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무너지는 품격(品格)
[최승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무너지는 품격(品格)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9.15 0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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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요즈음의 일상에서 개인의 인격이 파괴되고 지도자의 품격이 무너지는 장면을 수없이 목도하고 있다. 신문 지상과 온갖 매체 속에서 어이 상실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이 발생 된다. 특히 ‘Y’ 구에 있는 ‘Y’라는 동네에서는 바로 선 품격있는 행동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과거 수많은 범법을 저지르고도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아무 일이 없는 듯 큰소리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막말에 사기에 거짓말에 험담에 비난과 더러운 언어와 폭력이 난무한다. 9.13에는 ‘Y’ 구 S역 일대에 보기에도 끔찍한 패륜의 그림 수십 장이 배포되어 게시되는 일이 벌어져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캐피털 대표는 “한국인과 한국적인 것들이 점차 미국 주류 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의 국격이 높아진 줄 알고 좋아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한국인 개인과 기업이 이룬 성과이지 국가 차원에서 달성한 게 아니었다. 정작 국격을 높이기에 애써야 할 정계 리더들이 국격을 수시로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더타임스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는 지난 3.13일 “이번 한국 대선은 한국 민주화 이후 35년 역사상 가장 역겹고 치사한 선거”라고 보도했다. “부패와 부정, 샤머니즘, 언론인, 경제인에 대한 위협과 속임수가 선거를 집어삼켜 버렸다.”고 했다. 

이번 대선에만 벌어진 일이 아니라 코리안 컬처와 한국 기업 및 한인들의 성공이 빛을 내고 있지만 오랜 기간 곪아 있던 상처가 한꺼번에 들춰진 듯하여 망연자실 온종일 우울해진 적이 있다.

더러운 생각을 하면 더러운 행동을 하게 되고 더러운 행동을 하게 되면 더러운 습관이 생기게 되고 더러운 습관은 더러운 인격을 만들며 더러운 인격은 더러운 인생을 만든다는 세상의 이치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예외 없이 변신하며 세상을 살아간다. 산전도 겪고 수전도 공중전까지 다 겪으면서 삶을 영위해 간다. 분명한 것은 사람이 변신해 가더라도 반듯하고 곱게 변해 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반듯한 사람으로 존경받는 리더로 품위와 품격을 상실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사람의 품격은 바른 인성과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성숙(成熟)함과 노련(老鍊)함을 갖추어 가는 일이다. 

품격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품격'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 또는 교육과 학습한 결과에 따라 다져지고 느껴지는 품위’를 뜻한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이자 정치인인 키케로는 “동물과 인간을 구별할 때 참다운 사람됨이야말로 인간의 기본이고 그 사람의 품격은 어른다운 성숙한 품행이며 존경받을 수 있는 품격을 갖춰진 데서 비롯될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탐구해온 언어철학자 페터 비에리(Peter Bieri.1944년~ 스위스)는 '삶의 격'이라는 책에서, 존엄한 삶의 형태를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는 내가 타인에게 어떤 취급을 받느냐 하는 것으로 우리는 이를 통해 자신의 존엄성을 가늠하는 잣대로 삼는다. 둘째는 타인이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그들을' 어떻게 대하느냐, 즉 내가 타인을 대하는 생각과 태도라는 측면이다. 셋째는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 하는 것으로 자기 자신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사실 인간의 품격 중 상당 부분은 자신이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다. 아무리 호사스러운 삶을 누리고 있다 하더라고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고 스스로 성찰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인간의 품격은 미미한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을 포용하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품격 있는 사람일까? 스스로 곰곰이 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Y’ 동네 사람들을 추종하거나 그들과 유사한 행동을 해서는 절대로 아니 될 것이다.

‘곳간에서 인심 나고 예의염치가 생긴다.’는 『관자(管子)』에서 가장 유명해진 이 말은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구절이다. 이것이 품격의 기본 사상이다. 그러나 그 뜻을 잘못 해석해서 재산이 없으니 마음대로 행동해도 된다거나 자신의 잘못된 언행을 합리화하는 데에 쓰일 위험도 있는 구절이다. 

얼핏 보면 ‘관중’의 이 말이 절대로 맞는 것 같지만,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돈이 많다고 해서, 연봉이 높다거나 학력이 높다고 해서 제멋대로 행동한다면 그것은 사회악이 될 수도 있다. 

이제 우리의 삶은 곳간은 차고 넘치게 되었지만, ‘예의염치(禮義廉恥)’의 기본사고인 품격이 사라진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하여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데 요즈음 부자들은 "곳간이 가득 차게 되면 곳간을 더 늘려지어 그곳을 더 채우려고 과욕을 부리고, 먹고 입는 것이 넉넉해지면 오히려 예의염치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하기 쉬우며 다른 사람이 가진 것까지 빼앗으려 든다. 

그러나 바른 언행과 품격은 저절로 생기거나 발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품격을 높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지속적인 학습과 노력이 반드시 수반 되어야 한다.

개인의 품격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주변이 따듯함을 느끼게 하고 높은 인격을 갖추고 나누고 공유할 줄 알며 타인을 배려하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우리의 기대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품격 높은 개인과 조직, 품격 높은 사회, 한발 더 나아가 나라의 품격(國格)마저 높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 우리 안에 잔재해 있는 ‘천격(賤格)’을 제거하지 않고서 품격을 높이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우리가 품격에 대해 느끼는 다양하고 싫어하는 불편한 진실을 찾아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정리하자면 품격이란 사람의 됨됨이와 기본바탕을 타고난 성품과 교육과 훈련으로 갖추어진 품격있는 사람의 도리가 행동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아울러 늘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지식과 정보를 폭넓게 학습하고 실천하게 되면 우리가 바라는 품격이 되살아나게 될 것이다.

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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