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88] 만나면 좋은 친구들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88] 만나면 좋은 친구들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9.06 0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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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에서 친구가 방문했다.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녔고, 대학 졸업 후에는 같은 직장에서도 근무했던 친구였다. 직장은 뒤늦게 합류했지만, 나보다 앞서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다.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나에게도 같이 가자고 권유했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이민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고 나라를 바꿀 만한 절실한 이유나 동기도 없었기 때문에 함께 가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 이민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동기도 생겨서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를 고려하다가 먼저 뉴질랜드에 가서 자리 잡고 있는 이 친구에게 답사차 갔다가 뉴질랜드에 이민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했었고, 방문할 때마다 친구들이 함께 모여 못다 한 회포를 풀고 또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했었다. 하지만 이번 방문은 그냥 다니러 온 것이 아니라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살기로 부부가 결정하고 사전 준비를 하러 왔다고 했다. 

자녀는 1남 1녀를 두었는데 모두 결혼하여 미국에서 살기 때문에 부부가 한국행을 결정하는 데 부담이 없고, 아무래도 노년에는 친척이 있고 환경도 익숙하고 편안한 고국 땅에서 보내는 것이 좋을 거 같아 결심했다고 한다.

이민 갈 때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하고 건축 쪽으로 전문 기술과 경력이 있어서  이민 가서도 바로 취직해서 안정적으로 정착해서 살 정도로 꼼꼼하고 계획적인 친구라 한국에 돌아온다고 해도 앞가림은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기에 기쁜 마음으로 환영할 수 있었다. 

친구 방문으로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함께하지 못했던 친구들이 오랜만에 모였다. 모두 배재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던 죽마고우들이다. 

정년은 지났지만, 아직도 대학교에서 교수 생활을 하고 있거나 인천에서 입시 학원을 운영하는 등 여전히 현역에서 뛰고 있는 친구들도 있고, 교장으로 정년퇴직한 친구, 공무원으로 정년을 마친 친구와 같이 은퇴 생활을 즐기는 친구도 있다. 또한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친구들도 포함된 다국적 소수 정예 친구 그룹이다.  

인천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친구가 연락책이 되어 방문 친구와 만날 장소를 정해 알려주었다. 아산에 사는 나를 포함해서 강릉, 인천, 분당 등에 거주하고 있으니까 지역으로 따지면 충청도, 강원도, 인천, 경기도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이라 그나마 익숙한 충무로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충무로가 익숙한 까닭은 이곳에서 인쇄 및 수첩 제작을 하던 친구 사무실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만남의 장소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늘 반갑게 우리들을 맞이했던 친구는 작년에 일찍 우리 곁을 떠났다. 

그래서 만남의 장소가 없어져서 충무로 8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했다가 강릉 친구가 인터넷으로 근처 음식점을 예약하여 길거리에서 기다리는 불편함을 피할 수 있었다.

오랜 친구들이 좋은 이유는 아무리 오래간만에 만나더라도 마치 어제 본 사이처럼 격이 없고 까끄름하지 않고 너나들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헤어져 있었던 시간의 간극이 있기에 서로 그동안의 근황을 묻는 것으로 대화가 시작된다.

대학 교수인 친구는 언제까지 가르칠 수 있는지가 궁금하고, 부부가 같이 학원 운영하는 친구는 학원 운영과 부부의 일과가 궁금하고, 은퇴하여 평창 별장에서 지내는 친구는 아내와 별거하여(?) 혼자 지내는 생활이 궁금하고, 예전에 사고로 45일간 혼수상태였다가 기적적으로 깨어난 전직 교장 친구는 여전히 건강을 잘 유지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유난히 살이 빠져 보이는 친구에게 무탈한지 물으니 한밤중에 화장실 갔다 오면 잠이 깨서 반송반송하여 잠을 이루지 못해 수면이 부족해서 그런 거 같다는 친구 말에 벌써 몇 년째 자다가 화장실에 가고 있다는 친구의 동조에 위안을 얻고, 늙으면 먹고, 자고, 싸고 세 가지만 잘하면 된다는 친구 말에 웃음꽃을 터트린다.

막걸리와 담배 냄새 때문에 벌써 몇 년째 아내 곁에 가지 못하고 있다는 친구의 하소연에 자신은 소변 기능만 남아 있다는 친구의 엄살에 또 한바탕 웃는다.

남들이 들으면 별거도 아닌 일상생활 이야기와 허튼소리에 우리들은 귀를 쫑긋대며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마음을 모으고 아이처럼 벙싯거린다.

막걸리로 건강을 유지한다며 막걸리 사랑이 유별난 친구 덕분에 밥상머리에 막걸리가 주로 오르지만, 소주를 고집하는 친구는 소주로 혼술을 하고, 술을 못 하는 나와 뉴질랜드 친구는 음료수로 건배하더라도 이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만큼 나이 들어 편안하다.

술을 겸한 식사 자리가 끝나면 운동(?)을 위해 당구장으로 향한다. 당구 실력도 학창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해 모두 어금지금해서 매번 승패가 바뀌어 재미있다.

함께 어울리는 친구 중에 꼼바리나 괴까닭스러운 사람이 없어 만나면 좋고 흐무뭇하다. 또한 골골 앓아서 약을 달고 사는 약두구리나 병에 걸려 성치 못한 병추기 친구가 없이 아직 모두 건강해서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맙고 기쁘다.

흉유성죽(胸有成竹)이란 말이 있다. 마음속에 완성된 대나무가 있다는 말로, 일을 처리할 때 이미 계산이 모두 서 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내년 봄에 영구 귀국한다는 뉴질랜드 친구는 흉유성죽이란 말에 걸맞은 계획과 준비성이 있는 친구라 오랜만에 돌아오는 한국에서도 잘 정착하리라 믿고, 그 친구로 인해 내년에는 친구들과 더 좋은 장소에서 더 자주 만남을 가질 수 있으리란 희망으로 벌써 내년이 기다려진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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