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02] 중꺾마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02] 중꺾마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12.13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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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중꺾마’라는 말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장의 줄임말이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 팀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회자되던 말이 바로 ‘중꺾마’이다. 

비록 FIFA 랭킹 1위인 브라질과의 경기에 져서 8강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매 경기마다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혼을 보여주며 12년만에 16강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표 팀의 선전은 첫 경기인 우루과이와의 대전에서부터 가능성을 엿보였다. 우루과이 팀은 월드컵을 두 차례나 우승한 팀이고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15차례로 최다 우승국이며 국제 축구 연맹 FIFA 랭킹 14위의 강팀이다. 

특히 ‘마라카낭의 비극’이라고 불리는 1950년 브라질 월드컵 결선 리그에서 브라질에 2대 1로 역전승을 거두어 개최국 브라질의 우승을 막은 사건은 월드컵 역사상 길이 남을 명승부로 우루과이 팀을 평가할 때마다 언급되고 있다.

그런 강팀인 우루과이를 맞아 대한민국 대표 팀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볼 점유율을 높이며 대등한 경기를 치르면서 비겼다. 1982년 첫 맞대결 이후 대한민국 국가 대표 팀은 우루과이를 상대로 8전 1승 1무 6패로 열세였기 때문에 값진 무승부였다. 

두 번째 경기인 가나와의 대전은 16강에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경기였다. 많은 축구 팬들의 바람처럼 나도 조별 리그에서 우루과이와 비기고 가나 전에서 승리하고 포르투갈 전에서 져서 1승 1무 1패로 16강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국제 축구 연맹 랭킹 61위로 28위인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나의 공격은 매서웠고 전반전에만 2골을 먹으면서 경기가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표 팀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후반전에 2골을 따라잡았다. 특히 조규성 선수의 멀티 골은 한국 팀의 월드컵 출전 역사상 최초의 일이라 더 값진 골이었다. 결과는 1골을 더 먹어 패하긴 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는 투혼에 비록 원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아낌없는 박수를 받았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 팀의 하이라이트 경기는 포르투갈전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포르투갈 팀은 우승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조별 리그 3차전에서 박지성 선수의 결승 골로 대한민국 팀에 1대 0으로 져서 일찌감치 짐을 쌌었기 때문에 포르투갈 입장에서는 복수전이었다. 

아이러니한 일은 2002년 대한민국과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도운 이영표 선수의 크로스를 막지 못한 포르투갈 선수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 대표 팀 감독을 맡고 있는 파울루 벤투였다.

포르투갈 팀은 대한민국 팀이 속해 있는 H조에서 FIFA 랭킹 9위로 제일 강팀일 뿐만 아니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에서 북한 축구 대표팀을 7대 0으로 대회 최다 점수 차이로 승리를 거둔 전력도 있고, 불세출의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포진되어 있어 승리는 어렵게만 여겨졌다.

데이터 분석 업체인 옵타 애널리스트는 대한민국 팀의 승리 확률을 19.3%로 전망했고, 알자지라의 인공지능(AI) 로봇 카세프 또한 한국 팀의 승리 확률은 18%로 집계했으며, 포르투갈의 승리 확률은 각각 58.4%와 53%로 높게 봤다.

또한 16강 진출 확률은 9%밖에 안 된다고 예상했는데, 이는 대한민국 대표 팀이 포르투갈 팀을 이긴다고 할지라도 나머지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에서 우루과이가 이겨야만 하고 점수 차도 2점 차 이상 나면 안 되는 변수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포르투갈과의 경기는 5분여 만에 골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전반전에 이강인 선수가 올려준 볼을 김영권 선수가 넣음으로써 동점을 만들고 후반전 그것도 추가 시간에 손흥민 선수가 70여 미터를 질주하여 몰고 간 골을 포르투갈 선수들 7명이 에워싼 가운데 가랑이 사이로 절묘하게 황희찬 선수에게 패스하고 황희찬 선수가 침착하게 골을 넣음으로써 짜릿한 2대 1 역전승을 거두었다.

이 경기는 마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 독일과의 경기에서 전후반을 마치고 추가 시간 중에 김영권 선수가 코너킥 상황에서 골을 넣고, 손흥민 선수가 50여 미터를 질주하여 골을 넣은 모습을 떠올리게 해주는 극적인 경기였다.

그리고 16강 진출이 더 극적이고 감동적인 것은 우리가 예상을 깨고 포르투갈을 이긴 것도 있지만, 가나 팀이 적극적으로 우루과이 팀의 16강 진출을 막아주며 힘을 보태준 일이다. 가나 골키퍼는 고의로 골킥에서 시간을 끌고, 감독은 종료 1분을 남기고 선수를 교체하며 시간을 끌어주면서 우루과이의 16강 진출을 막았다. 

이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8강전에서 1대 1 연장전 상황에서 가나의 결정적인 헤딩 골을 수아레스 선수가 고의로 손으로 쳐내는 바람에 골로 연결되지 못하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우루과이에 패해서 4강 진출에 실패했던 복수를 12년 만에 한 것이다.

조별 리그 경기 후 재미있는 후일담이 있었다. 대한민국 축구 팬들은 3년 전 노쇼 사건으로 ‘날강두’라는 별명을 얻은 호날두 선수를 어떻게든 복수해주고 싶어했다. 

그런데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호날두 선수가 문전에서 크로스 된 공을 피한다는 것이 어깨로 김영권 선수에게 패스해준 꼴이 되어 본의 아니게 동점 골을 어시스트한 결과가 되었다. 이를 놓치지 않고 네티즌들이 동점 골에 기여한 공(?)으로 호날두의 대한민국 주민등록증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면서 유쾌하게 설욕했다. 

또한 가나 전과의 경기 전에는 가나 팀을 꺾어 버리자는 의미로 가나 초콜릿을 구매했는데, 가나가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고의로 우루과이의 16강 진출을 막았다는 걸 알고서는 고마운 마음으로 가나 초콜릿을 사 먹으면서 판매가 늘었다고 하니 우리 국민들의 해학에 절로 웃음이 난다.

비록 16강전에서 국제 축구 연맹 랭킹 1위이며 우리보다 선수들 몸값이 7배나 많은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에 패해 8강 진출은 무산되었지만, M 방송국의 김성주 캐스터의 말처럼 전반전은 브라질이 4대 0으로 이겼고, 후반전에는 우리나라가 1대 0으로 이겼다고 할 만큼 우리 선수들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릴 때까지 마지막 투혼을 발휘했다.

안와골절 수술을 받고도 보호대를 착용하고 풀타임으로 모든 경기를 뛴 손흥민 선수, 근육 부상을 당했으면서도 근육이 찟어지는 한이 있어도 출전하겠다고 나선 김민재 선수, 햄스트링 부상에도 불구하고 출전하여 16강 진출에 기여한 황희찬 선수 등을 포함한 대한민국 축구 대표 팀 모든 선수들의 투혼 그리고 꺾이지 않는 마음이 있었기에 우리는 감동하고 행복했으며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을 잠시나마 하나로 만들어주고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큰 울림을 준 대한민국 축구 대표 팀, 그대들이 진정한 영웅들이다.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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