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선 교수의 직장인 건강관리] 자살로 이끄는 직장 내 괴롭힘
[정혜선 교수의 직장인 건강관리] 자살로 이끄는 직장 내 괴롭힘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10.27 0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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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교수
ㆍ가톨릭대학교 보건의료경영대학원 교수
ㆍ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회장
ㆍ대한환경건강학회 회장
ㆍ부천근로자건강센터장

얼마 전 인천의 장애인활동 지원기관에서 근무하던 50대 여성이 직장 내 괴롭힘을 받았다는 유서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유서에는 “이제 그만 할 때가 된 것 같다. 너무 지치고, 힘들고, 피곤하다”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최근 경제가 힘들고,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직장내 괴롭힘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서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면전에서 서류를 구겨 바닥에 버리는 상사도 있고, 매출 실적이 부족하다며 오전 7시 출근을 강요하고, 퇴근시간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녹음하거나 기록하게 해서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도 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9월달에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직장인 35.9%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3월 조사에서는 30.1%이었는데, 6월에는 33.3%로 상승하였고, 9월에는 35.9%까지 증가한 것이다. 

괴롭힘의 유형을 보면, ‘모욕·명예훼손’(22.2%)이 가장 많았고, ‘부당지시’(20.8%) ‘폭언·폭행’(17.2%) ‘업무 외 강요’(16.1%) ‘따돌림·차별’(15.4%) 등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괴롭힘 경험자의 46.5%는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는데,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심각성을 더 크게 느꼈고, 월소득이 150만원 미만인 경우가 가장 높았으며, 직급이 낮은 일반사원급에서 높게 나타나 노동약자에서 직장내 괴롭힘이 더 심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이 직장내 괴롭힘에 대처하는 방법은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이 65.7%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27.3%는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했다. 

괴롭힘 경험자 10명 중 1명은 괴롭힘을 당한 뒤 자해나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다고 한다. 직장내 괴롭힘을 당한 사람들이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그 이유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가 67.2%로 가장 높았고,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도 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의 조항에는 직장 내 지위나 관계 등에서 우위에 있는 경우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내 괴롭힘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직장내 괴롭힘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면 되면 과태료나 벌금 등의 처벌을 받데 된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직장내 괴롭힘 방지에 관한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사각지대에 존재하고 있다. 

앞으로는 적용범위를 확대하여 직장내 괴롭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라며, 직장 내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행복한 일터가 조성되길 기원한다.

정혜선 교수
ㆍ가톨릭대학교 보건의료경영대학원 교수
ㆍ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회장
ㆍ대한환경건강학회 회장
ㆍ부천근로자건강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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