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빵(Bread), 초밥(Sushi/壽司), 붕어빵, 타바스코 소스(Tabasco-Sauce)
[전대길 CEO칼럼] 빵(Bread), 초밥(Sushi/壽司), 붕어빵, 타바스코 소스(Tabasco-Sauce)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4.0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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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빵이란 말은 라틴어 ‘파니스(Panis)’에서 유래했다. 
영어 ‘브레드(Bread)’, 독일어 ‘브로트(Brot)’, 네덜란드어 ‘브로트(Brood)’에서 왔다는 설과  다른 하나는 프랑스어 ‘뺑(Pain)’, 이탈리아어 ‘파네(Pane)’, 스페인어 ‘팡(Pan)’, 포르투갈어 ‘팡(Pao)’에서 왔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 포르투갈어 ‘팡(Pao)’에서 왔다는 주장이 정설이다. 

세상에는 ‘브래드(Bread)’가 아닌 ‘빵(Pan)’에 가까운 발음으로 빵을 지칭하는 나라들이 많다. 포르투갈도 그중 하나로, 포르투갈어 ‘팡’이 일본을 거쳐서 우리나라에 전해진 까닭에 우리들도 ‘빵’이란 말을 쓴다. 포르투갈은 빵의 역사에 한몫했다. 포르투갈 수도사(修道師)가 일본 나가사키에서 전파한 빵이 바로 ‘카스텔라Castella’다. 

‘카스텔라’ 빵

스페인어로 성(城)을 뜻하는 ‘카스티요(Castillo)’에서 ‘카스텔라’ 빵 이름이 유래했다. 오늘날 스페인의 중부 지역에 ‘카스티야’라는 지방이 있지만 사실 카스티야는 하나의 왕국 이름이었다. 이후 카스티야 왕국의 이사벨 여왕과 아라곤 왕국의 페르난도 국왕이 결혼하면서 이후 스페인으로 통합되었다. 

‘비스코초’ 빵

15세기경 카스티야 지방에는 달걀을 부풀려 구운 ‘비스코초’라는 빵이 있었다. ‘비스코초’란 ‘두 번 구운 것’이라는 뜻이며 보존이 쉽도록 2번 구워 딱딱해진 빵이다. 그 후 비스코초는 밀가루, 달걀, 설탕을 사용해 구운 과자로 바뀌었다. 당시 스페인 수도원에서는 신자들을 위해 비스코초를 포함한 과자들을 만들었다. 

15세기 후반 기록에는 현재의 비스코초와 비슷한 형태의 레시피가 있었다. 이 비스코초를 이웃 나라 포르투갈에서는 생산 지역 이름인 스페인어인 ‘카스티야’로 불리다가 포르트갈식 발음으로 변화하여 ‘카스텔라’로 진화했다. 이것이 일본으로 전해진 것이다. 일본어 특성상 자모에 받침이 거의 없고 받침 발음도 없어 ‘카스테라(カステラ)’로 불리었다.  

유럽에서 일본에 전래된 나가사끼에는 계란 노른자로 만든 카스테라를 생산하는 점포가 30여 곳이 넘게 있다. SBS-TV ‘세상에 이런 일이(2023.3.7. 방송)’ 프로그램에서 400여 년간 이어져 내려오는 노포(老鋪)를 소개했다. 창업자의 10대 손이 카스테라를 만드는 생생한 장면을 방영했다. 현재 11대 손이 가업을 이으려고 생산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Sushi(壽司)’

일본 Osaka(大阪/큰 언덕)에서 생겨난 일본 음식 ‘Sushi(壽司)’에 관해서도 살펴본다. 
우리말은 초밥이다. 밥알은 350알이 평균이며, 일식집에서 나오는 스시는 300알, 여성은 280알 정도다.  흰 살 생선은 2∼3㎜, 참치는 5㎜가 생선 맛을 잘 느낄 수 있는 두께다. 

밥의 온도가 체온(섭씨 36∼37도)과 비슷할 때 가장 맛있다. 니기리 스시 한 개의 칼로리는 30㎉. 10개를 먹어야 밥 한 공기의 칼로리와 비슷하다. 뷔페식당에서 맛있게 먹는 방법은 찬 음식을 먹고 나서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게 좋다. 한 마디로 <Cold Food→Hot Food>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스시를 맛있게 먹으려면 담백한 재료부터 기름진 재료 순으로 먹는다. 기름진 음식을 먹은 다음에는 담백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색깔로 치면 ‘흰색 붉은색→ 푸른색 생선’ 순으로 먹는다. 후식은 과일이 무난하다.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스시에 된장국이 따라 나온다. 따끈한 녹차를 마시면서 스시를 먹어야 제맛이 난다. 녹차는 입 안에 남은 생선 냄새와 기름기를 씻어주어서 스시의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스시를 먹은 뒤에는 된장국을 먹는 게 좋다. 

간장은 생선 부위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 나며 뭉쳐 있는 밥알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밥에 간장을 찍으면 밥이 간장을 흡수해 초밥 5~6개를 먹으면 간장 한 스푼을 먹는 셈이다. 

