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52] 한 해 끝자락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52] 한 해 끝자락
  • 편집국
  • 승인 2021.12.28 0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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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한 해가 저무는 이 무렵이면 감정이 묘해진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운 마음과 새해에 대한 기대감이 상충하여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쉬움이라고 표현한 마음에는 미련과 후회의 감정이 감춰져 있다. 뒤를 돌아보면 늘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한 미련과 하지 말아야 했던 것에 대한 후회가 있다. 

이럴 때 생각나는 글이 있다. 호서대를 설립한 강석규 박사가 95세 때 남겼다는 수기로 많은 사람에게 큰 울림을 주며 회자하고 있는 글이다.

그는 젊었을 때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기에 65세 때 당당히 은퇴할 수 있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95세 생일 때 많은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왜냐하면 65년의 생애는 자랑스럽고 떳떳하게 보냈지만, 퇴직한 후 이제 다 살았고 남은 인생은 덤이라는 생각으로 살다 보니 덧없고 희망이 없는 삶을 무려 30년이나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스스로 늙었고, 뭔가를 시작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하며 보낸 시간이 30년이나 됐고 그 시간은 자신의 생애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긴 시간이었다.

그는 이제 95세의 나이에 하고 싶었던 어학 공부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10년 후 맞이하게 될 105번째 생일날 95살 때 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얼마 전 학창 시절부터 잘 알고 지내던 지인을 만났다. 갓 65세를 넘긴 그는 이제 공식적으로 노인이 됐으니 뭘 하려고 욕심부리며 애면글면하지 않고 그냥저냥 살려고 한다고 했다. 아마도 10년이나 20년 뒤 자신을 돌아보면 똑같은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강석규 박사는 결국 103세에 돌아가셨지만, 돌아가시는 마지막 순간에는 후회하지 않으셨으리라 생각한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후회되는 일이 대다수일 것이다. 비록 후회되는 일이 많더라도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매일 하루를 마치며 돌아보는 사람도 있고, 매주 또는 매달마다 세운 목표를 점검하며 평가와 반성의 시간을 갖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계획적이지 못한 사람들도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달이 한 해의 끝자락인 12월이다. 

우리나라는 한 해의 끝자락이 겨울에 놓여 있어 계절상으로도 한 해의 마지막이란 느낌이 들게 해주고 새해와 함께 만물이 소생하며 새로운 시작을 할 봄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살았던 뉴질랜드는 12월이 한창 여름이라 그곳에서 살 때는 해가 바뀐다는 실감이 나질 않았다. 그래서 해가 바뀌고 나이 먹는 걸 잊고 살았던 적도 있었다.

이제 다시 한국에 돌아와 겨울에 맞이하는 12월은 제대로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해주면서 한겨울 추운 날씨에 옷매무시를 단정히 하고 챙기듯 주변을 정리할 시간을 갖게 해준다.

되돌릴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쏘아버린 화살과 입에서 뱉어낸 말 그리고 지나간 시간이다.

사대에 올라 과녁을 향해 활을 쏘면 맞히든 못 맞히든 일단 활을 떠난 화살은 되돌릴 수 없다. 마찬가지로 입에서 뱉어낸 말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특히 공인들의 말은 기록으로 남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다.  

요즘 대선 후보들이 이전에 했던 말과 현재 하는 말이 달라서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있는데 몇 년 전에 했던 말이라도 기록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다시 생각해보면 쏘아버린 화살은 되돌릴 수는 없어도 가져다가 다시 쏠 수가 있다. 한 번 내뱉은 말도 불리하면 변명을 하거나 합리화시켜서 돌려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만큼은 결코 다시 되돌리거나 돌이킬 수가 없다. 타임머신을 타고 이전 시간으로 돌아가는 일은 공상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희망 고문과 같다. 그만큼 시간은 소중한 것이지만, 나는 무심히 흘려보내고 한 해 끝자락이 되어서야 시간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본다.

2021년에 가장 큰 사건은 뭐니 뭐니 해도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입원일 것이다. 어떤 경로로 코로나에 감염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가족이 모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을 때의 암담함과 두려움은 실제로 경험한 우리들뿐만 아니라 떨어져 있는 가족들에게도 큰 공포였었다. 

특히 95세의 고령에 기저질환이 있으셨던 장인어른의 코로나 감염은 거의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사경을 헤매셨음에도 살아나셨고 코로나도 이겨 내셨다. 이 일은 기적이란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 

그리고 노인층에 속하는 가족 모두 무사히 완쾌되어 퇴원한 것은 정말 다행한 일이었지만, 이 사건은 올해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또한 올해는 친한 친구와 가깝게 지낸 지인을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보낸 슬픈 이별의 해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올해 이런 불행하고 슬픈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4년 넘게 매일아침 경전 한 구절에 해석을 달아 공유하던 작업을 마침내 올해 끝마쳤고, 내 생애 처음으로 텔레비전 생방송에 출연하여 매스컴을 타기도 했고, 한국 백제 서예 공모전과 전국 휘호 경연대회에서 특선도 받고, 한국수필지에서 신인상을 수상하여 수필가라는 과분한 명칭을 얻은 것 등은 성취감과 기쁨을 안겨주었다. 

그러기에 올해는 인생사가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게 해준 한 해였다.

이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12월 마지막 날을 섣달그믐이라 하며 한자로는 제석(除夕) 또는 제야(除夜)라고 한다. 

섣달그믐에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고 하면서 새해 새날 닭이 울 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 지새는 수세(守歲)라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는 새롭게 시작하는 날과 그 전 해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깨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며칠만 지나면 저물게 되는 올해에 미련과 후회가 있다고 지는 해의 끝자락을 붙잡고 늘어질 수는 없겠지만, 새해에는 똑같은 후회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섣달그믐날 깨어 눈을 부릅뜨고 임인년(壬寅年) 새날을 맞이하려 한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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