불법과 합법 위에서 줄타기하는 불안감을 안고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날 기업은 여러 분야에 진출해 수 많은 연계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때문에 기업이 모든 공정과 업무를 자체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에 맞게 법 개정이 이뤄져야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파견 허용 업무에 대한 정의는 십수년째 달라지지 않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해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노동 경직을 강화하는 제도로 전락해버린 셈이다. 

미국과 영국은 파견 허용 업종에 대한 제외가 없고 독일과 일본도 전 업종에서 가능하나 건설업 등 일부 업종에만 파견을 제한하는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한국이 일부 업종에만 파견을 허용하는 방식과는 정 반대의 형태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강화된 노동 정책을 따라가기 위해서라도 파견 허용 업종 확대는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도급업체 소속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이행하고자해도 지휘·명령으로 불법파견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웃소싱 업계 관계자는 "파견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 활성화와 함께 근로조 보호를 추구해야 한다. 계속해서 불법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법이라면 손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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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인수 2022-03-05 21:36:05
문재인정부와 사법부가 돈 먹었네
대우조선을 현대에 줄 때부터 알아봤다
정권교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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