일본에서는 벼농사의 전래와 함께 전통적인 보존 식품인 스시와 독자적인 생식(生食) 문화가 발전했다. 생선이 풍부한 일본에서는 무로마치 시대(1338~1573) 중기에 날생선을 먹는 ‘사시미(さしみ/刺身)’와 함께 발효(醱酵)시켜 산미(酸味)가 나는 쌀에 날것에 가까운 생선을 더한 ‘스시’가 출현했다. 

에도 시대(1603~1868)에 간장이 보급되서 지금과 같은 사시미와 스시가 만들어졌다. 자투리로 남은 날생선을 초밥 위에 얹어 간장에 와사비를 넣은 소스에 찍어 먹는 스시는 일종의 패스트푸드(Fast Food)라고 할 수 있다. 

‘하나야 요헤이(華屋 兵衛)’란 요리사가 스시를 처음 개발했다. 소금과 식초에서 벗어난 세련된 생식, 사시미와 스시가 요리로 정착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오늘날 일본 요리의 특성을 엿볼 수가 있다.

일본의 3대 생선은 마구로(참치), 타이(도미), 히라메(광어)를 친다. 그중 도미는, ‘경사스럽다’는 의미의 일본어 ‘めでたい’(메데타이)’의 ‘たい(타이)’가 도미의 ‘타이’에서 유래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도미로 만든 요리는 일본에서 ‘경사, 축하’를 의미하기 때문에 정월이나 특별한 날에 먹는다. 

동영상으로 보는 [전대길 CEO칼럼] 초밥(Sushi/壽司) 이야기

일본의 물고기 모양 빵인 '타이야끼'가 우리나라 붕어빵의 원조란 이야기가 있다. 발명가는 도쿄의 역사가 깊은 제과점인 '나니와야'의 주인 ‘칸베 세이지로’다. 

붕어빵

1900년대 일본 사람들은 물에 갠 밀가루를 틀에 붓고 팥소를 넣어 구운 '이마가와야끼'란 둥글 납작한 빵을 즐겨 먹었다. 당시 도쿄에서 이마가와야끼를 파는 가게들 사이에 경쟁이 극심했다. 이에 ‘칸베 세이지로’는 다른 가게와는 차별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1909년부터 야구 배트, 비행선 등 다양한 모양을 지닌 이마가와야끼를 만들어서 판매했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를 끈 것이 바로 물고기 모양이었다. 도미라는 생선 모양의 틀에 이마가와야끼를 구운 것이다. 나중에는 이 빵을 타이야끼라고 불렀다. 일본어로 '타이(たい)'는 '도미', '야끼(やき)'는 '구운 것'이란 말 그대로 '도미 모양으로 구운 빵'이란 의미다. 

이 타이야끼가 1930년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붕어빵으로 변신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가장 흔한 물고기가 도미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붕어가 친숙한 물고기였기 때문이다.

‘타바스코 소스(Tabasco sauce)’

‘타바스코 소스(Tabasco sauce)’에 관한 이야기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은 미 하와이 진주만 기지를 공습했다. 미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당시 미 해병대에 복무 중이던 월터 스타우퍼 매킬러니(1910~1985) 역시 제2차 세계대전의 전선 중 하나인 태평양 전쟁에 참전했다. 그곳에서 전투 식량인 씨-레이션(C-Ration)을 맛보았다. 

그 후 1959년 해병대 준장으로 전역한 월터는 매킬러니 컴퍼니의 경영을 맡았다. 어떻게 하면 ‘타바스코 소스’를 대중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했다. 

월터는 곧 전투 식량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전투 식량은 염장 고기 등 여러 음식을 조리해 놓은 통조림 형태였는데 종류가 한정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병사들은 어떻게든 전투 식량을 활용해 새롭게 조리해 먹을 궁리를 했다. 

오랫동안 군(軍)에 복무한 월터는 이러한 사정을 잘 알았으며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가 있었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6년, 월터는 타바스코 소스가 담긴 소포 상자를 마치 군인 가족이 보낸 것처럼 꾸며 전쟁터로 보냈다. 

월터는 미국 군인들의 심리상태를 잘 알았기에 이 소포 상자가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자극할 것으로 생각했다. 소포 상자 속에는 타바스코 소스만 있는 게 아니라 전투식량과 소포 안의 재료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레시피도 같이 들어 있었다. 맛있는 음식이 병사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기 때문에 생각해 낸 훌륭한 아이디어였다. 

월터의 마케팅 전략은 탁월했다. 미국의 전투 식량에는 타바스코 소스가 포함되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한 작은 배려와 경험에서 나온 번뜩이는 마케팅 전략이 타바스코를 공식적인 전투식량으로 만들었다. 타바스코 소스는 군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더 나아가 NASA가 지정한 우주 비행사 식량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 결과 국제우주정거장이나 우주왕복선의 우주비행사들도 타바스코 소스의 매운맛을 즐긴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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