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사고(思考)의 세대교체(世代交替)
[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사고(思考)의 세대교체(世代交替)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8.1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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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세대교체(世代交替)란 사전적으로 신세대(新世代. 젊은세대)가 구세대(舊世代.나이든세대)를 대체함을 의미한다. 비슷한 말들로는 리빌딩, 물갈이, 주역 교체 등이 있으며, 또한 신세대가 구세대와 교대하여 어떤 일의 주역이 됨을 뜻하기도 한다. 

세대를 교체하면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젊은 세대에게 효율적인 의사소통 방법 및 역량 개발 등의 지원을 제공하여 장기적인 발전 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성세대가 젊은이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젊은이들이 버릇이 없다거나 나약하다’는 기록들은 무수히 남아 있다. 

기원전 약 3천 년 경 고대 수메르지역에서 설형문자로 새긴 진흙 판에는 “요즘 젊은것들은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르고 버르장머리가 없다. 말세다”라는 기록이 남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이집트 피라미드에도 누군가가 “요즘 젊은것들은 버릇이 없다”는 낙서를 남겨 놓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기성세대들이 젊은이에게 ‘나약하다’, ‘버릇없다’면서 걱정과 우려를 풀어놓는 방식이 과거 사람들이라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동양에서는 젊은이들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아예 철학과 문화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동양에서 20세 약관(弱冠) 30세 이립(而立)을 넘어 40세 불혹(不惑)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온갖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신뢰할 수 있는 인격이 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과거의 수명에 비춰보면 거의 사망 직전인 40에 이르러서야 철이 든다고 한 것을 보면, 죽기 전까지 모두가 걱정과 우려의 대상이었던 셈이다.

각 세대는 시대적 경험의 차이를 갖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경험의 차이가 각자 존중받기보다 기성세대의 문화와 제도만을 강요하게 되면 결국에는 세대 갈등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지금 MZ 세대(밀레니엄 전후로 출생한 20∼30대)의 불만은 사회적 자원을 분배 및 재분배하는 과정에서 현격히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반면 기성세대들은 산업화, 민주화 과정에서 어떤 고난과 역경을 거쳐 왔는지를 반복 강조하면서, 오히려 젊은 세대가 이들이 이룩한 성과에 나약하게 안주하고 누리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물론 이 같은 인물 교체나 세대교체가 수월하게 진행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기존 세력들의 거부와 방해로 새로운 세대의 등장에 여러 가지 어려움과 장애를 만들어 낸다. 예외적 경우도 있다. 

토니 블레어의 경우 노동당의 원로들이 계획적으로 젊은 세력을 키워 배출한 인물이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도 새로운 ‘아젠다’를 갈구하는 지지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큰 무리 없이 집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설령 세대교체가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시대교체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하나의 세대가 세력을 형성해 정치적 주도권을 장악할 수는 있지만, 시대교체를 위한 ‘아젠다’ 없이는 결국 성공할 수 없다. 

최근 젊은 정치인들이 다수 등장하여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젊은이의 언어와 아젠다’로 한국 정치를 새롭게 바꿔나가겠다고 큰소리를 쳐왔다. 세대교체가 정치인의 나이만 낮춘다는 의미는 아니다. 젊고 참신하고 새로운 정책을 펼치라는 뜻이다. 

많은 시민도 진보와 보수, 여와 야를 떠나 그런 출발이 실현되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기성 정치인 뺨칠 만큼 오도되고 왜곡된 행동을 서슴없이 펼치면서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 주었다. 

역사적 업적의 3분의 2는 60세 이상 시니어가 이루어 냈다고 기록되어 있다. 옥
미국 월간지 <선샤인>이 발표한 역사적 통계를 보면, 세계 역사상 최대 업적의 35%는 60~70세에 23%는 70~80세에 의해, 6%는 80세 이상의 노인들에 의해 성취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역사적 업적의 64%가 60세 이상에 의해 성취되었다는 사실에 희망의 끈은 더욱 길어지게 되는 셈이다.

