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선 교수의 직장인 건강관리] 콜센터에 보건관리자 배치가 필요한 이유
[정혜선 교수의 직장인 건강관리] 콜센터에 보건관리자 배치가 필요한 이유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4.02.08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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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교수
ㆍ가톨릭대학교 보건의료경영대학원 교수
ㆍ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회장
ㆍ대한환경건강학회 회장
ㆍ부천근로자건강센터장

1. 다음 소희를 기억하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다음 소희’ 영화는 콜센터에서 실습을 하던 여고생의 이야기이다. 2017년 1월, 전주에서 대기업 통신회사의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갔던 고등학생이 3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건을 다룬 영화이다. 

이 영화를 통해 콜센터의 극심한 감정노동 실태와 열악한 업무환경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현장실습생에게조차 실적에 대한 압박을 가하며 정당한 대우를 하지 않는 부조리한 현실이 영화를 통해 알려진 것이다.

2. 콜센터 현황

한국콘텐츠미디어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콜센터 업체 수는 3천개가 넘는다. 이 곳에서 일하는 콜센터 상담원의 수는 서비스노조 콜센터지부의 조사에 의하면 약 40만 명 정도가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에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 이상 집단발생하면서 콜센터 상담원들의 근무환경에 대한 문제점이 사회에 알려지게 되었다. 다닥 다닥 붙어 있는 책상, 좁은 휴게 공간, 부족한 환기시설 등이 콜센터 상담원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 콜센터 상담원의 건강문제

직업건강협회에서 콜센터 상담원에 대한 건강문제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콜센터 상담원들은 코로나19 때 나타났던 것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밀접 접촉하여 일을 하기 때문에 감염성질환이 많이 발생하고, 하루종일 전화와 컴퓨터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근골격계질환도 많이 발생한다. 거기에다가 하루 종일 앉아서 일을 하기 때문에 운동부족으로 인해 비만 발생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말을 하면서 목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만성적으로 호흡기질환이 발생한다. 고객으로부터 발생하는 감정노동과 직무스트레스도 많다. 이런 스트레스를 흡연이나 음주로 해소하는 경우가 많아서 불건강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다음 소희’ 영화에서 나타난 것처럼 심한 경우 자살 충동까지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4. 콜센터에 보건관리자 배치

콜센터에는 콜센터 상담원을 관리해 줄 보건관리자가 배치되어 있지 않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보건관리자 선임대상에 콜센터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문 의료인에 의한 보건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보건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태이다. 

보건관리자가 선임되어 있었다면 코로나19 유행 시, 초기 증상 파악, 질병자 병원 후송, 감염병 대응방법 교육, 건강한 업무환경조성 등이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행되어 감염병을 예방하고, 감염병 발생을 최소화 시키는데 기여했을 것이다.

콜센터 상담원들에게 나타나는 불건강한 생활습관 개선과 심각한 직무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전문적인 상담 진행도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콜센터 상담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여 콜센터를 보건관리자 선임대상업종에 포함시켜야 한다. 상주하는 보건관리자에 의해 콜센터 상담원의 건강관리가 이루어져야 신체적, 정신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질병을 보호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정기 안전보건교육 대상에도 콜센터를 포함시켜야 한다. 콜센터 상담원들이 매월 정기적으로 안전보건에 대한 교육을 받도록 해서 자신의 건강은 자기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해야 한다. 

사무실에는 환기시설을 충분히 설치하고, 매 층마다 휴게시설을 마련하여 직원들의 적절한 휴식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직무스트레스를 흡연이나 음주, 과식 등으로 해소하지 않고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는 상담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직원의 건강은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직결되는 요인이다. 직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을 회사 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건강한 일터가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

정혜선 교수
ㆍ가톨릭대학교 보건의료경영대학원 교수
ㆍ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회장
ㆍ대한환경건강학회 회장
ㆍ부천근로자건강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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