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1초(初)의 순간(瞬間)이 운명(運命)을 바꾼다
[전대길 CEO칼럼] 1초(初)의 순간(瞬間)이 운명(運命)을 바꾼다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4.19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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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이사

“봤을까? 날 알아봤을까?‘ 어느 날, 종로 번화가를 걸어가다 앞에서 옛날 애인이 갑자기 나타나 1초 사이에 옆으로 스쳐 지나갔다. 당황해서 뒤를 돌아보지도 못하고 한마디 말도 건네지 못한 심경을 노래한 유 안진 시인의 ‘옛날 애인’이란 9글자 명시(名詩)는 이렇게 탄생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짧은 시로 알려졌다. 찰나(刹那)의 순간에 수많은 생각이 시인의 뇌리에 주마등(走馬燈)처럼 스쳐 갔으리라. 

  <가수 이 선희>
  <가수 이 선희>

가수 지망생인 이 선희 씨가 여러 공연기획사를 찾아다녔다. 수많은 오디션을 보았지만, 매번 불합격(不合格) 판정을 받았다. 

어느 날 가수 자질이 없다고 불합격 통보를 받고 허탈하게 나오는데 사무실 쓰레기통 속에 마구 구겨서 버려진 ‘J에게’란 악보가 순식간에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그녀는 “아~! 바로 이거다~!”란 예감을 받았다. 

‘이 악보의 작곡가도 나처럼 퇴짜를 맞고 나오다가 화(火)가 치밀어 손으로 악보를 짓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렸나 보다’란 생각이 들어 이를 집어 들고 와서 편곡해서 강변가요제에 출전했다. 

행운의 여신이 그녀를 도왔는지 MBC 강변가요제 대상(大賞)을 받고 가수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김 이곤 극동아트TV 총괄음악감독이 전한다. 

이 선희 여가수가 그때에 쓰레기통에서 ‘J에게’란 악보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1초(秒)라는 찰나(刹那)의 순간이 운명을 바꾼 것이다. 

그런데 1984년 MBC 강변가요제 담당 PD(Production Director)가 필자와 용산고 동기 동창 이 기호 MBC 라디오 본부장(원주 MBC 사장 역임)이었다. 그는 방송국 PD 연합회장으로도 일했다.    

      <가수 심수봉>          

<백만송이 장미(러시아어: Миллион роз)>는 라트비아 가요 《마리냐가 준 소녀의 인생》이란 곡에 러시아어 가사를 붙인 노래다. 소비에트 연방의 가수 알라 푸가초바가 불러 대중에게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수 심 수봉이 <백만송이 장미>란 노래를 불러 유명해진 번안가요다. <백만송이 장미>와 . <그때 그 사람>을 불러 가요계 전설로 평가받는 심 수봉 씨는 선배 가수 나 훈아 덕분에 가수로 데뷔했다면서 고마워한다. 

어느 날 그녀가 서울 남대문 근처에 있는 도큐(TOKYU) 호텔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때 나 훈아 가수가 온 것을 알고서 그가 부른 <물레방아 도는데>를 열창했다. 

그리고 나서 나 훈아 가수가 레코드 회사 두 분을 데리고 와서 말했다. “저 사람이 가수 안 하면 누가 합니까?”라며 목소리 칭찬을 많이 했다. 이런 연유로 그녀는 가수의 길로 들어섰다. 

1993년에는 <심 수봉의 트로트 가요앨범> 라디오 담당 PD와 재혼해서 2남 1녀의 어머니로 살고 있다. 가요계의 전설(Legend)로 인정받는 그녀가 2023년4월15일 <부부행진곡>이란 신곡을 발표하면서 열정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그때 그 순간에 도큐호텔에서 가수 나 훈아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가수 심 수봉은 지금처럼 가요계 전설이 될 수 있었을까?  

