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영화에서 찾아낸 마법의 세 단어 
[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영화에서 찾아낸 마법의 세 단어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5.18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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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시니어를 대상으로 ‘생애 설계’를 강의할 때, 어떻게 하면 치밀하고 구체적이고 분명한 목표를 설정할 것인가를 설명할 때 인용하는 영화가 있다. 힘들고 어려운 현실을 타개할 용기를 얻고 새롭게 도전하려는데 안성맞춤인 영화이다. 그 영화가 바로 “쇼생크의 탈출”이다. 

먼저 이 영화를 본 수강생들에게 어떤 장면이 감동적이었으며 기억에 남아 있느냐고 물어보고 대답을 기다린다. 어떤 반응이 나올까? 처음엔 질문을 난감하게 받아들였지만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서 몇 분의 대답이 나왔다. 

가장 눈에 다가왔던 장면은 주인공 ‘앤디’가 길고 긴 오물 통로 속을 기어 탈출에 성공하여, 실개천에서 쏟아지는 폭포 같은 비를 맞으며 빗속에 양팔을 벌리고 서서 하늘을 향해 자유를 외치는 것‘이라고 대답하는 분도 있고, 마지막 장면에 남태평양의 한 섬인 ’지후아타네오‘에서 옛 동료 ’레드‘를 반갑게 맞으며 포옹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헸다. 

또 어떤 분은 “세무 전문가인 주인공 ’앤디‘가 악질적인 간수들이지만 무식한 그들의 세금을 줄여주는 대가로 동료 죄수들에게 맥주를 나눠주도록 한 다음 즐거워하는 동료들을 보며 미소 지을 때”라고 대답하면서, 사람은 평소에 자신의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했다. 

또 다른 분은 예술적 감각이 풍부한 주인공이 어느 날 도서실 문을 걸어 잠근 채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저녁 바람이 부드럽게'를 방송으로 내보냈다가 무자비하게 두들겨 맞고 독방에 수감 되는 곤욕을 치르는 장면이라고 대답했다. 각자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대답을 하는 것이 인상 깊게 다가왔었다. 

이 영화는 성실하게 살아가는 은행 간부였던 ’앤디(팀 로빈스)‘가 바람 난 아내와 그 정부를 살해한 죄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쇼생크‘ 감옥으로 끌려간다. 

죄수들은 수송차에서 내리는 새내기 죄수들을 보며 누가 먼저 울 것인가 내기를 한다. 대부분 ’앤디‘를 지목했지만 틀렸다. 그는 울지 않았다.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느냐고 묻자 그는 누명을 썼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에게 돌아온 답은 "여기서 죄지었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파악한다. 교도소장과 간수는 잔인한 데다 탐욕스럽고, 몇몇 죄수들은 포악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텨낸다. 동성애를 거부하다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맞지만 삶을 포기하지도, 주위 사람을 향한 마음의 문을 닫지도 않았다. 

온갖 억압 속에 짐승 같은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 다른 죄수들과 기쁨과 슬픔을 나눔으로써 자기 나름대로 생활의 즐거움을 찾아내려고 애쓴다. 

교도소장과 간수들의 회계사 노릇으로 신임을 얻고, 죄수들의 학습을 위해 도서실을 만들고, 절도죄로 들어온 ‘토니’라는 젊은 죄수에게 글도 가르친다. 그런데 ‘토니’는 알고 보니 자신의 아내와 정부를 죽이고 도망친 범인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자신의 무죄를 증명해줄 토니가 검정고시에 합격하던 날 ‘앤디’는 희망을 품어 보지만 그 사실이 알려지자 ‘토니’는 교도소장에게 총으로 살해당하고 만다. ‘앤디’는 무너지는 억장을 수습하면서 잘 버텨낸다.

그는 ‘쇼생크 교도소’ 내에서 어떤 물품도 구할 수 있는 만능인 ‘레드(모건 프리먼)’에게 부탁해 구한 끌 망치로 지루하고 긴 20여 년을 공들여 탈출구를 만들어 간다. 20년째 가 되던 어느 날 마침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어 탈출의 적기라고 판단하고 오랫동안 완성한 탈출 구멍으로 탈옥에 성공한다. 

