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동 박사의 경제칼럼] 한국은 미중 무역마찰을 어떻게 볼 것인가?
[김근동 박사의 경제칼럼] 한국은 미중 무역마찰을 어떻게 볼 것인가?
  • 편집국
  • 승인 2019.06.03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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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피하지 말고 적극 역이용해야
김근동 박사
김근동 박사

좀 야박하지만 한마디로 말해 한국은 지금의 미중 무역마찰을 피하지 말고서 적극적으로 역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나 국제무역에서나 강대국의 파워 게임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유리한 생존전략의 방법이기도 하다. 

미국은 세계 패권자로서 경쟁자가 나타나는 것을 가만히 두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제2차 대전후 소련과 대립하였고 1980~ 90년대에는 급부상한 일본 패싱에 나섰다. 최근에는 중국과 패권 경쟁에 돌입했다. 

지금의 중국은 과거의 소련이나 일본과는 달리 정치 군사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경제면에서도 패권을 둘러싸고서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일대일로"라는 슬로건을 크게 내세우면서 말이다. 

전후의 경제재건에 나섰던 일본도 그러했다. 일본은 1980년대에 들어와 수출이 급증하면서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하였다. 게다가 세계의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던 미국에 일본이 도전한 것이다. 

이에 놀란 미국은 일본 엔화를 강세로 몰면서 국제시장에서의 일본 제품의 달러 표시가격을 대폭 인상시켜 수출 상승세를 꺽고자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미국은 일본 연구에 들어갔다. 미국의 명문 MIT대학이 일본 제품의 높은 경쟁력을 분석한 "Made in Japan" 이라는 서적을 발간하자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미국은 대규모 무역흑자를 기록한 일본을 압박해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을 체결하고서 일본의 국내 반도체 시장의 20%를 반드시 외국 제품으로 구매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다. 

이에 대한 일본의 반발이 거셌다. 동경도 지사를 엮임한 이시하라 신타로 라는 작가가 출판한 "No 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서적이 유명세를 탔다. 다시 시작하는 미국의 압박과 패전의 열등의식을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90년대에 들어와 일본 경제가 절정기에 접어들면서 자산이 크게 부풀어 오른 버블경제를 맞았다. 동경의 일부 부동산을 처분해도 뉴욕시 전체의 부동산을 살 수 있다면서 부동산구매 사냥에 나서 미국인들을 놀라게 했다. 

뿐만 아니었다. 일본의 시중은행이나 주요 제조업체의 주식시장 시가 총액은 미국의 유수한 대형 업체를 제치고서 세계 상위에 등극 했다. 소니는 미국의 혼이라는 콘텐츠 및 영화 배급사인 콜롬비아를 비롯해 관련 업체의 매수에 나섰다. 

이렇게 되자 미일간의 무역마찰은 가일층 심화되었다. 이때부터 매스컴들은 지금의 미일 무역마찰 상황을 가르켜 단순한 양국간의 무역갈등이 아니라 사실상의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한국은 일본에 비해 경제력이 크게 열세였다. 그런데 미일 무역마찰이 심화되고 위와 같이 미국의 대일 견제가 강화되자 한국은 경제수준을 한단계 높일 틈새를 파고들 수 있었다. 

특히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커다란 역경을 겪으면서 고전을 하고 있었는데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일본 국내 반도체 시장의 20% 재차 30%까지를 외국산으로 구매한다는 것이 결정되자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기사회생할 호기를 맞은 것이다. 

게다가 일본의 전통산업을 벤치마킹해 실력을 쌓아가고 있었던 한국은 외국시장에서 엔화의 강세로 매우 비싸진 일본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1998년 외환위기로 한국은 일시적으로 고전하기도 했지만 기술 수준의 향상에 따른 제품의 품질 개선과 원화 가치의 하락을 무기로 수출을 크게 늘리면서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 이후에도 미국은 엔화 가치를 계속해 강세로 밀어붙여 일본 경제가 크게 위축되었다. 게다가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까지 개방경제를 도입해 국제시장에 적극 진출하자 일본제품은 완전히 가격쟁쟁력을 상실한다. 

최근에 들어와 중국이 여세를 몰아 거세게 치고 올라왔다. 그러자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압박이 본격화된 것이다. 먼저 미국은 중국의 높은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관세를 확대했다. 기술 패권을 노리는 화웨이의 5G통신 장비 수입까지 금지시켰다. 

이번에도 한국경제가 커다란 영향를 받게 되었다. 중국의 대미 수출 제품의 미 관세 확대는 간접재 및 재료를 중국에 많이 수출하고 있는 한국에 직격탄을 준다. 

한국은 위와 같이 심각한 미중 무역 마찰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좀 기쁜 소식은 5G통신 장비 시장의 강자였던 중국의 화웨이가 미국의 견제로 주춤해진 시장을 삼성전자가 치고 올라가 상위에 랭크되었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 마찰이 심화되고 있는 지금 한국은 과거 미국의 일본 견제 목적의 미일 무역마찰 해소 대책을 역이용할 수 있는 교훈을 찾아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근동 박사
-현 국제협력포럼 위원
-전 산업연구원(KIET),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도쿄 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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