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공자(孔子)는 교활(狡猾)한 소정묘(少正卯)를 처형(處刑)했다
[전대길 CEO칼럼] 공자(孔子)는 교활(狡猾)한 소정묘(少正卯)를 처형(處刑)했다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11.0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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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중국 문헌 '산해경(山海經)'에 나오는 '교(狡)'라는 동물의 모습은 개(犬)를 닮았다. 온몸은 표범의 얼룩무늬이며 머리에는 소처럼 뿔이 있다. 이를테면 개가 아니고 소도 아니며 표범도 아닌 기묘(奇妙)한 짐승이다. 

정체불명(正體不明)의 이 짐승을 '교(狡)'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나쁜 의미의 짐승을 가리키는 말이다. '활(猾)'이란 짐승은 뼈(骨)가 없어서 호랑이(虎)가 잡아먹으면 한 입에 그냥 꿀떡 삼킬 수밖에 없다. 그런데 '활(猾)'이란 짐승은 호랑이 뱃속에서 내장(內臟)을 야금야금 갉아먹으며 살아간다. 

이에 따라 호랑이는 '활(猾)'로 인해서 서서히 죽어간다. 이러한 짐승들을 일컬어 ‘교활(狡猾)’이란 말이 생겨났다. 그래서 선량(善良)한 사람들의 등을 처먹는 나쁘고 비열한 인간을 가리켜 사람들은 ‘교활(狡猾)한 자(者)’라고 한다. 

‘순자(荀子)’와 중국 출전(出典)에 ‘교활(狡猾)한 소정묘(少正卯)’ 이야기가 나온다. 공자(孔子)가 노(魯)나라 정공(定公) 때 사법(司法)을 관장하는 ‘대사구(大司寇)’란 장관(長官) 자리에 올랐다. 

그런데 이를 어쩌랴. 공자가 국정에 참여한지 7일 만에 노나라 정부의 ‘대부(大夫)’란 직위의 소정묘(少正卯)를 대궐 궁문인 동관(東觀) 앞에서 처형(處刑)해서 그 사체(死體)를 사흘간 백성들에게 보여 징악(懲惡)의 경종(警鐘)을 울렸다. 

공자가 사람을 죽였다는 이야기는 독자에게 금시초문(今始初聞)이지 싶다.  

“소정묘는 노나라에서 ‘소문난 사람(聞人)’입니다. 스승님께서는 정사를 맡으시고 맨 처음 그를 주살(誅殺)한 게 잘못이 아닙니까?”라고 공자의 제자들이 공자에게 물었다. 

이에 공자는 제자들을 자리에 앉히고 그 까닭을 말했다. “내가 너희들에게 사실대로 말해주겠다. 사람에게 5가지 악(惡)한 게 있다.  

첫째, 마음이 두루 통달해 있으면서도 음험(陰險)한 것, 
둘째, 행실이 편벽(偏僻)되면서도 고집(固執)스러운 것, 
셋째, 하는 말이 사실인 것처럼 그럴싸하게 거짓말을 잘하는 것, 
넷째, 알고 있는 것이 추잡(醜雜)하면서도 박식(博識)한 것, 
다섯째, 그릇된 일을 일삼으면서도 겉으로는 교활(狡猾)하게 옳다고 꾸며대는 것이다. 

무릇 어떤 자가 위 5가지 중 하나라도 갖고 있으면 군자의 처형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정묘는 위의 5가지를 다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사는 곳에는 따르는 자들이 모여 무리를 이루었다. 

그의 말은 교활(狡猾)과 사악(邪惡)함을 꾸며 뭇 사람들의 눈과 귀를 속일 수 있었다. 그의 실력은 올바른 사람을 반대하면서 홀로 설 수 있는 정도였다. 이런 자(者)는 소인들의 영웅(桀雄)일 수 있으니 처형(處刑)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공자가 말을 이어갔다. 

“이른바 꼭 죽여야 할 사람은 낮에는 강도짓을 하고 밤에는 담을 뚫고 들어가는 그런 도둑이 아니다. 바로 나라를 뒤엎을 그런 자가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이런 자들이 군자들로 하여금 의혹(疑惑)을 품게 하는 자이며 어리석은 자들을 미혹(迷惑)에 빠지게 하는 자이다” 

공자(孔子)는 소정묘(少正卯)와 같은 자를 ‘말로서 나라를 어지럽게 만들다’는 뜻의 ‘향원(鄕原)’, ‘영인(佞人)’이라고도 지칭했다.

그리고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가 노(魯)나라의 작은 읍의 읍장(邑長)이 되었다. 
“어떻게 하면 고을을 잘 다스릴 수 있습니까?”라고 자하가 스승인 공자에게 물었다. 

“무욕속 무견소리(無欲速 無見小利)”다. “정치(政治)를 할 때 공적(功績)을 올리려고 고을 일을 급히 서두르지 말고 작은 이익(利益)을 탐(貪)하지 말라”

“욕속즉부달 견소리즉 대사불성(欲速則不達 見小利則 大事不成)”이다. 

“일을 급히 서둘러 공적을 올리려고 하다가는 도리어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 작은 이익을 탐내면 온 세상에 도움이 될 큰일을 이루지 못하는 법이다“라고 공자가 답했다. 

뿐만 아니라 공자는 제자인 자하(子夏)에게 말했다. 
“강물의 흐름에 따라 부드럽게 즐겁게 배를 저어라. 이런 게 곧 삶이다”라고.  

최근 우리 주변에는 '교활할 교(狡)'와 '교활할 활(猾)'자가 활개치고 있다. 
'교(狡)'처럼 정체성(正體性)이 불투명하고 '활(猾)'처럼 뼈대가 없는 자들이 눈가림과 속임수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하지 싶다. 

한 국가와 국민은 교활한 정치꾼들에 의해서 민생파탄(民生破綻)과 도탄(塗炭)에 빠지기 십상이다. 

'교(狡)'와 '활(猾)'과 같은 나쁜 사람들이 세상에 날뛰지 못하도록 주변을 잘 살피자. 교활(狡猾)한 자들의 눈가림과 속임수에 현혹(眩惑)되지 않도록 모두가 두 눈에 불을 켜자. 공자가 소정묘를 처형하듯이 변별력(辨別力)을 갖추고 혜안(慧眼)을 활짝 뜨자.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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