그는 교도소장의 신임을 얻어 수족처럼 보좌하면서 부정하게 갈취한 자금을 감쪽같이 관리하여 자신만이 알 수 있는 비밀계좌를 만들어 두었다. 그 가명 계좌로 교도소장의 부정한 자금이 착실히 쌓여갔다. 

교도소를 탈출한 후 신분을 세탁하고 가명으로 만들었던 계좌를 자기 명의로 바꾸고 40여만 달러의 돈을 찾는다. 그러면서 은행원에게 큰 봉투 하나를 건네며 우편발송을 부탁한다. 그 봉투 안에는 교도소장의 온갖 비리를 폭로하는 증거자료가 담겨 있었다. 

은행원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자유의 땅 멕시코로 유유히 떠난다. 결국 교도소장은 자기를 잡으로 온 수사관들을 외면한 채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영화를 열심히 본 사람도 이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 탈출하기 전날 교도소 담벼락 앞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 ‘레드’를 만나서 전하는 메시지가 바로 그것이다. 

“레드, 마누라는 나를 속을 알 수 없는 남자라고 불평불만이 대단했어요. 그녀는 정말 아름답고 예쁜 여자였어요. 저는 그녀를 끔찍하게 ‘사랑’했지요. 그런데 어리석게도 그걸 표현할 줄 몰랐어요. 결코 내가 방아쇠를 당기지는 않았지만, 내가 아내를 죽인 것이나 다름이 없어요. 원 이런 내가 아내를 멀어지게 했어요.”라고 하면서 한숨짓는 장면이 나온다.

부부간에 속을 터놓는 대화가 없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지 않으니 아내가 바람을 피우게 되었고, 정부와 함께 있던 그들은 어떤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죽어 버렸다. 자신이 아내를 죽인 범인이라는 배심원들의 판정으로 감옥에 오게 된 것이 그 이유라고 분명히 말했다. 

‘레드’가 위로하면서 ‘당신이 죽이지 않았으니 너무 마음 쓰지 말라’고 위로하지만 ‘앤디’는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함께 사는 부부간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은 서로를 멀어지게 하는 것이며, 갈등과 불신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마음속에 사랑하는 마음이 아무리 크더라도 “표현하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 분명한 메시지는 우리 사회에도 경종을 울려 줄만 하다고 생각된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오늘부터라도 실천해 보면 어떨까?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곧 익숙해질 수 있다. 무너진 관계를 복원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진심이 담긴 사랑의 표현은 떠나는 마음을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 약 500여 세대를 상대로 설문 조사를 한 일이 있었다. 여성에게 던진 대표 질문 항목은 남편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를 조사했더니 1위의 대답은 “여보, 사랑해”였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남편은 “당신을 믿어요”가 1위였다고 한다.

’사랑해‘라는 단어와 ’고마워‘ ’미안해’라는 세 단어가 합쳐지면 삶에서 가장 좋은 단어가 될 수 있다. 이 세 단어 아홉 글자를 ‘마법의 단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가족관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도 발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고, 미, 사’야 말로 ‘마법의 단어’라 할 수 있다. 직장에서는 ‘수고했네’ ‘고생했네. 로 표현하면 좋을 것이다.

인간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마법의 세 단어를 일상적으로 쓴다면, ’생애 설계 ‘ 중 가족관계와 사회적 관계는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 확신해도 좋을 것 같다. 

그동안 '쌓아 놓은 인맥이 얼마인데' 싶었던 예상과 달리 내가 너를 언제 보았느냐며 등을 돌리는 주위의 차가운 시선 때문에 문밖을 나서기가 겁이 난다는 은퇴자도 ’고, 미, 사‘를 일상화하면 좋은 관계를 계속하여 이어가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이달 5월 21일이 부부의 날이다. 이날을 잊지 말고 “고, 미, 사” 표현으로 웃음과 행복이 넘치는 부부의 애정을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영화 ‘쇼생크의 탈출’에서 전해주는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항상 기억했으면 좋겠다.

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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