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55] 너무 걱정하지 마라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55] 너무 걱정하지 마라
  • 편집국
  • 승인 2022.01.18 08: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다들 너무 걱정하지 마라. 걱정할 거면 두 가지만 걱정해라. 지금 아픈가 안 아픈가? 안 아프면 걱정하지 말고, 아프면 두 가지만 걱정해라. 나을 병인가 안 나을 병인가? 

나을 병이면 걱정하지 말고, 안 나을 병이면 두 가지만 걱정해라. 죽을 병인가 안 죽을 병인가? 안 죽을 병이면 걱정하지 말고, 죽을 병이면 두 가지만 걱정해라. 천국에 갈 거 같은가 아니면 지옥에 갈 거 같은가? 천국에 갈 거 같으면 걱정하지 말고, 지옥에 갈 거 같으면 지옥 갈 사람이 무슨 걱정이냐?”

온라인상에서 성철 스님의 어록이라고 떠돌아다니는 글이다. 정말로 성철 스님이 남기신 말씀인지 진위를 떠나 매일 걱정거리를 안고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글이다.

우리는 매일 걱정을 달고 산다. 나도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걱정거리가 많았지만, 이순(耳順)을 넘어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보니 무엇보다 건강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이는 내 나이 탓도 있겠지만, 고령의 장인장모님을 모시고 사는 집안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집은 전형적인 ‘노-노 케어’(老-老 care) 가족이다. 공식적으로 노인으로 분류되는 집사람과 내가 실질적인 노인이신 부모님을 돌봐 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장모님이 올해 만으로 90이 되시고, 장인어른은 90대 중반을 넘기고 계시기 때문에 두 분의 건강 상태가 늘 염려가 되고, 우리는 항상 비상 대기조로서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우리의 대기 상태를 시험하는 사태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2022년에도 새해 벽두부터 우리의 대기 상태가 시험대에 올랐다. 올해 96세가 되시는 장인어른이 하복부에 통증이 있다고 하셔서 병원 응급실에 가신 것이다. 

진단 결과 ‘급성담낭염’으로 젊은이들 같으면 수술을 하면 좋은데, 워낙 고령이시고 다른 기저질환도 있으시니까 전신 마취를 하며 수술을 받으시기에는 위험 부담이 있으니 입원을 해서 약물치료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고령의 환자이니 입원 시 반드시 보호자가 함께 있어야 하고, 코로나 시국이라 환자와 보호자 모두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며, 보호자가 외출하면 코로나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아내가 장인어른이 퇴원하실 때까지 함께 병원 생활을 하게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검진 결과 담낭염과 함께 신장에 종양이 발견되었는데 악성 여부는 조직 검사를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담낭염증을 가라앉힌 다음 비뇨기과로 옮겨져 조직 검사 및 수술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의사가 소견을 밝혔다. 

제퍼슨이 “우리는 실제로 벌어진 일보다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면서 마음의 고통을 겪는다”고 말한 것처럼 나의 걱정은 벌써 서너 걸음 앞서가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장인어른은 오히려 담담해 하시며 암이라도 수술은 받지 않겠다고 분명한 의사를 밝히셨다. 암 제거 수술을 한다고 해서 얼마나 더 살게 될지도 모르고, 여생을 암 치료하면서 병원 신세를 지며 살고 싶지 않다고 하신다. 

장모님과 통화하시면서 앞으로 더 살아봐야 일이 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암이 있다는 소식이 오히려 기쁘다고까지 하셨다. 생사를 달관한 듯한 말씀에 자식들은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여러 해 전 암 진단을 받고 3년 정도 살 거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아직도 건강하게 살고 계신 바로 아래 동생분을 보면서 암을 받아들이는 생각이 달라졌을 수도 있고, 워낙 고령이시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셨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실 장인어른은 작년에 코로나에 걸리셔서 합병증으로 거의 죽음 문턱까지 갔다 오신 경험이 있다. 담당 의사가 가족들에게 현재 상태를 알리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까지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 당시 아내만 빼고(아내도 나중에 재택 격리 해제를 위해 코로나 재검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입원하게 되었지만) 가족 모두 코로나 증상으로 입원 격리 중이었기 때문에 큰일을 당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서 발만 동동 구르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심정지 상태에서 심폐소생술로 다시 호흡이 돌아오고 그 후 코로나까지 이겨내시고 퇴원하셨을 때는 병원에선 기적이라고 했고 당신도 부활했다는 표현을 쓰셨다.

그 후 집에 돌아오셔서 다시 원기를 되찾으시면서 우리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코로나 백신 3차 접종까지 하면서 코로나와의 악연은 밥상머리 얘깃거리가 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합병증까지 이겨내셨듯이 장인어른이 이번에도 우리의 걱정이 무색하게 입원 치료를 잘 받으시고 다시 귀가하시리라 믿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이 또한 지난 일이 되어 종종 한국전쟁 참전 무용담 얘기하시듯 투병 경험담을 말씀하실 것이다.

어니 제이 젤린스키가 쓴 ‘느리게 사는 즐거움’(Don’t hurry, be happy)에서 걱정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우리가 하는 걱정거리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건들에 대한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것이고, 22%는 사소한 사건들, 4%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건들에 관한 것이다. 나머지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에 대한 것이다. 즉, 우리가 하는 걱정거리의 96%는 쓸데없는 것이다.”

지나 놓고 보니 내가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그냥 걱정으로 마음만 끓였을 뿐이다. 걱정해도 안 될 일은 안 되고, 될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걱정을 없앨 수는 없어도 올해는 쓸데없는 걱정을 줄이겠다고 마음고름하지만, 아무래도 걱정을 너무 많이 하고 있나 하는 걱정이 또 슬몃슬몃 든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티베트 속담)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