<강 수진 예술감독과 그녀의 두 발)>

순간이 인생을 바꾼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얼마나 오랫동안 열심히 발레 연습을 했으면 10개의 발가락 모두가 휘고 꺾여서 관절염 환자처럼 볼품이 없기로 유명한 국립발레단 강 수진 예술감독의 “한 걸음을 걸어도 나답게”란 책에서 그녀의 인생을 바꾼 사건에 눈길이 쏠린다. 

강 수진 감독은 ‘무용계 아카데미상’이란 ‘브누아 드 라당스’란 최고 여성 무용수상(舞踊手賞)을 수상하고 최고의 명장(明匠) 예술가(藝術家)에게만 주는 독일 ‘캄머 탠저린(궁정 무용가)’에 뽑혔다. 

그녀는 스위스 로잔 콩쿠르에서 우승 한 세계적인 발레 무용가다. 그런데 그녀가 발레 연습에 몰두했던 중학교 3학년 학생일 때 ‘마리카 베소브라소바’ 모나코 왕립 발레학교 교장선생이 한국을 방문, 강 수진 학생의 부모에게 ‘100,000명 발레리나 중에서 한 명 나올까 말까 해요. 수진 학생을 더 큰 세상에서 발레를 배우도록 저를 믿고 유학을 보내주세요’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유학을 권유했다. 

이렇게 해서 세계 최고의 강 수진 발레리나가 탄생한 것이다. 
                  
최근 조선일보 스포츠란에 실린 기사는 준비된 찰나(刹那)의 순간을 이야기한다. 
2023 한국 여자배구 결승전에서 한국도로공사 배구팀은 김 연경 선수가 뛰는 흥국생명 배구팀에게 1, 2차전을 패했다. 그러나 3, 4, 5차전을 내리 승리하여 우승했다. 

스포츠 경기에서 어느 한 팀이 한 번도 패하지 않고 상대 팀과의 경기에서 전승(全勝)함을 뜻하는 ‘리버스 스위프(Reverse Sweep)’를 이루었다. 우승 요인 중의 하나는 중국 한나라 초대 황제인 유방(劉邦/BC202~195)의 리더십을 활용했기 때문이란다. 

김 종민 한국도로공사 배구 감독은 유방의 리더십을 다룬 <<최후의 승자가 되라>>를 열독했다. 가장 감명받은 “준비하고 기다려라!”란 전략을 활용해서 우승했단다.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이야기다. 한평생 시계를 만든 시계명장(時計明匠)이 자기 아들의 성인식(成人式)에서 정성 들여 만든 예쁜 시계를 선물로 주었다. 그런데 그 시계의 시침(時針)은 구리(銅), 분침(分針)은 은(銀)이며 초침(秒針)은 금(金)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시계를 선물 받은 아들이 시계명장(時計明匠)인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왜 시침은 구리, 분침은 은, 초침은 금인가요?” 

“아들아, 초침은 가장 중요하기에 금(金)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초를 잃는 것은 모든 시간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 초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시간과 분을 아낄 수 있겠느냐? 세상만사가 1초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잊지 말거라. 아들아! 지금부터 성인으로서 단 1초라도 하찮게 허비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나서 시계명장(時計明匠)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명품 시계를 아들의 왼 손목에 채워주었다.

1초란 찰나(刹那)의 순간이 생사(生死)를 넘나들며 인간의 중대사(重大事)를 결정한다. 어떤 사람과의 우연한, 순간적인 만남도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가수 이 선희 씨, 가수 심 수봉 씨, 그리고 발레리나 강 수진 감독 그리고 김 종민 한국도로공사 여자배구 감독처럼 말이다. 

번개처럼 스치는 예술인들도 마찬가지다. 찰나(刹那)의 순간이 예술가를 낳고 명작(名作)을 출산한다. 지금 어렵고 힘들다고 한숨 쉬지 말자. “행운의 순간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1초(初)의 순간이 우리들의 운명(運命)을 바꾼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란 참 뜻을 이제야 알 것만 같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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