KFC 창립자 ‘커넬 샌더스’는 65세에 치킨 튀김 조리법을 개발하여 체인점사업을 시작하여 1009번의 거절 끝에 68세에 1010번째 찾아간 식당에서 첫 계약을 성사시켰고, 당대의 화가 ‘고야’는 66세에 ‘전쟁의 참화’를 그렸다. 80세에 그린 그림에는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라고 쓰여져 있었다.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할 때 나이는 70세였다. 철도왕 밴더빌트는 70세가 넘어 철도회사를 만들어 대성했다. 미켈란젤로 역시 로마 성 베드로 대성전의 돔을 70세에 완성했다. 하이든, 헨델 등도 70세 넘어 불후의 명곡을 작곡했고, 괴테가 <파우스트>를 완성한 것은 82세 때였다. 

‘세잔느’도 평생 사과 그림을 그렸지만, “늙은 만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사과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소포클레스가 <콜로누스의 오이디푸스>를 쓴 것은 89세 때였다. 피카소는 92세 숨을 거둘 때까지 그림을 그렸다.
 
80세 베르디의 열정에 감동을 받은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65세에 본격적으로 책을 쓰기 시작해 96세까지 무려 30여 권의 책을 썼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라 불리는 그는 생전에 본인이 쓴 저서 가운데 최고의 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항상 “다음에 나올 책”이라고 답했다. 노년이 될수록 그의 통찰은 빛을 더해갔다. 

나이 들어 왕성한 활동을 노인 세대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도 “노인이 되어 과거에 붙들려 있으면 불행하다. 미래를 향해 살려는 의지가 약한 마음도 버려라. 몸이 늙어도 계속 배워야 한다. 희망을 가지고 용기를 잃지 않으면 젊게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존하는 인물 중에도 다수가 노익장을 과시하며 열심히 세상을 경륜하고있다. 전 세계적으로 일하는 ‘옥토제너리언(Octogenarian. 일하는 80대를 가리키는 표현)’이 늘어나고 있다. 수명이 길어지는 현상과 맞물려 80대에도 일을 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을 유지하면서 일터를 지키는 장년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병석에 누워 하루를 보낼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생업에 종사하며 건강을 유지하고 후세대 직장 동료, 후배들에게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를 전수하고 있다.

영화배우 '해리슨 포드'는 81세가 된 올해 다시 한번 관객들 앞에 섰다. 영국 동물학자 89세 '제인 구달'이 지난 7.7일에는 이화여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올해 93세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글로벌 방산업체 텔레다인 테크놀러지스의 '로버트 머레이비언'(82) 회장이 있다. 

일본은 평균 수명(84.3세)이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답게 80대 근로자 수도 많다. 기업들도 80대 근로자 채용에 적극적이라 한다. 일본의 가전제품 판매 기업 노지마는 80세 나이 상한선을 없앴고 80대 신입사원도 채용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지퍼 제조회사인 YKK그룹도 2021년에 65세 정년을 폐지했다.

우리나라 80대 근로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노동연구원 집계에 따르면 80대 중에서 5명에 한 명꼴로 일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 기업 가운데 나이가 80세가 넘는 등기임원의 수는 2014년에는 31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20명으로 늘어났다. 

물론 이들보다 더 많은 수의 ‘노인’들이 노망이 나거나 노추와 노욕을 보여주는 사례도 많다. 그런가 하면 미처 60도 안 됐는데도 건전한 판단력을 상실한 지도자들도 없지는 않다.

세대교체란 새로운 세대에 의해 새 질서와 새로운 문화를 정립하는데 그목적이 있어야하고, 그것이 성공할 때에 한해서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처럼 어려운 일도 없다. 

왜냐하면 가령 30~ 50대로 세대교체의 기준을 삼는다면 틀림없이 60대 이상의 노년 세대들을 적으로 돌리게 되는 것이다.건전한 판단력과 경험이 중요한 것이라고들 하지만, 그 판단력과 경험이 그 시대성에 얼마나 어떻게 부합하느냐가 요체일 수 있다. 

지금 현실에서 거론되고 있는 세대교체 논쟁은 주로 나이와 자연적 세대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몇 살이니까 나가고 몇 살이니까 들어오고는 납득 하기 어렵다. 나이보다 사고방식이나 판단력이 관점이 되어야 한다.

세대교체는 노소(老少)의 교체가 아니라 긍정적사고, 젊은 감각 도전적 사고를 하고 열정적인 행동을 하는 ‘사고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하겠다. 

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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