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녹명(鹿鳴)과 중산층(中産層) 
[전대길 CEO칼럼] 녹명(鹿鳴)과 중산층(中産層)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10.0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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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수많은 동물 중에서 사슴만이 먹이를 발견하면 같이 나누어 먹자고 동료 사슴을 부르기 위해 목 놓아 운다. 이 울음소리가 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녹명(鹿鳴)이다. 다른 짐승들은 먹이를 발견하면 혼자 먹고 남는 건 비밀장소에 숨겨 둔다. 
          
‘녹명(鹿鳴)’이란 말은 시경(詩經)에 등장한다. 사슴 무리가 평화롭게 울며 풀을 뜯는 풍경을 어진 신하들과 임금이 함께 어울리는 것에 비유했다. 

‘녹명’에는 혼자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 살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목숨까지 바쳐 사랑하는데 역사 속에는 그 형제끼리 서로 죽고 죽이며 싸우는 게 비일비재하다. 권력과 돈 앞에서는 왜 형제가 아닌지? 가족이 아닌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은 자신의 동생 둘을 잔혹하게 죽였다. 오늘날 재벌가의 유산상속 분쟁도 서로가 상대를 꺾고 이겨야만 한정된 재화나 권력을 독차지할 수 있는 비극적 사실을 맞는다. 내 이익을 위해 너를 잡아먹어야 하며 내가 성공하기 위해 너를 짓밟고 올라서는 사례가 다반사(茶飯事)다.  

 <<이기적 유전자>>란 책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리처드 도킨스(Clinton Richard Dawkins/1941~)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교수’가 말했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보호하면 그 남이 결국 내가 될 수 있다. 서로를 지켜주고 함께 협력하는 것은 내 몸속의 이기적 유전자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약육강식으로 이긴 유전자만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상부상조한 부류가 더 우수한 형태로 살아남는다는 게 바로 도킨스 교수의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이기심(利己心)보다 이타심(利他心)이 우선(優先)하며 내가 잘살기 위해 남을 도와야만 우리가 모두 잘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래서 사슴과 다른 인간 세계의 중산층(中産層) 기준에 관해 살펴보았다. 

먼저 프랑스 사람들의 중산층 조건이다.  
① 외국어 하나 정도는 할 수 있고 
②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하며 
③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고 
④ 남들과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할 수 있으며 
⑤ 사회적 공분에 의연히 참여하고 ⑥ 약자를 돕고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영국인(英國人)의 중산층 기준이다.
① 페어플레이하고 
②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며 
③ 약자를 보호하고 강자에 대응하고 
④ 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하며 
⑤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갖는 것이다.

미국인(美國人)의 중산층 기준이다. 
①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② 사회적인 약자를 도우며 
③ 부정과 불법에 저항할 줄 알고 
④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비평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에 조사한 대한민국(大韓民國) 중산층의 기준이다. 
① 부채(負債)가 없고 전용면적 30평 이상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② 월 급여가 500만 원 이상이며 
③ 2,000cc급 이상의 중형차를 소유하고 
④ 통장 예금 잔액이 1억 원 이상이며 
⑤ 1년에 1회 이상 해외여행을 즐기는 것이다. 

위에 열거한 프랑스인, 영국인, 미국인과는 사뭇 다르다.   

프랑스인은 누구나 마음만 잘 먹으면 중산층이 될 수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웬만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중산층 범주 안에 들기가 힘들다. 

프랑스인이 다른 나라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외국어를 익히고 서툰 솜씨로 악기나 운동 또는 요리를 연습하고 남을 도우면서 스스로 행복해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매주 로또 복권을 사거나 부동산 투자와 무리한 주식투자에 몰두한다. 자신이 행복하다는 사람은 주변에서 찾아보기가 힘들다. 우리 사회에 ‘영적(靈的) 만족’보다는 ‘물질(物質) 만능주의’가 만연(蔓延)하기 때문이지 싶다.    

 이 종환 삼영화학 회장의 생전 모습
 이 종환 삼영화학 회장의 생전 모습

1조 7천억 원이란 거금(巨金)을 사회에 기부(Donating)하고 2023년 9월 13일 백수(百壽)로 타계(他界)하신 이 종환 삼영화학 회장의 생전 모습이 사슴의 녹명(鹿鳴)하는 모습과 겹쳐 보인다. 

물욕(物慾)에 탐닉(耽溺)하려는 우리 사회의 중·상류층이 대오각성(大悟覺醒)해서 감사(感謝)와 나눔으로 故 이 종환 회장이 우는 사슴울음 소리, 녹명(鹿鳴)이 삼천리 방방곡곡에 울려 퍼지길 간구(懇求)한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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