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백약 중 으뜸과 계영배
[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백약 중 으뜸과 계영배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7.0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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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돈독한 인간관계와 건강 관리에도 술은 필수 불가결한 음식이라 할 수 있다.

한서(漢書) ‘식화지(食貨志)’에 ‘왕망(王莽)’은 전한(前漢) 황실의 외척으로, 전한을 무너뜨리고 신(新)나라를 세우고. 황제가 되어 물자에 대한 국가의 전매와 독점을 명하는 조서(詔書)에서, "무릇 소금은 음식과 안주의 장수(將帥)이고, 술은 모든 약 가운데 으뜸으로 좋은 모임을 즐겁게 해주며, 철은 밭농사의 근본이다(夫鹽食肴之將, 酒百藥之長, 嘉會之好, 鐵田農之本)"라고 하였다. 

또 희화(羲和: 고대에 천문을 관장하던 관리)인 노광(魯匡)은, "술이란 하늘이 내린 아름다운 녹봉으로, 제왕이 이것으로 천하의 백성을 기르고 제사를 올려 복을 기원하며, 쇠약한 자를 돕고 병든 자를 돌본다. 모든 예를 행하는 모임에 술이 없으면 안 된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유래하여 주 백약지장(酒百藥之長)이라 했다. 술 하면 떠오르는 이태백은 “하늘과 땅이 이미 술을 좋아했거늘 내가 술을 즐기는 것을 어찌 부끄러워하랴”라고 술을 예찬했다. 

또 어떤 이는 
“주거니 받거니 허물을 깨는 건 술이요
주어도 받아도 그리움이 쌓이는 건 사랑이다
뱃속을 채우는 건 술이요 영혼을 채우는 건 사랑이다
손으로 마시는 건 술이요 가슴으로 마시는 건 사랑이다
아무에게나 줄 수 있는 건 술이요 한사람에게만 줄 수 있는 건 사랑이다
마음대로 마시는 건 술이요 가슴이 설레는 건 사랑이다
입맛이 설레는 건 술이요 가슴이 설레는 건 사랑이다
주린 허기를 채우는 건 술이요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건 사랑이다.
”라고 노래했다.

그런데 몇년 전에 술에 대한 놀라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스탠퍼드대와 텍사스 주립대학(오스틴) 연구팀은 ‘알코올 중독 임상실험연구’학회 보에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지난 20년 동안 1,8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조사 대상은 55~65세 사이 노장년층의 음주와 수명의 상관관계를 조사하였는데 연구를 주도한 ‘찰스 할러헌’ 교수는 하루에 1~3잔을 마시는 적당량의 음주자(moderate drinker)와 3잔 이상을 즐기는 폭음자(heavy drinker) 그룹의 사망 확률이 비음주자(non-drinker) 그룹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비음주자는 20년 동안 69%가 사망했지만, 폭음자는 59%가 사망했고 1~3잔의 적당량 음주자는 41%가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찰스 할러헌’ 교수는 하루 3잔 이상은 권장 소비기준을 넘어서 알코올 중독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1~3잔 정도의 술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풀이했다. 

이 같은 보고서는 폭음이 간과 심장을 해치고 구강암을 유발하며, 가정의 붕괴를 가져온다는 기존의 학설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기도 하다. 

"술 안 마시면 일찍 죽는다."는 학술 논문이 충격적인 발표이기는 하지만 ‘찰스 할러헌’ 교수는 ‘건강을 위해 한 잔’(Drink to your health)이라는 속설이 이번 연구 결과로 입증되었다고 지적했다. (헤럴드경제 2010.09.05.)

애주가들은 ‘하루 한두 잔의 술은 어떤 보약보다 낫다’는 속담이 있는데 드디어 이 속담이 입증되었다고 좋아하고 있다. 어떤 질병이든 치유과정에서 혈액 순환이 좋아진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그런데 혈액 순환을 좋게 만들어 주는 식품은 따로 없다고 한다. 

술만이 혈액 순환을 즉시 좋게 만들어 주는 천상의 음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술을 과하게 마시면 건강을 해치게 되고 수많은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술 가운데 우리나라의 ‘막걸리’는 다른 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식이섬유, 아미노산, 유기산 등 다양한 영양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막걸리’에는 유산균이 ml 당 수백만에서 1억 마리 정도 들어 있다고 한다. 유산균은 항암, 항균, 장 건강에도 좋다고 하는데, 막걸리의 종류에 따라 유산균 수가 크게 차이가 있지만, 막걸리는 유익한 효모와 유산균이 많이 들어 있는 건강음료라고 할 수 있다. 

단, 알콜 성분의 경우 체지방이 늘어나는 증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과음만 안 한다면 술보다 더 좋은 발효 식품도 없다는 것은 사실이니 건강을 위해서 알맞게 마시는 지혜가 필요하다. 

술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계영배(戒盈杯)라는 술잔의 내력과 계영배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계영배는 잔을 가득 채우는 것을 경계하라는 술잔이다. 

과음을 경계하기 위해 술이 일정량 이상 차오르면, 술이 모두 새어나가도록 만든 잔으로 ‘절주배(節酒杯)’라고도 한다. 이 잔에는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지나침을 경계하라는 교훈의 의미도 담겨 있다.

계영배는 조선 순조 임금 시대 ‘우명옥’이라는 도공이 만든 술잔으로 이 술잔의 이름이 계영배(戒盈杯)이다. 다른 술잔과 다른 것은 “잔의 7부(70%)의 술을 따르면 그대로 담겨 있어 마실 수가 있으나, 7부가 조금이라도 넘치게 술잔을 채우면 잔 속의 술은 모두 밑바닥으로 사라져 버려 한 방울도 남지 않는 특징이 있다. 

지나침을 경계하라는 ‘술잔’이라는 지고한 뜻이 담겨 있다. 장수하는 사람도 7부의 철학을 실천하는 소식가(小食家)라고 한다.

계영배는 조선 시대 최고의 거상(巨商)인 임상옥(林尙沃. 1779∼1855)에게 전해졌고, 그는 이 잔을 늘 곁에 두고 자신의 과욕을 경계하면서 조선 역사상 전무후무한 청부(淸富)의 실천 상인(지금의 기업가)으로 거듭났다고 한다.

인생이라는 여정(旅程)은 선택과 절제의 연속이다. ‘탐욕’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의 삼독심(三毒心)이 가득 들어찬 끝없는 욕망을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경기도 이천의 도요상가(陶窯商家)에 가면 백자나 청자로 된 계영배를 구매할 수 있다. 필자는 지인에게 청자로 만들어진 계영배를 선물 받았는데 이 잔으로 술을 마실 때마다 절제의 철학을 배우며, 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안분지족(安分知足) 하려는 마음을 되새기기도 한다. 

술이 인간관계의 윤활유임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과도한 음주는 삼가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함께한 지인과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욕망을 버리려는 노력과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는 계영배(戒盈杯)의 의미를 새긴다면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고, 가진 것에 감사하며,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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